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창업, 그 창업보다 더 어렵다는 엑싯. 성공적인 매각 이후 이번에는 상장(IPO)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연쇄 창업가가 있다. ‘유저의 심리를 이해하는 광고 플랫폼’을 만드는 버즈빌 이관우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초등학생 때 이미 발명품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제품을 상용화해본 이관우 대표는 어릴 때 부터 ‘사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으로 달려온 사람이다.
그는 국내 1세대 소셜 커머스 서비스인 ‘데일리픽’을 창업하여 6개월 만에 ‘티몬’에 매각한 것으로 유명한 국내에 보기 드문 연쇄 창업가이다. 데일리픽과 티몬의 합병 이후 티몬의 운영이사로서 임직원 100여명에서 약 1,300명 이상의 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더욱 긴 호흡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2년 다시 한 번 도전, 버즈빌을 창업했다. 그리고 약 10여 년이 흐른 지금, ‘버즈빌의 상장’이라는 넥스트챕터를 앞두고 있다.
시장의 크기는 창업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
대학생 창업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에 첫 번째 창업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자가 꿈이었다. 창업을 배우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막상 학교에서는 사업을 가르쳐주시지 않더라.(웃음) 그래서 학생 때 바로 창업을 준비했다. 동아리 선배와 함께 창업을 한 것이 첫 번째 창업이고, 이 회사는 NHN(당시 네이버)에 매각되었다.
취직 생각은 전혀 없었는가.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대학생 재학 중 단 한 번도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웃음) 그래서 첫 번째 공동 창업 이후에도 바로 재창업을 하게 되었다.
아마 창업을 해본 분들은 다들 공감 하실텐데, 틈만 나면 다음 창업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창업 아이디어들을 기록하는 노트를 매우 오랫동안 써왔다. 두 번째로 창업했던 회사인 ‘포스트윙’도 창업 전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를 했던 회사에서의 경험이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포스트윙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했던 회사는 여러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해 기사를 제공받아 포털에 공급하는 신디케이션 솔루션 회사였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노동집약적으로 저작권 모니터링 업무에 관여하고 있었다. 업무 성격을 보니 충분히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복무를 마친 뒤 저작권 모니터링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하지만 간과했던 부분도 있었다. 저작권 모니터링 자동화 솔루션의 보급이 너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역으로 저작권 모니터링 시장의 크기 자체를 줄여버리는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그래서 개발한 솔루션 라이센스를 무료화해 관련 업체에 제공하고 사업을 중단하였다.
사업을 중단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다.
다른 창업자 혹은 투자자들이 시장 크기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 때 비로소 그 중요성을 체감한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가를 꿈꿔온 이유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도 작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나니, 충분히 큰 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장의 크기가 곧 창업가가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라고 생각하니, 이 다음 창업은 큰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렇게 데일리픽을 창업하게 된 것인가. 그 전의 포스트윙과는 분야가 완전 다른 것이 신기하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 속에 어떤 제한된 분야가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장의 크기가 큰 사업 아이디어를 탐색하던 중 소셜 커머스에서 기회를 보았고, 데일리픽을 창업하게 되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상에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터넷을 통해 직접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확장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였다. 아울러 데일리픽을 통해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큰 시장에서 영향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던 중, 창업 후 약 6개월 만에 인수 제안을 받았다.
매각이 창업 이후 굉장히 빠른 시점에 진행됐다. 아쉬움은 없었나.
데일리픽의 매각은 당시에 내릴 수 있었던 가장 적합했던 판단이라고 자평한다. 그 때는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였다. 사실상 소셜커머스 시장은 ‘쩐의 전쟁’ – 즉,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소셜커머스 3사의 창업자 분들이 기존에 큰 엑싯 경험이 있거나, 당시 국내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환경이었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분들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데일리픽이 초기에 좋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뛰어난 자금 조달력을 갖춘 경쟁사에 매각을 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티몬을 인수자로 선택했다. 먼저 인수 제안을 주었던 미국의 그루폰도 좋은 기업이었지만, 국내 스타트업이 함께 몸집을 키우면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매각을 통해 성장한다
연쇄 창업의 과정에 이전의 매각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
0에서 1을 만드는 창업가와 1에서 10, 100을 만드는 창업가에게는 필요한 자질이 다른 것 같다. 창업가라면 스스로 어디에 맞는지, 어떤 역할을 할 때 더 행복한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자에 해당한다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0에서 1을 만든 뒤에 사업을 10, 100으로 더 키워줄 수 있는 리더에게 위임하거나 매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후자일 경우 좀 더 긴 호흡으로 IPO를 목표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첫 창업의 경우에는 빠른 매각도 좋은 대안이라 생각한다. 자금 측면과 경험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해보겠다. 먼저 자금 측면에서 보면, 매각을 통해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다음 사업을 구상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창업자도 사람이다 보니, 자금이 부족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사업을 바라보는 호흡 자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 측면에서 보면, 매각을 통해 ‘사업의 시작 부터 끝’ 이라는 한 주기를 전체적으로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처음 하다보면 매각이든, 상장이든 엑싯에 대한 계획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채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자의 시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고, 자본 시장에서 사업을 평가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주기를 경험하고 나면 이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올라 다음 창업 시에는 초기부터 이런 부분들을 챙길 수 있다. 또 큰 회사에 매각한 뒤 합류하여 함께 일하게 된다면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경험을 소개해준다면.
데일리픽을 매각하고 나서 티몬에 들어가 2년 6개월 정도 일했다. 그 과정에서 100명 규모의 조직을 1,300명 수준까지 키우면서 특히 ‘리더십’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조직의 크기가 커져 가는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들의 층(layer)이 한 층씩 더 두터워지는 지점들이 있다. 한 층이 더해질 때 마다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이 달라지고, 특히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측면에서의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조직의 크기에 맞추어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이 디자인하는 것은 ‘경험’의 영역이라고 본다. 당시 티몬에서 이런 프로세스를 고민했던 시간이 버즈빌 창업 후 9년 간 사업을 지속하면서 여러 고비를 넘길 기본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매각 경험도 있지만, 버즈빌에서도 여러 스타트업을 인수한 경험이 있지 않나. 인수는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돈으로 시간을 사는 방법’, 그것이 인수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시장 기회를 포착하였는데, 이를 위해 원점에서부터 새로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면 인수가 좋은 시장 진출 전략이 될 수 있다. 버즈빌에서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세 건의 100% 지분 인수를 진행했고, 추가로 지분 투자도 몇 건 진행했다.
매각을 고민하는 창업자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매각 제안을 처음 받으면 설레기도 하고, 우리 회사를 어떻게 잘 보여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잘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를 인수하려는 모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잘 보는 것도 중요하다.
데일리픽을 인수했던 티몬은 이후 리빙소셜이라는 회사에 매각됐는데, 리빙소셜의 모회사였던 이베이는 당시 데스크톱 중심의 오픈마켓 사업자였다. ‘혁신가의 딜레마’로도 잘 알려진 일종의 관성으로 인해 이베이는 아직 초기 단계였던 모바일 커머스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여러 경영 상의 문제들로 이후 리빙소셜/티몬의 성장이 더뎌지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제안을 받으면 그 파트너가 우리와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빠른 호흡으로 매각을 진행했던 과거와 버즈빌에서 10년을 바라보는 지금, 느끼는 점과 앞으로의 목표는.
한 번 엑싯을 경험한 창업자에게 비슷한 규모의 또 다른 엑싯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창업가들은 매우 목표 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에 항상 새로운 목표를 원하게 된다. 같은 의미에서, 나에게 과거의 엑싯 경험들이 ‘단타’였다면, 이번에는 더 긴 호흡으로 회사를 일궈나가고 싶었다. ‘장타’를 한번 쳐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버즈빌 창업 후 9년을 달려왔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여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제 나만의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조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고 싶다. 이관우 라는 개인을 넘어 조직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상장은 이런 여정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며, 엑싯이 아니라 하나의 마일스톤일 뿐이다.
앞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메이커로서 계속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버즈빌 마피아'(버즈빌 출신의 창업가)들과 함께 외연을 넓히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크게 키우고자 한다.
해당 콘텐츠는 온라인 브랜드 인수 운영 플랫폼 넥스트챕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되는 제휴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