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 리서치 OTT편
최근 서비스 브랜드 네이밍을 고민하면서 다른 커스텀 서비스들은 어떻게 브랜드 명을 만들었을까 찾아보았는데요. 역시나 일상 속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OTT 서비스들의 브랜드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기존 대형 미디어에서 만들기도 하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각 회사들의 서비스 명은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1. 독자 브랜드 네이밍(넷플릭스/웨이브/티빙/훌루/DC유니버스/라프텔)
글로벌 OTT에서 선두인 넷플릭스부터 살펴보죠. 넷플릭스(Nexflix)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합성어입니다. 전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넷플릭스의 시작은 비디오 대여 사업부터 시작된 것으로 유명하죠.
사업은 DVD를 우편으로 보내는 것으로 발전, 확장하다가 현재의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넘어왔는데, 인터넷으로 영화를 본다는 비즈니스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용어로 넷플릭스를 선점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로 익숙한 movie나 film이 아니라 flix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로 서비스 명을 합성하면서 보다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국내 토종 OTT 웨이브입니다. 웨이브(WAVVE)는 영어로 파도를 의미하는 웨이브(WAVE)를 연상시키는데요. 웨이브에서는 브랜드 명이 ‘재미의 파도를 타는 항해’를 뜻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서비스의 강점을 의미하겠죠.
그래서 BI에서도 무한한 콘텐츠 물결을 담고 있는 플레이 버튼을 통해 더 즐거운 세상, 더 큰 세상으로 안내하고자 하는 웨이브 서비스의 지향점을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토종 OTT 티빙도 있는데요. 티빙이란 이름은 ‘TV’에 진행 중이란 뜻이 있는 ‘-ing’를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OTT 서비스가 나오면서 기존에는 큰 TV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던 소비자들이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그 시청 도구가 옮겨가고 있음을 TV가 진화한다는 뜻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네 번째로 훌루의 브랜드 네이밍의 기원을 찾는 게 꽤나 어려웠는데요.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아 그렇기도 하지만, 훌루 회사에서도 브랜드 네이밍에 대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자료가 부족하긴 합니다. 다만, 이름의 유래가 중국어 葫蘆(호리병박)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훌루가 호리병 박인 만큼 호리병에 소중한 것을 담아 제공한다는 뜻으로 훌루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임을 동양 풍으로 표현하면서 서양에서 나온 글로벌 서비스의 확장성을 꾀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CEO가 훌루라는 발음 그 자체로도 재밌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훌루 네이밍 자체에 깊은 의미가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음은 DC 유니버스입니다. DC 캐릭터로 구성된 애니메이션, 영화, TV 드라마등을 공급하는 자체 브랜드 OTT입니다. 보통 마블 유니버스, DC 유니버스라고 하는 각 콘텐츠 회사별 세계관들을 공유하곤 하죠. DC 유니버스는 이런 DC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오로지 DC캐릭터의 IP만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있습니다.
다음은 라프텔인데요. 라프텔은 만화 원피스의 최종 종착지 라프텔 섬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원피스에서도 엄청난 재물이 숨겨져 있는 게임으로 치면 엔딩을 볼 수 있는 그런 환상의 섬 같은 것입니다. 원피스에서는 이 곳을 본 사람이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미지의 세계이며, 그만큼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라프텔 역시 애니메이션 계의 넷플릭스처럼, 귀하고 구하기 힘든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보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애니메이션의 보물섬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아틀란티스나 다른 보물섬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타깃 군에게 더 알맞게 ‘라프텔’이라고 지은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은 올레 KT의 시즌입니다. 올레TV와 지상파 3사 콘텐츠를 모은 OTT로 새로 리뉴얼 런칭하면서 시즌으로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시즌(Seezn)은 ‘사계절 즐거움과 혜택이 가득한 미디어 서비스’라는 뜻도 있고, ‘보는 것을 즐기는 시민(See+Citizen)’이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ABEMA인데요. ABEMA를 운영하는 기업 사이버에이전트는 종전부터 자사 서비스의 브랜드 명으로 ‘Ameba’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10년 이상 사용한 ‘Ameba’와 다른 신선함이 있으면서, 동시에 ‘Ameba’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마스코트 캐릭터인 ‘Abema’로 부터 이름을 따와 ‘AbemaTV’라고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2. 원브랜드 + 플레이 합성어(쿠팡플레이/왓챠플레이)
다음으로는 원브랜드와 플레이를 합성하여 만든 OTT 브랜드입니다.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원브랜드의 고객 충성도를 활용하여 내부 고객을 전환하고 이를 통해 확장하겠다는 의도겠는데요.
이런 원칙으로 서비스 명을 만든 회사는 쿠팡플레이와 왓챠플레이입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프리미엄 서비스 ‘로켓회원’ 등급의 고객들에게 무료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으로 로켓 회원으로 유지될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왓챠플레이는 단순 영화 추천, 드라마, 책 추천을 하던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시청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구축한 사례입니다. 왓챠 데이터를 통해 영상을 추천한다는 것이 왓챠 충성 고객을 유료 전환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원브랜드 + 프리미엄 서비스 브랜드(프라임비디오/유튜브프리미엄/HBO맥스)
서비스 명을 각 브랜드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되었던 것 중에 쿠팡플레이도 기존 쿠팡 회원 중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독형 상품 중 하나가 쿠팡플레이였죠. 그런데 쿠팡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로켓을 OTT 브랜드 명에 쓰지 않고, 플레이로 영상 서비스라는 것에 집중하게 한 사례입니다.
반면 쿠팡이 지향하고자 하는 회사, 아마존의 경우에는 아마존의 프리미엄 서비스 프라임을 OTT의 해당 서비스 명으로 쓰고 있는데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프라임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구독형 상품 중 하나로 OTT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만약 쿠팡이 아마존식 명명법을 따랐다면, 쿠팡 로켓 비디오 정도가 되었겠죠.
프리미엄 브랜드를 있는 그대로 붙이는 것은 아마존 뿐만 아닙니다. 유튜브도 기존 고객들은 유튜브로, 유료 구독자들에게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해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제거하고, 팝업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등 차별적인 혜택을 누리게끔 합니다. 어쩌면 프리미엄 계정이지만, 프리미엄 회원과 일반 회원이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점이겠죠.
마지막으로 HBO 맥스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새로운 활용 사례인데요. HBO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OTT와 실제 TV채널에서도 많이 송출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HBO라는 브랜드의 일반 고객은 타 플랫폼을 통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HBO의 프리미엄 우수 고객은 자사 플랫폼으로 모으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플랫폼을 통해 HBO 콘텐츠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경험하기 위해 다양한 OTT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사 플랫폼에서 양질의 HBO 콘텐츠를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것이죠
4. 원브랜드 + 플러스 or TV
브랜드 네이밍 관점에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인 것은 해당 브랜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두는 것입니다. 그 사례가 바로 원브랜드에 플러스나 TV를 붙여 해당 정체성을 알고 있는 고객들에게 추가 설명 없이도 바로 설명토록 하는 것인데요.
속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파라마운트+, NHK+, 애플TV+, 카카오TV는 모두 같은 맥락으로 자신들의 IP를 플러스, 더 많이 양적으로 제공하고, 더 다양하게 질적으로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명명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플러스 자체가 프리미엄 고객을 분류하는 기준이 될 수 있어 고객 관점에서 가장 고민한 명명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됩니다. 짧지만, 짧지 않았던 OTT 명명법을 보며 영상 하나 재생하는 것도 어떻게 고객에게 한 번에 쉽고 인상적으로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관점에서 브랜드 담당자들의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라프텔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글쓰는 워커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