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을 하시는 분, 그리고 해외 시장에 진출한 기업에서 일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ABM‘이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텐데요.
특히나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B2B 마케터들에게는 ABM에 대한 지식이 커리어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스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ABM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제가 직접 ABM 캠페인을 집행하며 알게된 점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ABM 마케팅이란?
우선, ABM은 Account Based Marketing의 약자로 여기서 Account는 기업을 뜻합니다. 이 Account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B2B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본적이 이해가 필요한데요. B2B 모델을 가진 기업은 소비자 개인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합니다. 두산중공업과 같은 기업이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중장비를 건설 회사에 판매하는 것처럼, 혹은 McKinsey 컨설팅 회사가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때 두산중공업이나 McKinsey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영업의 대상으로 삼는 기업이 바로 ABM의 Account, 즉 기업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Account Based Marketing은 개인이 아닌 기업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라는 뜻이 되겠네요.
ABM과 Lead Generation 퍼널 모델
ABM은 일반 B2C 혹은 일부 B2B 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고객 정보(리드)를 생성하고, 그 결과 계약을 성사시킵니다. 더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리드 생성 방식을 리드 제너레이션 혹은 디맨드 제너레이션(고객의 수요를 생성한다는 의미에서)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리드 제너레이션 모델은 여러분이 아마 자주 접하셨을 깔때기 구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잠재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기 시작하는 퍼널의 가장 상단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갈 수록 정보 탐색, 고려에 거쳐 구매로 이어집니다.
이 모델은 개인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B2C 기업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만, B2B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의 예시로 돌아가 볼게요. 두산중공업 디지털마케팅 팀이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검색 광고 캠페인 등을 통해 리드를 생성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인적 자원을 들여 캠페인을 집행한 결과 100명의 신규 고객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중장비 제조회사이기 때문에 건설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중장비를 살만한 규모가 되는 기업이 주요 고객입니다. 이 100명의 고객 정보를 정리해보니 이 중 단 20명 만이 건설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중 10명 만이 중장비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규모의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었습니다. 심지어 10명 중 8명은 중장비 구매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직급이 아닌 일반 사원급이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럼 이 캠페인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고객 획득 비용이 10만 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00만 원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마저도 이 2명이 실제 계약까지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구요.
이렇게 B2B 기업은 제품/서비스를 판매할만한 적합한 대상 기업 기준이 존재하고, 직원 개인이 아닌 여러 명 그리고 때로는 여러 부서가 함께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많은 리드를 생성하는 것이 항상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기준에 맞는 기업을 먼저 고르고 해당 기업에 재직 중인 직원, 그 중에서도 의사결정권이 있는 일정 직급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이 아닌 기업을 바탕으로 행하는 마케팅을 ABM이라고 부릅니다.
특정한 기업 하나를 대상으로(1대1 방식), 혹은 비슷한 몇 개의 기업을 대상으로(1대다 방식), 혹은 1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적합한 디지털 마케팅 채널들이 존재합니다.
ABM의 채널 종류
ABM 역시 디지털마케팅 채널을 통해 진행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채널은 디스플레이(+소셜) 광고, 이메일 그리고 챗봇, 팝업 등을 통한 웹사이트 개인화 등입니다.
예전엔 ABM은 무조건 디스플레이 광고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웹사이트 개인화 기술이 발전하고 영업팀과 마케팅팀 간의 협업의 중요성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면서 다양한 채널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BM 방식의 디스플레이 광고를 지원하는 플랫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랫폼은 Terminus, DemandBase, Engagio, 6Sense 등이 있는데요. 구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처럼 광고주가 직접 모든 설정을 제어할 수 있는 self-serving 플랫폼도 있고, 프로그래매틱 방식으로 에이전시를 통해 집행해야 하는 플랫폼들도 있습니다.
웹사이트 개인화의 경우는 디스플레이 광고를 잠재 고객이 클릭했을 때, 이를 식별하여 도착하는 웹 페이지의 콘텐츠 일부(글자, CTA, 이미지 등)를 맞춤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혹은 일부 개인화 플랫폼의 경우 자사의 proprietary 기술로 방문자가 재직 중인 기업에 대한 정보를 추출하여,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 미리 준비해둔 개인화된 페이지를 보여주거나 팝업이나 배너 등을 보여주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ABM 캠페인 사례
ABM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1대1 방식을 예시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Snowflake라는 회사의 영업 부서와 마케팅 부서가 논의한 결과 Uber라는 회사가 계약으로 이루어졌을 때의 성과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고 해봅시다.
Snowflake는 ABM 디스플레이 플랫폼을 통해 Uber 기업을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한 디스플레이 광고를 송출합니다. 예를 들어 6Sense 플랫폼은 자사 propritary 기술과 IP 주소를 기반으로 전세계 혹은 특정 국가의 Uber 직원에게만 광고를 노출합니다.
Uber 직원들이 맞춤화된 광고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역시나 Uber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으면서 연관성 높은 정보로 구성된 랜딩 페이지(혹은 개인화된 웹사이트 페이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광고와 상호작용한 기록들은 ABM 플랫폼을 통해 혹은 CRM 플랫폼과 연동되어 영업팀에게도 보여집니다.
또한 영업팀이 Uber 직원에게 영업 이메일을 보낼 때, 이렇게 맞춤화된 랜딩 페이지를 포함하여 보냄으로써 답변을 받거나 미팅으로 이어질 확률을 매우 높일 수 있습니다.
아주 짜임새 있고 통합적인 ABM 캠페인의 경우, Uber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면 이벤트(혹은 웨비나)와 함께 디스플레이 광고, 이메일, 소셜 광고 등을 통해 최대한 Uber라는 기업에 브랜드의 노출을 최대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업&마케팅 부서 간의 협력
제 경험에 따르면 ABM 캠페인의 성패를 결정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중에서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대상 기업의 잠재 고객을 대면하는 영업 부서 그리고 캠페인을 집행하는 마케팅 부서간의 협력이었습니다.
처음에 대상이 될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광고 소재와 랜딩 페이지(혹은 웹사이트 페이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까지, 영업 부서와 마케팅 부서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지 않는다면 ABM 캠페인이 아무런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얼만큼 대상 기업을 잘 이해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연관성 높은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역시 잠재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마무리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ABM 형식의 캠페인만 진행할 경우 캠페인이 최종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도달률에 있어 제한적일 수 있고 캠페인의 비용 효율이 낮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00개의 대상 기업이 있다고 하면, 각 기업에 맞춤화된 광고 소재를 제작하고 캠페인을 집행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적 자원이 들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B2B 기업들은 일반 리드 제너레이션 모델과 ABM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디지털마케팅 부서 내에서도 서로 다른 팀에서 각각 집행하기도 하고, 한 팀에서 두 가지 모두를 책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드 제너레이션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라고 한다면, ABM은 쇠창살 혹은 채로 잡는 것으로 비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드 제너레이션을 통해 도달의 범위와 리드 생성 양을 확보하고, 동시에 ABM을 통해 고객이 정해져 있는 제품/서비스를 집중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기업이 목표로 한 성과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보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그레이스 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