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서비스 기획 시 고려할 요소
가계부를 작성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대로 작성하면 내 현금흐름을 파악하고 알뜰하게 예산관리를 할 수 있지만, 거래내역들을 일일이 기억해 적어나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죠. 한번 밀리면 다시 작성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뱅크샐러드, 토스 등 많은 핀테크에서 ‘가계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최근에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하는 은행들에서도 가계부 기능을 연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이제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는 금융사에서 가계부 기능은 기본 기능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 가계부 서비스란? = 수입, 지출 등 거래 내역을 스크래핑(향후 마이데이터)을 활용해 자동으로 모아주고, 소비(예산) 관리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
그럼, 가계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현재 출시된 서비스들은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계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서비스별로 차이가 있는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Point 1. ‘지출’에 대한 정의
가계부 서비스는 대부분 월별 총수입/지출(소비) 금액을 제공합니다. 가계부를 쓰는 중요한 목적은, 이번 달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갔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계부 서비스별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차이점은 수입/ 지출에 대한 정의입니다. 특히 ‘지출에 대한 정의‘ 가 중요합니다. 수입은 대부분 계좌이체를 통해 이뤄지므로 ‘수입=계좌 입금내역’ 이라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지출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 첫 번째 관점
지출 = 카드 결제 + 계좌 이체(출금)
즉, 지출이란 → 내 계좌 잔액이 줄어든(줄어들게 하는) 것
핀테크 서비스 ‘토스’에서는 카드결제 한 것과 계좌 이체(출금)한 것이 모두 ‘지출’에 포함됩니다. 카드 결제든, 계좌 이체든 ‘지출이란 → 내 계좌 잔액이 줄어든(줄어들게 하는)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 문제점
하지만 계좌이체 중에는 지출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토스의 경우 가계부 서비스 메뉴명을 ‘내 소비’라고 하고 있는데, 계좌이체는 ‘소비’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월급에서 생활비만 남기고 아내 명의의 공용계좌에 이체 시켜 놓는데요, 토스에서는 이런 계좌이체도 지출에 포함됩니다.
이 외에도 지인에게 단순 이체하는 경우나 저축하는 것, 각종 공과금 이체 등 ‘비소비성 지출’도 → 전부 ‘지출금액’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내가 소비한 것보다 ‘과대 계상’되었다고 느낄 여지가 많죠. 물론 토스에서는 ‘카드대금’ 이 빠지는 것이나 ‘내계좌이체(저축 포함)’ 하는 것은 자동으로 지출금액에서 제외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출금액이 아닌 것은 직접 ‘지출금액 합계에서 제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좌이체 거래가 많은 사용자라면 일일이 이걸 바꿔주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겠죠.
2) 두 번째 관점
지출 = 카드 결제
즉, 지출이란 → ‘소비’ 하는 것
뱅크샐러드, KB 마이머니와 같은 서비스에서는 ‘계좌이체’가 지출에서 제외됩니다. 지출금액에는 카드결제(현금영수증)만 포함되고, 이체는 별도로 분리하는 거죠. 즉, 지출이란 → 소비를 의미하고, 계좌이체 하는 건 소비가 아니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이 경우는 이전 ‘토스’ 사례보다 서비스를 심플하게 이해하기에는 더 좋습니다. 내가 카드 결제한 것만 지출 금액에 잡히니까 지출금액이 예상보다 확 뛰는 일도 없고요.
하지만, 대출이자/통신비/각종 공과금 등을 ‘계좌 이체’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다면? 이런 금액들은 전부 지출 금액에서는 제외되겠죠. 수입/지출이라는 현금 흐름의 관점에서, 이번 달 총 (-)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체’라고 분류된 내역을 → ‘지출’로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많은 이체 내역들을 전부 ‘지출’로 변경하려면 번거롭겠죠.
정리하면, 가계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월별 ‘총 지출금액’을 파악할 때
- 소비한 것이든 비소비성이든, 내 자산의 총 (-) 금액 규모를 확인하려는 니즈가 더 크다면
→ ‘토스’ 식의 가계부 서비스를,
- 이번 달에 내가 ‘소비’ 한 총금액 위주로 관리하려는 니즈가 더 크다면
→ 뱅크샐러드/KB 마이머니 식의 가계부 서비스가 더 적합할 겁니다.
Point 2. ‘소비 카테고리’ 변경
가계부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내 소비내역의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분류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소비한 내역이 ‘카페’에서 쓴 것인지, ‘약국’에서 쓴 것인지를 자동으로 파악해 주는 겁니다.
이게 중요한 건, 이 분류 결과를 바탕으로 → 내 소비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내가 주로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를 한눈에 파악 가능한 거죠.
어디에 많이 쓰는지 파악하고 나면 그다음은?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소비를 줄여야겠다” 하는 구체적인 소비예산을 세우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그래서 가계부 서비스에서 ‘소비 카테고리’를 정확히 파악해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1) 동일한 거래처의 지출 내역을 모두 변경
예를 들어 ‘크리미티’라는 소비처가 자동으로 ‘카페/간식’ 카테고리로 분류됐는데, 나는 이 소비내역을 ‘생활비’라고 변경한다고 가정해볼게요. (카페/간식 → 생활비)
매일 이곳에서 커피를 사 마시니까, 이 거래내역 전체를 일일이 바꿔주려면 번거롭겠죠? 그래서 뱅크샐러드/토스에서는 ‘동일한 가맹점의 거래내역을 모두 일괄 변경’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NH농협 / KB마이머니와 같은 은행 서비스들에서는 제공되지 않고 있어요.
2) 앞으로의 지출 내역도, 내가 설정한 카테고리로 적용
또 하나 중요한 건, 앞으로 소비할 내역도 내가 설정한 카테고리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크리미티’가 [카페]라고 분류됐지만 → [생활비]라는 내역으로 분류하기로 했다면, 앞으로의 결제내역에서도 모두 [생활비]라고 분류되어야 하는 거죠.
역시, 뱅크샐러드/토스에서는 제공하고 있는 기능이지만 ‘은행’ 서비스들에서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 두 가지 기능이 가능해지려면, 서비스 업체에서 ‘고객별 카테고리 분류 내역’을 저장하고 있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정해진 카테고리 분류 체계가 아니라, 고객별 커스터마이징 된 카테고리 분류를 제공할 수가 있죠.
기획 단계에서 이 부분을 놓쳤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은행에서는 고객별 분류 내역을 저장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상황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Point 3. 소비패턴 분석
가계부 서비스라면, 단순히 ‘얼마 썼는지’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 내 소비패턴에 대한 분석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겠죠. 내가 가장 많이 돈을 쓰는 곳은 어디인지, 얼마나 쓰고 있는 건지는 직접 파악하기에는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1) 주차별 소비금액 (주별로 얼마나 썼는지)
소비패턴 분석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능입니다. 주차별로 얼마나 썼는지 이용 추이를 제공하는 기능이에요.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제공하고 있기는 한데,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 크게 의미 있는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내가 언제 돈을 많이 썼네?”라는 정보는, 그다음 행동을 유발하는 인사이트 있는 정보는 아니기 때문이에요. 전체적인 소비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현황 파악 정도의 기능이라고 봅니다.
2) 소비 카테고리 통계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주로 어디에 돈을 많이 썼는지” 통계를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사용자가 어디에,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 이걸 바탕으로 소비 예산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주로 커피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으니까, 이제는 커피 사 먹는 돈을 좀 아껴야겠다 하는 식으로요.
추가로, 서비스 업체에서는 고객의 소비 취향이나 패턴을 파악해서 → 이걸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식의 서비스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내 소비 패턴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거고요.
3) 고정지출 파악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은 얼마인지)
내 소비내역들 중에서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모아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제대로 서비스되고 있는 곳은 ‘토스’ 이고, 뱅크샐러드도 얼마 전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각종 회비, 넷플릭스/멜론 등의 서비스 이용료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고정으로 나가는 게 이렇게나 많네?” 하고 등록된 내역들을 관리할 수도 있고, “이번 달에 고정 지출 나갈 게 있으니까 소비를 좀 줄여야겠다” 하고 소비를 조절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가계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포인트를 살펴봤습니다. 서비스별로 각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잘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택해서 이용하면 되겠습니다.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혹은 제공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라면 주요 포인트들을 메인 타깃의 특징에 맞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비슷한 많은 서비스들이 있지만, 중요한 포인트들을 고객에게 더 잘 제공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으니까요.
가계부 서비스의 최대 단점인 스크래핑의 느린 속도도, 향후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API로 대체되면 해결이 될 겁니다. 그러면 가계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지금보다 더 많아질 거고, 조회/이체처럼 대부분의 고객이 기본 기능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서비스들이 더 많이 나타날지 기대가 됩니다.
나노 UX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