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함은 가라~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요즘 트렌드
트렌드를 아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생계형트렌드입니다.
이번 주는 트렌드 키워드로 ‘젠더 뉴트럴‘을 준비했습니다.
점점 높아지는 젠더 감수성에 발맞춰 시장에서 ‘젠더’라는 키워드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Intro
에어로케이항공이 지난해 발표한 ‘젠더리스 유니폼’이 마케팅 시상식 ‘2021 에피어워드 코리아’의 ‘다윗 대 골리앗’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올 4월부터 청주-제주 노선을 취항한 신생 항공사입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수상한 다윗 대 골리앗 부문은 새로 런칭하는 브랜드를 위한 카테고리로, 에어로케이 항공의 이번 유니폼은 오랫동안 고정적으로 형성된 승무원 유니폼의 틀을 깼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봄·가을 유니폼으로는 맨투맨 상의에 재킷, 여름용 상의에는 반팔 티셔츠에 조끼를, 그리고 하의는 모두 바지를 착용합니다. 신발도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습니다. 안경 착용을 허용하고 헤어스타일에 대한 제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젠더리스 유니폼을 통해 업무의 실용성을 극대했을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유니폼에서 젠더 뉴트럴을 보여줌으로써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MZ세대를 타겟팅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젠더 뉴트럴을 추구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이해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젠더 뉴트럴은 이미 많은 분야에 스며들어 있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성용, 남성용을 떠나 나답게 살고자 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잘 맞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젠더 뉴트럴과 관련된 용어와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젠더 뉴트럴을 실현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젠더ㅇㅇㅇ, 용어부터 알고 가기
앞선 사례와 같이 젠더와 관련한 개념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 먼저 ‘젠더리스’와 ‘젠더 뉴트럴’과 같은 용어들이 정확히 어떤 뜻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젠더리스‘란 성과 나이의 파괴를 주 특성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으로, 중성성을 표현하는 트렌드다. 예전에 ‘유니섹스’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는 여성들이 남성복을 입는다는 의미와 더 가깝다. ‘젠더 뉴트럴‘은 남녀 구분 자체를 없애고 중립적으로 보아 사람 자체로만 생각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이분법적인 성 역할이 파괴되고 있는 요즘 트렌드를 젠더 뉴트럴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젠더 스와프‘는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인물의 성별 전환을 가리키는 말로, 공연계의 *젠더 프리 캐스팅이 그 예시다.
*젠더 프리 캐스팅: 배우의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캐스팅을 말한다. 공연의 기획 단계부터 배역에 젠더를 정해놓지 않거나, 성별이 고정된 역할이더라도 이를 연기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캐스팅하는 것이다.
젠더 이분법의 파괴는 설문조사에서 흔히 묻는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질문에도 적용되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구시대적 성 역할을 넘어, 생물학적인 개념 역시 이분법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에 의하면, 미국 34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의 50%가 성별은 하나의 스펙트럼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남과 여를 구분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러한 끝없는 논쟁 속에 확실한 한 가지는 타깃에게 구시대적인 성 역할을 부여하는 마케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그간 통상적이라고 여겼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략은 힘을 잃고, 그들을 ‘사람‘으로 바라보고 발 빠른 전략을 세우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젠더 트렌드와 관련한 상품이나 마케팅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재 2021년의 젠더 뉴트럴은 어떤 모습일지 각 업계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다!
남성복 여성복 말고,
나를 표현해주는 패션, 내 몸이 편한 패션!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라는 말은 패션계에서는 이미 무의미하고 구시대적인 말이 된 지 오래다. ‘나‘의 개성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룩이라면 그것이 치마든, 짧은 반바지든 상관없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하이힐이나 핸드백을 남성이 착용하고 나오는 것을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숏컷의 헤어스타일을 지향하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남녀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럼, 자세히 살펴보자.
교복 브랜드의 달라진 커뮤니케이션만 봐도 업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교복 브랜드들은 과거에 여학생들에겐 ‘나노핏’, ‘슬림 라인’, ‘다이어트 지퍼’ 등의 수식어로 제품을 어필했으며, 남학생들에겐 키가 커 보이는 매직 지퍼 등의 제품력을 내세웠다. 여자는 날씬해야 하고, 남자는 키가 커야 한다는 성 고정관념을 은연중에 주입해온 것이다. 필자 본인이 학생이었을 때도 교복 치마와 블라우스엔 핏을 조여주는 지퍼가 달려 있었다. 해당 브랜드에선 그 지퍼에 ‘에티켓 지퍼’라는 네이밍을 붙였다. 그 당시엔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하는 학생에게 허리 라인이나 스커트 실루엣을 살리는 것이 왜 중요하며 왜 그것이 ‘에티켓’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들이 이어진다.
다행히 시대가 많이 변했다. 최근 스마트학생복은 여학생들이 학교생활 중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도록 활동성을 강화한 친환경 신소재 여학생 교복 바지를 선보였다. 아이들의 편한 활동을 위해 바지의 스트레치 기능과 착용감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제는 남학생, 여학생을 불문하고 편한 제품 속에서 나만의 교복 스타일을 찾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되고 있다. 여학생들의 흉통과 배를 조이고 남학생들의 다리를 조이는 교복이 아닌, 학생을 위한 편의성과 좋은 소재 등 실용성을 어필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명품업계 역시 젠더리스에 주목한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는 2022 S/S(봄·여름) 남성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남성 크롭톱을 선보였다. 이날 남성 모델들은 허리 라인이 드러나는 짧은 길이의 상의를 입고 나왔다.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추리니는 “이번에는 남성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이야말로 경계를 부술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 역시 2022년 S/S 남성 컬렉션에서 ‘스코트‘(skort)를 선보였다. ‘스코트’란 짧은 바지인 쇼츠(shorts)와 스커트(skirt)를 합친 말로, 남성용 미니스커트로 이해하면 쉽다. 프라다 컬렉션에서 남성 모델들은 다리 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스코트’와, 어깨가 훤히 드러난 니트 등을 입고 등장했다. 여성들이 남성복을 입는 유니섹스의 개념이 젠더리스로 진화하면서, 남성들이 과거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이템들을 시도하는 모습이 명품 업계에서 과감하게 보여지고 있다. 이젠 패션을 남성복이나 여성복으로 한정하는 것이 오히려 촌스러운 생각이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의 페미닌룩과 같은 젠더리스 스타일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민은 신곡 ‘butter’의 뮤직비디오에서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남자를 위한 체크무늬 치마 ‘킬트‘를 입고 등장했다. 또한 또 다른 멤버 뷔 역시 ‘Map of the soul: Persona’ 자켓 촬영에서 여성용 화이트 스커트에 백조의 깃털 같은 풍성한 소품, 남성들이 주로 신어온 거친 느낌의 더비슈즈(경마용 신발)를 매치했다. 이에 대해 외신에서는 각 성별에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아이템들을 믹스매치해 과감하고 창의적인 조화를 이루어 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평소 여성용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을 거리낌 없이 착용하고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젠더리스 패션의 진수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물론, 이런 변화에 대해 생소함을 느끼는 대중들도 많다. 매일경제 인터뷰에 따르면 직장인 김 모 씨(남·29)는 “옷을 입는 건 자유라고 하지만, 저보고 입으라고 한다면 선뜻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며 “아직은 너무 생소한 패션“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남성의 크롭톱 패션 사진을 공유하며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해도 너무 간 것 같다”며 “거리에서 배꼽티를 입은 남성을 흔히 목격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너무 당황스러울 것 같다”라고 했다.
반면,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 모 씨(남·25)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가 무엇을 입든 자유롭게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며 “젠더리스는 거스를 수 없는 패션 트렌드가 되고 있고, 시도해보고 싶은 패션“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한욱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젠더리스 패션은 단순히 유행이라 보기보다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거부하며,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MZ들의 인식을 패션으로 표현한 것이 젠더리스 패션”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아직 젠더리스는 대중적인 대세를 이루는 트렌드는 아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시대정신이 담긴 유의미한 지표임은 분명한 것 같다.
나를 표현하기 위한 개성과 스타일을 위한 것을 넘어, 신체의 건강과 편의성을 위해 젠더리스를 반영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인식이 확산되면서, 예쁘지만 몸을 압박하던 과거의 보정 속옷 대신 신체의 편함과 건강을 신경 쓴 속옷을 찾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세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 브라캐미솔과 Y존을 압박하지 않는 여성용 사각팬티를 선보였는데, 올해 1월부터 6월 현재까지 브라렛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9%,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72%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여성용 트렁크 팬티는 자주 여성 팬티 전 품목 중 가장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여성용 사각 드로즈인 ‘보이쇼츠’는 올해 처음으로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자주 마케팅 담당자는 “여성용 사각팬티인 드로즈가 삼각팬티의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최근의 속옷 트렌드가 건강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성들 사이에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지속되면서 편안한 여성 속옷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 광고는 최근 온에어 된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슬림9′의 ‘나를 9하다’ 캠페인이다. 브랜드는 많은 여성들이 볼륨감, 디자인적 요소만 살린 속옷을 선택하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해당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간 여성의 가슴과 Y존을 조여오던 답답함으로부터 ‘해방‘하자는 메시지를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캠페인 런칭 후 매출이 최대 6배 증가했다고 한다. 변화된 커뮤니케이션은 여성 속옷 업계 전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볼륨감을 강조하던 과거 커뮤니케이션과 다르게, 내 몸에 맞고 편한 속옷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는 추세다. 이처럼 여성에게 와이어 속옷과 삼각팬티가 당연하지 않은, 내 몸과 건강을 위한 속옷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편함‘을 위한 젠더리스가 패션·속옷 업계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익숙한 남성 뷰티 모델과 니치향수
그간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여겨지던 뷰티 업계 역시 젠더 뉴트럴 흐름이 시작된 지 오래다. 남성들이 뷰티 업계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 남성 소비자 구매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그동안 남성 뷰티 트렌드였던 올인원 제품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백과 진정, 각질 관리 등 기능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맨즈케어 영역이 기초를 넘어 색조와 바디 등으로 점차 넓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남성 소비자 고민과 니즈에 집중한 특화 제품 성장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많은 브랜드들이 남성 소비자를 겨냥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아예 남녀의 구분 없이 사용이 가능한 뷰티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흐름이다. 2018년 론칭된 ‘라카(LAKA)’는 ‘젠더 뉴트럴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콘셉트로 하여 시작하는 등 뷰티 업계에서의 젠더 뉴트럴은 제품에서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또한, 남성 뷰티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남성 뷰티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인기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그동안 여성 모델들이 점령하던 뷰티 모델에도 변화가 생겼다. 뷰티 브랜드 곳곳에서 남성 모델을 볼 수 있다. 프랑스 뷰티 브랜드 ‘겔랑’은 지난달 황민현을 자사 모델로 발탁하였으며 ‘지방시 뷰티’는 지난 1월 강다니엘을 향수 모델로 발탁했다. 특히 색조 화장품에서의 남자 모델 발탁이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강다니엘 역시 지방시뷰티의 립스틱을 발라 화제가 됐다. 작년 2월 김우석은 ‘클리오’의 모델로 발탁돼 화보를 통해 붉은 입술을 맘껏 뽐냈다. ‘베네피트’는 지난해 여름 하성운을 모델로 하여 틴트 화보, 브로우 메이크업 화보를 공개했다. ‘토니모리’ 역시 김요한을 모델로 발탁하여 젠더리스 콘셉트의 메이크업을 통해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립밤 등 자사 제품을 톡톡히 홍보했다. 남성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도 ‘어반디케이’의 뮤즈로 발탁돼 어반디케이의 쉐도우를 얹은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남성 모델 기용은 남성 소비자뿐만 아니라 여성 소비자의 구매도 견인했다. ‘ㅇ’정신과 박종석 원장은 이러한 현상을 “성과 경계를 넘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적 욕망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것은 한계와 경계가 없다는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억압된 심리에 간접적으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준다”며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남성 뷰티 모델 기용이 성별에 관계없이 큰 효과를 보고 있음에 따라 앞으로 뷰티 업계에서 남성 모델의 영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가 지속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향수를 통해 자신을 꾸미는 뷰티 트렌드가 유행하며 향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니치향수가 이러한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니치향수는 병당 30만 원 안팎인 고가 프리미엄 향수를 가리킨다. 과거 향수 시장은 성별 구분이 명확했다. 꽃향기의 플로럴 향은 여성 향수, 스파이시 계열은 남성 향수로 명확히 구분됐다. 제품 디자인 역시 여성 향수는 주로 곡선이 두드러지는 디자인에 화려한 컬러감, 남성 향수는 직사각형의 어두운 컬러가 주를 이루며 성별의 구분이 확실했다. 하지만 최근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고 유니섹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중성적인 향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니치향수와 젠더리스 향이 만나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바이레도, 프레데릭 말, 딥디크 등의 인기에 힘 입어 많은 향수 브랜드들이 젠더리스 니치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향수 매장의 직원은 “여성용, 남성용으로 향수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다”며 “남성 고객이 화장품 향이나 시트러스 계열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성 고객이 우디한 향을 찾는 일도 잦아졌다“며 이제 향수의 성별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니치향수 소비에서 20대의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향수 업계가 젊은 층을 사로잡으려면 이러한 젠더리스 열풍을 간과해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속 점점 허물어지는 성별 경계성
앞서 패션에서 BTS의 지민을, 뷰티 모델에서 남성 모델을 다수 소개한 것처럼 연예계에서 역시 젠더 뉴트럴이 반영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에서도 젠더 뉴트럴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여성 대표‘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과거 드라마 속 여성들이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꾸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남자친구’,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마인’ 등 다양한 드라마가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달라진 여성의 시대상을 드라마가 반영하면서 진취적이고 능력 있는 여성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악녀 캐릭터에서도 여성의 등장이 돋보인다. 과거 조커, 타노스 등 남성 캐릭터가 주로 매력적인 악역을 그려내고, 악녀는 남성 중심 사회를 일탈하는 모습으로 한정되어 표현됐다면 최근에는 주도적인 악녀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마인’의 빌런 가정교사 강자경, ‘팬트하우스’의 천서진까지 이제는 여성 악녀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하며 매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개봉했던 ‘크루엘라‘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드라마 연출에서도 여성 연출가 바람이 불고 있다. ‘괴물’, ‘빈센조’, ‘마인’ 모두 여성 연출가의 섬세한 연출로 성공을 맛 본 사례다. 높아진 사회의 젠더 감수성 속에서 앞으로 다양한 여성 캐릭터와 연출가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K팝 시장 역시 젠더 뉴트럴이 화두다. 걸그룹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콘셉트가, 보이그룹에는 멋지고 강한 콘셉트가 대세를 이루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걸그룹과 보이그룹은 성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보이그룹 시장에서 젠더 뉴트럴 트렌드를 이끈 것은 샤이니의 태민이다. 태민은 솔로곡 ‘MOVE’를 통해 젠더리스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하고 최근에는 신곡 ‘어드바이스’에서 젠더리스 패션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끌었다. 은빛 장발과 허리를 내보이는 짧은 크롭티, 초커 목걸이와 링 귀걸이를 통해 젠더 뉴트럴한 자신의 콘셉트를 공고히 했다. 또한 남자 아이돌의 스팩트럼을 확장시킨 시도이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SF9 역시 최근 활동에서 젠더 뉴트럴 콘셉트에 도전했다. 새 타이틀곡 ‘Tear Drop’ 무대에서 파워풀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표현하는 안무를 통해 성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남자 아이돌이 무대에서 크롭티를 입거나 네일아트를 하고 신체 제모를 하는 등 남자 아이돌 스타일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여자 아이돌에도 역시 변화가 있다. 이제 여성 아이돌이 수트를 입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여자 아이돌 역시 셔츠와 넥타이를 자주 활용한다. 최근 그룹 우주소녀의 유닛 우주소녀 더 블랙은 신곡 ‘이지’ 활동 내내 바지 정장을 입고 무대를 소화했다. 역주행의 붐을 일으킨 브레이브걸스 역시 ‘롤린’으로 4년 만에 재활동을 하며 섹시한 이미지의 의상을 전면 수정했다. 팬들의 의상 변경 요구가 있었고 이를 반영한 결과다. 즉, 대중들이 여자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과거에 ‘치어 업’을 통해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 돼”라고 노래했던 트와이스가 이제는 ‘I Can’t Stop Me’의 가사를 통해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여자 아이돌 시장의 트렌드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K팝을 통해 여성과 남성에게 각각 기대되는 이미지를 만들고 대중에게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제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각각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가수 본인에게도 스팩트럼의 확장이고 대중들도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으므로 서로에게 윈윈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Outro
코로나19로 한 해 미뤄졌던 2020 도쿄 올림픽이 9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감동과 아쉬움 그리고 기쁨을 전 세계가 나눌 수 있었던 17일간의 여정이었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는 조금 특별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25일 여자 체조 예선에서 독일 여자 대표팀은 기존과 다른 낯선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유니타드였는데요, 원피스 수영복에 소매가 덧대어진 형태로 하반신 노출이 많았던 기존 레오타드 유니폼과 달리, 하반신 전체를 발목까지 덮은 모습이었습니다.
선수 자이츠는 로이터와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입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기존 유니폼을 더는 입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유니폼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바뀔 것이며, 경기 당일 무엇을 입을지는 그날 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 일본 국가대표 다나카 리에는 자신이 “주간지 섹시녀가 되어 있었다“며 불쾌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었죠. 불필요한 노출로 인해 여성 선수들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달라붙거나 노출이 있는 유니폼을 입어야 더 편안하고 기량을 잘 뽐낼 수 있는 종목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의 숏컷 헤어 스타일은 선수의 기량과는 상관없는 요소임에도 불구, 그녀는 네티즌들에게 숏컷에 대한 이유를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안산 선수는 ‘그게 편하다’는 우문현답으로 사이다를 선사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스타일이든 선수의 기량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자유롭게 원하는 모습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스포츠계의 해묵은 젠더 고정관념이 이번을 계기로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Reference
- [C를 찾아서] 에어로케이② 젠더리스 유니폼·하늘 위 공연…”MZ세대는 핵심고객” (아주경제, 2021.05.31)
- 에어로케이 젠더리스 유니폼 캠페인, ‘에피어워드 코리아’ 동상 수상 (뉴시스, 2021.07.03)
- [생글기자 코너] ‘젠더리스’와 ‘젠더스와프’ 그리고 ‘젠더뉴트럴’ (한경, 2020.12.07)
- 젠더리스, 성별의 경계를 뛰어넘은 미국 시장 트렌드 (kotra, 미국 시카고무역관 김수현)
- 미국 시장에 퍼지는 ‘젠더리스’ 트렌드 (kotra,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우은정)
- 패션업계, ‘젠더 뉴트럴’ 트렌드 반영한 제품 선보인다 (문화뉴스, 2021.07.29)
- “펜디 배꼽티, 프라다 미니스커트…남성복입니다” 젠더더리스패션 와글와글 (매일경제, 2021.07.29)
- 방탄소년단 뷔, 젠더리스 패션도 완벽 소화..다양한 페미닌룩 연출법 화제 (스타뉴스, 2020.05.21)
- 트렁크 팬티 입는 여자···MZ세대엔 ‘젠더 뉴트럴’이 대세 (서울경제, 2021.05.10)
- “여자도 사각팬티” 女 드로즈 매출 72%↑…삼각팬티 판매량 앞질러 (2021.06.11)
- “뷰티 시장 큰손으로 거듭나는 남성”… CJ올리브영, 남성 소비자 구매 25%↑ (동아닷컴, 2021.07.15)
- 어반디케이X몬스타엑스 한국 뮤즈 활동 본격 돌입 (시선뉴스, 2021.02.05)
- 뷰티업계, ‘젠더 뉴트럴’이 대세…“립스틱 바르는 남자승무원까지” (한스경제, 2020.08.25)
- 뷰티 트렌드가 바뀐다…MZ세대 사로잡는 ‘젠더리스’ 뷰티 브랜드 (FETV, 2020.12.12)
- [2021 뷰티전망②] 젠더리스 全분야 확산… 첫 진출 ‘라카’ 독보적 (시장경제, 2021.01.06)
- [젠더리스 세상①] “남자가 화장하는 게 어때서?” (데일리안, 2021.05.28)
- [스타의잇템] 패션뷰티 모델은 여성만? 벽 허무는 남성 아이돌 스타 (일간스포츠, 2021.08.09)
- “한 번 뿌릴 때마다 1000원”…니치 향수도 고가 브랜드 전성기 (조선비즈, 2021.05.11)
- 코로나에 코라도 호강해야…20대 ‘큰손’ 뜬 니치 향수 시장 (한겨레,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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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트렌드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