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역시 새로운 세상입니다. 여태까지 여러분이 알고 있던 세계랑 너무 다를 거예요.
저는 혼자 좌충우돌하면서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갔던 것 같아요. 입사 1주일 만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아 후회하기도 했고요. 나랑 너무 다른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소외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 출신이라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저 혼자만의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이제 막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지인들을 볼 때면, 조금이나마 제가 알고 있는 걸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경험하고 조언을 줄 수 있는 지인이 당시 제 곁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거든요. 적응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을 소개해드릴게요.
1. 먼저 커피챗을 요청한다
커피챗(coffee chat)이라고 들어보셨나요? coffee(커피) + chat(수다)으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회사마다 다양한 용어로 불릴 수 있는데 캐주얼한 미팅 자리입니다. 대기업에서 팀장이나 선배가 ‘커피 한잔하러 가자’라고 하는 걸 떠올려보면 돼요. 일명 티타임이죠.
스타트업에서 처음 오면 가장 먼저 당황하는 게 아무도 먼저 나서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전임자나 사수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 있다고 하더라도 인수인계가 체계적이지도 않아요. 일 말고도 회사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은데, 둘러보면 동료들이 너무 바쁜 것 같아요. 말조차 걸기 어렵죠.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이 앉은 사람부터 한 명씩 커피챗을 요청하는 거예요.
먼저 다가가는 겁니다. 말할 주제가 없어도 괜찮아요. 그냥 회사 생활, 조직 문화, 최근 관심사 다 좋습니다. 혹시 잘 모르는데 커피챗을 요청해도 되는지 걱정되시나요? 제 경험상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먼저 요청하지 못해서 미안해했어요.
왜냐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바빠서 먼저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지, 상대가 다가오면 누구보다 친절해요. 특히 스타트업에 처음 적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본인도 경험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도와주려고 할 거예요.
커피챗이 좋은 이유는 사무실에서 벗어나 일 외에 서로 친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언제 어떻게 커피챗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우선 상대의 스케줄부터 확인합니다. 대개의 스타트업에서는 개인의 일정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캘린더(구글 캘린더 등)를 사용해요. 캘린더에서 상대를 검색해 비어있는 적당한 시간대를 선택한 후, 메신저나 직접 구두로 요청하면 좋습니다.
2. 스타트업이 쓰는 업무 툴에 익숙해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사용하는 업무 툴이 아예 달라요. 예를 들어 대기업은 자체 메신저를 쓴다면, 스타트업은 슬랙, 팀즈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만든 메신저를 사용합니다. 저는 스타트업에 입사해 슬랙이라는 메신저를 처음 사용해봤는데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 같았어요. 마치 평생 한국에 살다가 30년 만에 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은 느낌이랄까.
처음엔 1분에 수십 개씩 오고 가는 메시지에 압도되었어요. 그리고 수많은 메시지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업무를 하는 동료들을 보았어요. 나도 저렇게 해야 될 것 같아서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주 만에 슬랙에 익숙해졌고, 어느덧 슬랙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편리함에 빠져들었습니다.
무기의 사용법도 모르는데 전투에 임할 수 없겠죠. 스타트업 세계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사용하는 업무 툴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긴 하지만, 사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모르면 옆 사람한테 물어봐 가면서 빠르게 익숙해지세요.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업무 툴
3.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려면 속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겠죠. 제가 추천해 드리는 방법은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겁니다. 특히 여러분은 이제 막 스타트업 세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내가 입사한 회사가 스타트업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워요. 또한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속해있는 회사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죠.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입니다.
최근 IT 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스터디를 하거나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가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모임에 가입해 활동한다면 스타트업에 더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조언과 팁들을 얻을 수 있어요. 또한 업계 트렌드나 소식을 접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죠.
저 역시 입사하자마자 세 개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했어요. 그때 다양한 산업과 직무로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을 만났어요.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면서 업계 소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현재의 고민이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서로 정보를 알아봐 주기도 하고,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투자금을 받기 위해 조언을 얻기도 했어요. 지금까지도 서로의 서비스의 바이럴 마케팅을 해준다든지, 사업에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 주면서 상부상조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
이 외에도 소개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활동하는 Private한 모임도 있어요. 보통 지인 추천을 통해 들어가게 되고 단체 카톡방으로 최근 이슈나 정보를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만나 스터디를 하기도 합니다
4. 모르는 건 빠르게 물어본다
스타트업에 오면 모르겠는 거 투성이에요. 동일 산업이나 직무로 이직한다 하더라도, 스타트업은 일하는 방식도 사용하는 툴도 달라요. 문서나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결국 모르는 게 생기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해결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실 거예요.
제가 추천해 드리는 방법은 모르는 게 생기면 무조건 빠르게 질문하라는 거예요.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만들어 두세요. 예를 들어 ‘궁금한 게 생기면 당일 퇴근 전까지 질문한다’ 식으로요.
쌓아놓고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거나, 아직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미루는 건 후회를 낳습니다. 한 달, 두 달 흐를수록 물어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특히 경력자라면 바로 실무에 투입될 확률이 높습니다. 나중에 파악하려고 하면 그때는 이미 다른 일들이 생겨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도 그걸 몰라’ 하는 눈총을 받을 수도 있고요.
요약정리
스타트업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네 가지 자세를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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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