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공간도 기회로 활용하는 디테일

 

 

아직 유저가 서비스 안에서 아무 거래도 하지 않아서 장바구니, 즐겨찾기 목록 같은 화면에 보여줄 것이 없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추가한 것이 없습니다” 라는 안내만 해주는 것이 최선일까요?  

이때, 오프라인 상점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게에 처음 방문했거나, 본인이 무엇을 했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고객의 문의에 대해 “~은 없습니다” 라고만 냉담하게 말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고객 입장에서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겁니다.

반면에, 사용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거나 “혹시 이런 것은 어떠세요?” 하고 좋은 추천을 해 준다면? 그런 친절함에 감동을 받고 단골이 되기도 합니다.  

모바일 서비스 안에서의 경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보여줄 것이 없는 빈 공간이지만, 그런 빈 공간에서의 세심한 문구 하나로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키고, 추가적인 판매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1. 일반적인 빈 공간 활용 사례

 

 

 

 

좋아하는 작가(아이디어스), 관심 목록(당근 마켓) 화면입니다. 당연하게도 유저가 기존에 관심을 표현한 콘텐츠가 있어야만 기능을 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위 두 서비스는 이런 메뉴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런 화면을 마주하게 되는 대상이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아직 아무것도 관심 표현을 하지 않았음에도 ‘좋아하는 작가’ / ‘관심 목록’을 눌러본 유저라면,

1) 아직 해당 서비스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2) 메뉴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이러한 유저들의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서비스 또는 해당 메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면서 + 자연스럽게 서비스 안을 둘러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좋겠죠.

 

 

 

 

위 사례는 패션 커머스 플랫폼인 ‘무신사’ 의 사례입니다. “좋아하는 상품이 없다” 는 메시지에 추가로 ‘인기상품’/ ‘추천상품‘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잘못 메뉴를 선택한 유저에게 → 추가적인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첫 사례보다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추천 상품 보기’라는 유저의 ‘행동’ 만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눌러보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습니다.  

유저가 ‘해야 할 행동’ 보다는 ‘얻을 수 있는 것’을 제안해 주는 것이 더 좋은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글 참고)  

 

 

2. 서비스 사용 방법 & 고객이 얻는 가치를 설명하기

 

 

 

 

‘쿠팡이츠’의 즐겨찾기 메뉴입니다. 위 사례는 빈 화면을 활용해서 ‘쿠팡이츠’라는 서비스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고 유저의 다음 행동까지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1)  “즐겨 찾는 ‘맛집’ 이 없습니다” 라는 표현과 함께 음식 사진을 함께 보여줍니다. 쿠팡이츠는 음식점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이고, 그중에서도 나의 ‘맛집’을 등록할 수 있다는 메뉴의 성격까지 잘 이해가 됩니다.

2) 음식점 소개의 ‘♡’ 버튼을 누르면 즐겨찾기 등록이 된다는, 서비스 이용 방법 또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3) ‘쿠팡이츠에는 많은 맛집이 있고, 이런 다양한 맛집들을 둘러볼 수 있다‘는 의미의 버튼을 두고 있습니다.

 

 

 

 

다음은 교육 클래스 플랫폼 ‘탈잉’의 위시리스트 메뉴입니다.

1) 위 사례는  “~이 없습니다” 라는 부정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수업을 찜해보세요” 라는 긍정의 능동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잘못 메뉴를 눌렀다’ 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권유를 통해 다음 행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2) 추가로, ” ‘탈잉 에서는 듣고 싶은 수업이나 튜터를 찾아볼 수 있다 “는 서비스에 대한 설명까지도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3. 광고로 활용하기

 

 

 

 

다음은 채용 플랫폼인 ‘잡코리아’의 사례입니다. ‘입사지원현황’ 이라는 메뉴를 들어가면, “활동 내역이 없습니다” 라는 문구 아래에 광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사지원현황’ 이라는 메뉴의 맥락에 맞게 → “여기에 지원하면 취업확률 UP!” 이라는 채용 공고를 광고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다음은, 보험 중개 플랫폼인 ‘보맵’의 사례입니다. ‘일상 보험’ 이라는 메뉴를 선택 시 “가입한 보험 내역이 없습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하단에 일상보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맵 플랫폼에서 새로운 보험 가입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교육 클래스 플랫폼인 ‘클래스 101’입니다. 클래스 101은 다른 강의와 함께 구매 시 ‘0원’ 에 구매할 수 있는 ‘오늘의 0원’ 이라는 데일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장바구니를 선택 시 “오늘이 지나면 사라지는 0원 클래스를 담아보세요” 라는 식으로 해당 이벤트 상품을 광고합니다. 추가로, 현재 인기 있는 클래스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함께 안내하고 있습니다.

 

 

4. 브랜딩 하기

 

한 가지 재밌는 사례로 ‘배달의 민족’ 이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위 다른 사례들처럼 서비스 기능이나/광고 등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빈 페이지에서도 배달의 민족만의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찜한 가게’라는 메뉴에서는 배달의민족 전용 폰트로 “찜” 이라는 심플한 텍스트를 (‘찜’ 음식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주고 있고,

‘받은 선물함’ 메뉴에서는 선물함이 텅 비었다는 의미로 “텅” 이라는 텍스트를 크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저의 추가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장치들은 보이지 않지만, 자주 눈에 띄지 않는 이런 빈 페이지까지도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테일이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 ‘빈 공간’ 을 활용하는 여러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즐겨찾기 등록이나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이 없는데도 해당 메뉴를 눌러보는 건, 어쩌면 유저의 단순 실수일 수도 있고 서비스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순간에도 서비스 이용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해주거나, 자연스럽게 상품 등을 추천해준다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서비스의 완성도도 높아 보여서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낳는 법입니다.

   

   

나노 UX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