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매한 상품, 짝퉁인지 확인해봤어?

 

 

짝퉁은 중국이나 지하상가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는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달랐다. 우리가 너무나도 자주 이용하는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이제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짝퉁인지 아닌지를 의심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1. 짝퉁은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었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로 성장한 ‘쿠팡’은 최근 짝퉁상품이 유통된다며 시계산업협동조합과 분쟁을 하고 있다. 2020년 말 조합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쿠팡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명 짝퉁 시계 브랜드는 684종이나 되며,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정품과 짝퉁이 똑같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판단으로 이들을 구분해야 한다.

 2018년 말,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 관광특구’가 유럽연합(EU)의 ‘위조 및 불법복제 감시 리스트’의 감시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12개 유럽 기업들이 네이버에 통보한 위조품 통지 및 삭제요청만 5만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동안 짝퉁 유통은 중국에서나 행해지는 문제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사실을 마주하면, 짝퉁은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짝퉁을 구매하고 있던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범죄 산업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짐에 따라 가품, 위조품 판매 문제는 점차 심각해졌다. 특히 포털사이트나 이커머스 사업자가 직접 판매하는 형식이 아닌, 사용자가 제품을 등록하는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기승이다. 특허청 분석 결과 최근 10년(2010년~2019년 7월) 오픈마켓에서 판매된 상품 중 위조상품으로 압수된 물품은 모두 1130만 개, 압수액은 4819억 원 규모다.

 2020년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으로 매년 20%씩 빠르게 성장하였다. 글로벌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은 올해 1,000조 원을 상회하고, 2023년에는 1,7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위조상품 유통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온라인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커머스 내 위조상품 문제가 심각하게 악화하였다.

 

 

2. 이커머스 플랫폼, 짝퉁 거래를 못 막을까 안 막을까

 

절대 강자가 없는 이커머스 시장,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네이버와 쿠팡은 공격적으로 물류&유통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될 듯한,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사업의 목적을 살펴보면 그들이 어떤 분야에 집중하며 무엇을 놓치는지 알 수 있다.

 

이커머스 전쟁 : 이커머스는 더 많은 사용자를 원한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기반의 셀러 중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0%에 가까운 압도적인 최저 수수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네이버가 이렇게 좋은 가격을 제안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다른 영역에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에서부터 결제, 배송까지 모두 네이버 내에서 이뤄지면서 이제 네이버는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 데이터를 습득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 상품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네이버는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제안해 더 많은 셀러가 네이버 쇼핑에 입점하기를 기대한다. 그 결과 더 많은 셀러를 유치하여, 네이버 쇼핑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시장에서의 파워’를 키우고자 한다.

쿠팡은 네이버 보다 더욱 공격적이다. 쿠팡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어는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압도적으로 빠른 배송과 고객중심의 UI, 자유로운 단순변심 반품 서비스를 통해 쇼핑하기에 가장 좋은 앱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셀러(판매자) 입장에서 선호받는 플랫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고객 트래픽을 통해 셀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처럼 모든 이커머스가 더 많은 고객과 셀러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lock-in 하도록 경쟁한다. 따라서 공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규모의 성장을 우선으로 추구하였다. 하지만 성장이란 목표에 몰두되어 그 뒤에서 발생한 문제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진. 쿠팡 홈페이지

 

 

오픈마켓은 짝퉁 상품을 제거할 법적 의무가 없다

 

흔히 소셜커머스를 뜻하는 통신판매업자와, 오픈마켓을 가리키는 통신판매 중개업자의 가장 큰 차이는 판매상품에 대한 책임 유무다. 직매입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는 자사에서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보상 책임이 있다. 반면 상품 거래를 위해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통신판매 중개업자는 조금 다르다. 판매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상 책임은 중개사업자가 아닌 상품 판매자가 지게 된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통신판매 중개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예전과 달리 판매 상품의 진품 여부를 가릴 사전 검증 의무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개자인 오픈마켓은 입점 판매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여서 위조상품이나 불공정 판매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과거에는 오픈마켓이 단순히 판매 공간만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인지도·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러한 법 구조를 개편하는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3. 이커머스 기획자가 고려해야 할 공정한 시장에 대한 윤리의식

 

소비자들은 같은 상품이라면 당연하게 저렴한 상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심리에는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은 정품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커머스는 고객과 셀러들을 모집하는 데 집중하여, 짝퉁이란 문제점들을 등한시하였다. 그 결과, 짝퉁시장은 이제 급격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범죄 산업이 되었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커머스 기획자의 잘못이다.

 

과연 그들에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없을까? 쿠팡의 경우 IT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수익화에만 집중하고 있다. 만일 위조상품 신고가 들어오면 품절 처리를 하는 등 숨기기에만 급급하다.

따라서 이커머스 기획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의식’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획 이면에 발생 가능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고려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할 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 형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이커머스 중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기업이 여러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의 방식을 통해서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내 이커머스의 짝퉁 해결 노력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안전거래센터‘를 전문적으로 운영해, 현행 법령 및 사이트 이용정책 등에 어긋나는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그들은 고객센터로 접수된 가품 신고 상품을 이베이코리아 자체 비용으로 무상 회수해 브랜드사에 직접 감정을 요청한다. 가품으로 확정된 경우 신고한 구매자에게 ‘100% 환불’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G마켓과 옥션 모두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의 안전성을 높였다. 에스크로 시스템이란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고 물품을 수령한 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지만, 플랫폼 운영자(이베이코리아)가 판매자(G마켓, 옥션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거래액을 전달하는 구조의 시스템이다.

11번가는 상표권, 특허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모든 권리 침해에 대한 제보 및 신고를 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보호센터’와 위조품, 위해 상품 등 불법상품 및 부정거래에 대한 제보 및 신고를 할 수 있는 ‘안전거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센터는 11번가 상품 중 본인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상표권, 특허권, 저작권, 초상권 등)의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신고 플랫폼으로, 권리자가 간단한 절차를 통해 신고한 뒤 신고를 받은 판매자가 3일 이내에 소명하지 않거나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해당 상품은 즉각 판매 금지된다.

 

짝퉁에 대한 이커머스의 방관을 해결하는 스타트업

 

이러한 이커머스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비즈니스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마크비전아마존·이베이(미국), 알리바바·타오바오(중국), 쿠팡·네이버(한국) 등 10개국 25개 업체와 연계해 위조상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정품의 이미지·가격·리뷰 등을 학습한 후, 이를 기반으로 24시간 내내 해당 업체 사이트에 올라온 위조제품을 찾아낸다.  

그동안 지식재산권(IP) 보호가 필요했던 기업들은 직접 사람이 일일이 각 해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위조상품을 적발하고 제거를 요청하는 복잡한 과정을 감내해야 했다. 사람이 직접 이 작업을 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돼 효율이 떨어졌다. 이에 반해, 마크비전의 AI 기술을 활용하면 한 달에 수천, 수만 개의 위조상품도 거뜬히 제거할 수 있다. 실제 기존에 월 300개 적발에 미치지 못하던 한 기업의 경우, 마크비전의 서비스를 통해 월 1만 5000개까지 위조상품을 찾아 제거한 바 있다.

 

 

4. 결론

 

네이버가 유럽연합(EU)의 ‘위조 및 불법복제 감시 리스트’에서 등록된 이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국회 감사까지 다녀왔다. 그 자리에서 한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위조상품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네이버는  2020년에 해당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하고 있지 않을까. 해결 가능한 문제임에도, 등한시하고 있지 않을까. 뛰어난 기획자들이 만든 제품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로 되돌아갈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잊지 않고 되돌아본다면, 모두에게 소중한 제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Hy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