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이나 채용은 늘 필요하고 이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직책상 수많은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볼 기회가 많았다. 이때 느낀 점들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 마케터를 파악하는 몇 가지 조건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직장이 중심이 아닌 직업이 중심인 사람
경험상 직장인은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고 본다. 직’장’이 중심인 분과 직’업’이 중심인 분. 전자에게 중요한 건 회사의 네임밸류, 안정성, 복지 등이고 후자에게 중요한 건 기회, 역할, 가능성, 성장성 등이다. 물론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 좋고 나쁜 건 없다. 하지만 좋은 브랜드 마케터라면 후자에 더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브랜드 마케터라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보다는 비록 현재 인지도는 낮지만 어떻게든 자신이 맡은 브랜드를 성공시켜서(성공에는 많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자신의 성장 및 네임밸류와 연결할 수 있는 그런 열정 혹은 욕심이 그들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브랜딩에 대한 본인만의 명확한 생각
면접을 볼 때 늘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브랜딩은 무엇인지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경험이나 이유가 따로 있었는지. 브랜드 마케터라면 이것에 대해 본인만의 생각을 명확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것에 대해서 조목조목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는 면접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것에 대해 명확히 답변만 해도 그 사람이 평소 얼마나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뻔하지 않은 포트폴리오
나는 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함께 제시할 것을 면접자분들께 요구한다. 이유는 포트폴리오만 봐도 면접자의 기본적인 브랜딩 역량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포트폴리오 역시 남들과 차별화되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것의 내용부터 전개 방식 그리고 디자인까지도. 하지만 대부분의 포트폴리오는 정말 평범하게 그지없다. 이력서의 내용에 이미지만 첨부하여 전달하는 경우도 꽤 많고 포트폴리오를 자기소개서로 대체하시는 분까지도 보았다. 포트폴리오의 레이아웃 역시도 너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것에서 보고 싶은 것은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거기에 어떤 과정들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접근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에 관한 내용과, 그것을 얼마나 신경 써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지에 대한 센스다.
최근 본 포트폴리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보통 PPT나 PDF로 그것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노션에 담아 별도 URL로 전달한 케이스이고, 그 안에 자신의 브랜딩에 대한 관심도와 업무 스킬을 기술하고 본인의 프로젝트를 폴더별로 정리해서 제시한 사례였다. 그리고 프로젝트별로 그것을 하게 된 배경과 문제, 어떤 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에 대한 본인만의 접근법, 그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참여한 비율, 그것에 대한 결과와 아쉬운 점이 이미지와 영상과 함께 상세히 담겨 있었다. 시니어 브랜드 마케터를 뽑는 자리에 지원하신 이분은 연차가 기준보다 낮았지만 이런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역량이 좋다고 판단하고 그분을 모시려 했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뚜렷한 이유
브랜드 마케터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얼마나 그 브랜드에 빠져 있고 실제로 그것을 얼마나 소유했는지도 좋은 브랜드 마케터의 하나의 척도라고 난 생각한다. 어떤 브랜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단 해당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와 어떤 계기로 좋아했으며, 그래서 내 삶 속에서 그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특정 브랜드에 빠져 있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어떤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브랜드를 좋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력이 있고 그래야 내가 맡은 브랜드도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
브랜드 마케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브랜딩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만의 브랜드를 언젠간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 일을 좋아하고 브랜딩의 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으며, 그것으로 차별화된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브랜드도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다양한 트렌드와 문화에 대한 관심
좋은 브랜드 마케터라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트렌드와 요즘 유행하는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만의 또렷한 취미 활동도 있으면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것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자신의 업무와 연결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것은 분명 브랜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일에만 몰입하는 사람보다는 퇴근 후 혹은 주말에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이 함께 일했을 때 다양한 면에서 더 시너지가 발생함을 종종 경험했다.
물론 면접만으로 100% 그들의 역량을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고 좋은 브랜드 마케터의 조건이라는 게 기업마다 우선순위가 모두 다르겠지만 난 이런 항목들에서 어느 정도 그 사람의 브랜딩에 대한 역량과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브랜드 마케터 면접을 볼 때마다 이런 것들을 최대한 꼼꼼히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전우성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