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전에 마음에 새겼던 말이 있습니다. ‘딱 맞는 커리어는 없다‘라는 거예요. 채용 공고를 보면 왠지 나의 경력이 부족해 보여요.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죠. 자신감이 급하락합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본인의 이상형을 생각해보세요. 이상형에 맞는 사람들만 만나왔나요? 그렇지 않죠. 딱 맞는 조건을 갖춘 사람은 드물뿐더러 나와 만날 확률도 낮겠죠. 기업과 지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조건과 당신의 경험을 연결해 운명 같은 스토리를 만들면 되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명언 중 ‘Connecting the dots(모든 점들은 연결된다)’가 있어요. 어떤 일을 할 당시에는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고 무엇이 될지 몰랐지만, 훗날 돌이켜보니 전부 연결된다는 거죠. 스티브 잡스도 학부 시절에 아무 생각 없이 들은 타이포그래피 수업이 몇 년 후 최고의 아름다운 서체를 지닌 애플 컴퓨터를 탄생시켰다고 해요.
저는 여기에 덧붙여서 점들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누구에게나 살아온 시간만큼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 점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서 풍성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람은 드물죠. 따라서 지원하기 전부터 겁먹지 마세요. 원하는 기업을 발견했으면 이제부터 그 기업에 맞는 스토리를 쓰면 되는 겁니다. 없는 점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점들을 잇는 거예요.
“앞을 내다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직감, 운명, 삶, 카르마를 믿어라. 인생의 무수한 점들이 미래에 결국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
– 스티브 잡스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3단계
단계 1. 채용 공고를 보면서 주요 업무, 자격요건, 우대사항을 꼼꼼히 파악한다 단계 2. 회사와 채용하려는 직무에 있어, 현재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조사한다 단계 3. 회사의 문제와 나의 경험을 연결해 ‘내가 어떻게 그 문제를 풀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든다 |
단계 1. 채용 공고를 샅샅이 파헤친다
채용 공고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생각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 이력서들이 자주 들어옵니다. 제가 팀원을 채용하면서 봤던 안타까운 지원자 역시, 경력은 정말 화려한데 우리 회사와 직무에 맞는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채용 공고와 상관없는 경력을 쌓아서가 아니라, 수많은 경력들 중 무엇을 취사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덜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채용 공고를 더 신중하고 상세히 기재합니다. 사람이 필요한 부서에서 직접 작성하거나 채용 담당자와 함께 정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T/O는 제한적이고 당장 사람이 급해서 뽑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맡게 될 업무와 적합한 조건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저 역시 한 사람 한 사람 신중히 뽑아야 하는 만큼, 채용 공고를 올릴 때부터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작성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채용 공고의 주요 업무, 자격요건, 우대사항을 보면 그 회사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가 명확히 보입니다. 정말 잘 기재해 놓은 회사의 경우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머릿속에 그려지기까지 하죠. 심지어 어떤 기업은 함께 일하게 될 팀장의 SNS 계정까지 기재함으로써, 입사 후 어떤 사람과 어떻게 일하게 될지 정보를 주기도 해요.
★Tip★ 채용은 그 회사를 보여주는 첫 거울입니다. 만약 채용 공고의 기재 사항이 너무 부실하고, 읽어도 어떤 회사인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감이 안 올 정도라면 과감히 패스하시길 바라요. 이런 회사는 내부에서도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협의가 안 되어 있고, 일하는 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단계 2.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파악한다
채용 공고에 맞게 이력서나 면접을 준비하는 건 100점 만점에 70점이에요. 누구나 조금만 고민하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추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요?
채용 공고 이면에 숨어 있는 회사의 Need를 읽어내야 합니다. 회사는 현시점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경력자라면 말이죠. 이 말은 역으로 ‘내가 어떻게 그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내가 그 문제의 적임자’임을 설득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해당 스타트업의 현재 시점에 희소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그 희소한 자원은 현재 해당 스타트업의 투자 및 성장 단계 그리고 조직 및 인원 구성과 맞물려 있습니다.
회사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써보고, 온라인에서 읽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읽는 것입니다. 뉴스 기사, 보고서, 블로그나 SNS의 사용자 평가 등 그 어떤 소스도 상관없습니다. 그 회사의 고객인 친구나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기 때문이죠.
사례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아자르’라는 실시간 영상 메신저가 있어요. 전 세계 230개 국가에서 3억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구글 플레이 전 세계 비게임 앱 매출 5위를 기록할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 채팅 앱이에요. 카카오 화상 채팅을 떠올리면 쉬어요. 다만 카카오는 친구나 지인과 하는 거라면, 아자르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매칭되죠.
이 회사에서 서비스 운영 매니저를 뽑고 있는데요. 이용자를 분류하고 모니터링하는 일을 맡게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직접 앱을 사용해보고 검색해보니, 음란 행위 등 부적절한 노출을 하는 이용자들이 급증해 고객의 부정적 평가가 발생하고 있네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국내외 유사한 또는 참고할만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조사해 보는 겁니다. 이슈 발생 시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찾아보는 거죠. 팁을 드리자면 같은 카테고리의 더 오래된 글로벌한 서비스를 조사해보세요. 이 경우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의 문제 해결 사례를 찾아보면 되겠죠.
전혀 다른 산업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도 집주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사건 사고에 휘말린 적이 있어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에어비앤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이용자가 줄기도 했죠. 이때 에어비앤비는 이용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책을 재빨리 발표하고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상호 별점 시스템, 위기 상황에 대비한 보험 가입 및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한 거죠.
단계 3. 회사의 문제와 나의 경험을 연결한다
채용 공고를 분석하고 회사가 직면한 문제까지 찾았다면, 이제 나의 경력과 그 둘을 연결하는 거예요. 레고를 생각해볼까요. 여러분에게는 여러 가지 레고 모양이 있어요. 갖고 있는 레고를 모조리 조합한다고 멋진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닐 거예요. 단계마다 필요한 모양이 있고, 중요한 건 그걸 알맞은 곳에 끼우는 거예요.
채용 공고의 주요 업무와 부합하는 자신의 경력을 최대 5가지로 추리세요. 각 업무와 자신의 경력을 1:1로 매칭시킨다는 생각을 하면 좋습니다. 관련 없는 경력이라면 과감히 제외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주요 업무에 적힌 키워드를 유사한 단어로 바꿔서 작성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맡게 될 주요 업무가 ‘신사업 기획 제안’이라면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카테고리 조사’를 해봤다고 작성하는 거죠. 이렇게 쓰면 자연스럽게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게 작성하게 됩니다. 맥락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흔히 알려진 이력서 작성 시 팁을 보면, 업무에 대한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라고 하는데요. 저 역시 이 말에 공감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치를 작성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지원하려는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기대되는 성과를 기준으로 작성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지원하는 회사의 기존 서비스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신사업을 준비하려고 해요. 신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유저와 추가 매출 확보겠죠. 그렇다면 나의 경력에 대한 성과도 ‘얼마나 많은 고객과 매출을 추가로 획득했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겁니다.
요약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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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