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8.4%로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전년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특히 디지털과 친숙한 MZ세대는 제품 구매 시 정보 수집이 쉽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을 우선으로 고려하죠. 이제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온라인이 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자연히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목적도 새로워졌습니다. 단순 제품 판매나 아이쇼핑을 위한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곳으로 말이죠.
오프라인 공간은 목적에 따라 ▲체험형과 ▲경험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체험형 공간은 ‘제품의 구매’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가령 의료가전 브랜드 ‘세라젬’은 자사제품 척추 온열기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매장을 오픈하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출시 후 체험해볼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를 열었죠. 이때 방문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고 주관적인 정보를 수집한 뒤, 제품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반면 경험형 공간은 ‘브랜드 로열티’에 키 포인트를 두고 운영됩니다. 제품에 대한 정보전달을 넘어 우리 브랜드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거죠. 이곳을 ‘놀이터’로 여기는 방문객은 브랜드 철학을 몸소 받아들이고, 브랜드 스토리를 소비합니다. 이렇게 쌓인 우호감은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로 이어지기 쉽겠죠.
POINT 1. 브랜드를 자연스레 각인시키다
‘3분 카레’와 ‘진라면’으로 잘 알려진 오뚜기는 지난 11월 논현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를 오픈했습니다. 유명 식품업계가 자사 제품으로만 요리하는 식당을 열었다니,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더불어 장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와 콜라보 굿즈까지 판매하며 여타 플래그십 스토어와는 차별되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장녀 함연지의 유튜브 ‘햄연지’에 소개된 매장 영상은 4주 만에 조회 수 116만 회를 기록하며 대세감을 입증했죠. (2021년 6월 기준)
오뚜기는 롤리폴리 꼬또에 대해 ‘기업 철학을 문화 콘텐츠로 표현하는 곳’이라고 밝혔는데요. 언뜻 보면 일반 레스토랑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오뚜기의 브랜드숍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롤리폴리 꼬또는 직역하면 ‘오뚝이 식당’이라는 뜻이며, 출입문 손잡이부터 오뚝이를 형상화했죠. 게다가 전 메뉴의 가격이 오뚝이 모양인 ‘8’00원으로 끝나고 인테리어는 온통 오뚜기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을 담았어요. 이렇듯 곳곳에서 오뚜기스러움이 묻어나는 설계는 매 순간 소비자와 접점을 만듭니다. 이곳을 방문한 소비자의 무의식 속에 ‘오뚜기’를 주입하며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말이죠.
POINT 2.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구현하다
LG유플러스는 강남역에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이하 틈)을 오픈했습니다. 현재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과도 소통하기 위해 브랜드 색깔을 지웠다는 점이 핵심인데요. 방문객들은 LG유플러스의 로고나 CM송 등 브랜드 요소를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핫플레이스나, 참여형 콘텐츠들로 즐비한 풍경만 볼 수 있죠. 일례로 19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포토스튜디오 ‘시현하다’, MZ세대가 주목하는 독립출판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과 더불어 각종 전시와 공연까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방문객 중 70%가 MZ세대라는 사실입니다. 틈은 주기적으로 입점 브랜드와 콘텐츠를 최신화하며 젊은 세대의 방문을 유도하거든요. LG유플러스는 이들의 원츠를 제때 캐치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틈에 대한 반응을 파악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는데요.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는 누구보다 우리를 잘 이해하는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순환된다면, 신규 소비자의 유입이 훨씬 쉬워지겠죠.
지난여름에 문을 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이하 스토어)를 통해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힙한’ 브랜드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침대’ 이미지를 하드웨어로 확장하여 콘셉트를 잡은 이곳에는 키치(Kitsch)한 공구류와 문구류가 먼저 눈에 띕니다. 한쪽에는 90년대에나 볼 수 있던 게임기나 포스터가 레트로함을 더했죠. 그래서일까요. 팝업스토어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내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 해시태그 수는 1.4만 개가 훌쩍 넘었고(2021년 6월 기준), 누적 방문객 수 6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20년12월 기준)
침대라고는 전혀 들어갈 수 없는 5평 남짓한 스토어는 사실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는데요. 일방적인 자축의 의미는 최소화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죠. 다시 말해, 시몬스 침대 제품을 직설적으로 홍보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스토어의 타깃은 당장 침대를 구매하려는, 혹은 당장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핵심타깃은? 이곳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언젠가 침대를 구매해야 할 시기가 왔을 때 자연스레 시몬스를 떠올릴 잠재 소비자입니다.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서서히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게 시몬스의 목표이죠.
POINT 3.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다
이니스프리의 ‘공병공간’은 제품 판매보다 ‘공병수거 캠페인’에 무게를 두어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2017년 첫 오픈 당시엔 단지 화장품 공병 파쇄 영상을 전시하거나, 재활용된 공병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등 시각적인 기능만 활용했어요. 하지만 올해 5월 리뉴얼된 공병공간은 방문객의 경험에 초점을 두어, 캠페인 메시지를 보다 실질적으로 전달하고자 힘썼습니다.
방문객은 공병 수거에 참여한 뒤 폐플라스틱 재료를 골라 튜브짜개를 직접 제작하고, 버려지는 테스트용 제품을 활용하여 컬러링 엽서를 만들며 업사이클링(Upgrade+recycle,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 과정에 직접 참여합니다. 또한, 실제 제로웨이스트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입점 시켜 친환경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고요. 이니스프리 공병공간점은 리뉴얼 후 방문객이 5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들의 메시지가 미닝아웃형 소비를 강조하는 MZ세대에게 충분히 소구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MZ세대 사이에서 핫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 디저트샵 ‘누데이크’는 꼭 등장할 겁니다. 세 브랜드는 고유의 유니크한 감성으로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도산공원에 모든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하우스 도산’이 문을 열었습니다. 평일임에도 하루 최소 600명이 다녀갈 정도로 핫플레이스이며, 쇼핑 공간임에도 전시회를 방불케 하는 조형물로 판매 제품에는 눈이 가지 않을 정도예요.
하우스 도산은 세 브랜드의 모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누데이크 관계자는 공간에서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문화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의 배치, 소리, 미술 설치물 등 모든 요소를 디자인했다고 밝혔어요. 이곳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로봇 인테리어를 통해 패션 브랜드도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과 여러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미래형 유통’입니다. 그리고 방문객은 하우스 도산의 모든 공간을 향유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몸소 체득하죠. 보다 많은 이들이 메시지를 인지할수록,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더욱 뚜렷해질 거고요.
한눈에 정리하기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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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