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소비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오픈서베이 데이터를 살펴보면, 소비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코로나 직후가 아니라 20년 8월에 있었던 2차 유행기 이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에는 코로나 초기라 소비 여력이 아직은 있었고 재난지원금 효과도 무시할 수 없던 반면, 9월 이후에는 소비를 진작할 어떤 요인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코로나 장기화 속에도 성장한 브랜드 TOP 10
배달의민족·쿠팡·이베이·네이버쇼핑 등이 <코로나 장기화 속에도 오히려 성장한 브랜드 TOP 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20년 2월 ~ 21년 1월까지 쌓은 신용카드 결제 내역 데이터를 토대로 동기간 결제 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브랜드 기준입니다. 여러 지표 중 결제 건수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아래에서 알아볼 예정입니다.
위 리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코로나 이후 주요 소비 트렌드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4가지 트렌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의 일상화: 배달의민족·쿠팡 등 1~4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모두 배달 서비스와 이커머스 카테고리입니다. 조금씩 우리 일상에 침투하던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이 이제는 모두의 일상이 된 겁니다.
- 중저가 카페 브랜드 성장: 메가커피·컴포즈커피 등 중저가 카페 브랜드가 코로나 이후 크게 성장했습니다. 실내 취식 금지 등 방역 조치로 인해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대신 테이크아웃을 해도 가격 부담이 적은 중저가 카페 브랜드가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 디지털·가전 관련 소비 증가: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의 대표 격인 넷플릭스,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가전을 구매할 수 있는 삼성디지털프라자도 동기간 성장했습니다. 집에서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디지털과 가전 관련 소비를 늘린 겁니다.
- 자연드림 iCoop 생협의 성장: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식료품 구매량과 구매 빈도가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전반적으로 올랐습니다. 이에 자연드림 iCoop 생협 등 친환경 먹거리를 조합원 가격에 살 수 있는 생협 매장 소비가 늘었습니다.
결제 건수, 코로나 이후 브랜드 성장의 주요 지표
그럼 다양한 지표 중 ‘결제 건수’를 가장 중요한 브랜드 성장 지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아래에서 브랜드의 매출이 만들어지는 공식을 살펴봅니다.
위를 통해 알 수 있듯 매출 성장의 동인은 객단가·인당 결제 빈도·결제자 수입니다. 셋 중 하나 이상이 성장하면 매출 성장까지 이어지는 거죠. 중요한 점은 오른쪽에 있는 동인일수록 비즈니스 성장에 있어서 더 크고 장기적인 성과 개선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즉, 객단가보다는 인당 결제 빈도를 높이는 것이, 인당 결제 빈도보다는 결제자 수를 늘리는 것이 더 어렵지만 더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은 어떨까요? 단기적인 매출이나 운영 효율 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매출 성장을 위해 객단가 증진 전략을 세운다고 해봅시다. 높아진 객단가로 인해 결제 빈도나 결제자 수가 감소하는 것까지도 고려해서 전략을 짜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위해선 상품 구색이나 고객 서비스 등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객단가 증진 전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배달의민족 등 코로나 이후 성장한 브랜드의 공통점: 결제 건수 증가
위에서 결제 빈도와 결제자 수는 감소하는데 객단가만 늘어서는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했는데요. 코로나 이후 나타난 소비 현상이 딱 그렇습니다. 편의점 등 주요 카테고리에서 절대적인 소비자 규모가 줄고 결제 빈도마저 감소하면서 오직 객단가만 오른 겁니다. 더 적은 소비자가 더 가끔 소비하게 됐고, 대신 한 번에 지출하는 비용은 증가한 거죠. 이러한 변화로 해당 카테고리의 매출이 상승했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카테고리 모두에서 종합적인 매출 감소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달음식·온라인 쇼핑·친환경 식료품점 카테고리에서 발견된 소비 변화는 그 반대입니다. 인당 결제 빈도와 결제자 수가 늘면서 결제 건수의 총량이 증가했으며, 결과적으로 결제 금액의 총합인 매출 또한 상승했죠. 코로나 기간에 성장한 브랜드 대다수가 코로나 이후 꾸준히 결제 건수가 증가한 배달음식·온라인 쇼핑·친환경 식료품점 카테고리에 속해 있습니다.
그럼 코로나 이후 성장한 브랜드의 결제 건수는 얼마나 증가했을까요? 20년 2월과 21년 1월의 오픈서베이 신용카드 결제 내역 데이터를 각각 살펴봤는데요. 배달의민족은 해당 기간에 패널 1만 명 당 월 결제 건수가 4,700건에서 7,900건으로 증가하며, 전체 소비자의 23%가 월평균 3.4회 결제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한편 쿠팡은 같은 기간 결제 건수가 8,800건에서 10,500건으로 증가하며, 전체 소비자의 25%가 월평균 4.2회 결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참고로 편의점 브랜드인 GS25와 CU의 동기간 월평균 인당 결제 빈도는 3.2회와 3.0회로 나타납니다. 이제 배달의민족과 쿠팡은 이제 소비자들이 편의점보다도 더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코로나 이후 매출이 감소했거나 기대만큼 매출 성장을 하지 못한 브랜드라면, 객단가·인당 결제 빈도·결제자 수까지 지표를 세분화해서 살펴본 뒤 전략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객단가를 올리는 전략은 인당 결제 빈도와 결제자 수가 증가할 때 시행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일 경우 인당 결제 빈도와 결제자 수 감소를 가속하는 효과가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빠른 배송과 간편 결제, 결제 건수 늘리는 주요 경쟁력
그럼 코로나 이후 성장한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결제 건수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코로나 장기화 속에도 성장한 브랜드 TOP 10>에 이름을 올린 마켓컬리·자연드림 등 식료품 구매 채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마켓컬리와 자연드림 모두 패널 1만 명 당 결제자 비율은 5% 미만으로 둘 다 대형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그래도 두 브랜드 모두 지난 1년간 결제자 수와 인당 결제 빈도가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50대 세그먼트에서는 결제 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브랜드 TOP 5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50대가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줄인 식료품 소비를 마켓컬리·자연드림 등으로 옮긴 겁니다.
참고로 이외에 50대의 이용 빈도가 늘어난 대표적인 채널은 쿠팡입니다. 식료품 카테고리의 주도권도 이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산업자원부에서 집계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년 온라인 쇼핑에서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품군은 식품입니다. 19년 대비 무려 51.5%나 상승했죠. 온라인 전환이 가장 더뎠던 식료품 카테고리도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온라인몰이 변화의 덕을 보진 못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식료품 구매 증가의 덕을 톡톡히 본 브랜드는 쿠팡·마켓컬리 등 빠른 배송과 간편 결제 경쟁력을 갖춘 곳이었습니다. 식료품 중 특히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되면서 빠른 배송이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구매 빈도가 잦을수록 간편 결제에 대한 효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요. 코로나 이후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 구매가 증가한 온라인몰에 쿠팡·마켓컬리·이마트몰·네이버쇼핑이 언급된 것도 빠른 배송과 간편 결제 때문입니다.
유료 멤버십과 서비스 다각화, 배송·결제 외 주요 성장 요인
빠른 배송과 간편 결제 이외 코로나 이후 각 브랜드의 주요 성장 요인으로는 유료 멤버십과 서비스 다각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유료 멤버십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쿠팡 결제자의 32%는 로켓와우클럽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으며, 자연드림은 가입비와 월회비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는 100% 유료 멤버십으로 운영됩니다. 유료 멤버십이라는 기제를 통해 혜택을 제공하고 충성도를 확보해서 이들의 결제 건수를 높이는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초기에 가격 경쟁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던 것과 패러다임이 달라진 겁니다. 리스트에는 없지만 창고형 할인매장 중 유료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코스트코 역시 그렇지 않은 이마트트레이더스 대비 월평균 결제 빈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서비스 다각화 또한 주요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 속에도 성장한 브랜드 TOP 10>에서 1~2위를 차지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 대표적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최근 B마트를 런칭해서 생필품·간편식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으며, 쿠팡은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두 브랜드의 결제 건수는 B마트와 쿠팡이츠 결제까지 포함된 겁니다. 결국 두 브랜드는 ‘먹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내식·간편식·배달음식 등 솔루션을 모두 제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겁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트렌드 변화 더 알아보기
오픈서베이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을 위해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출시했습니다. 리포트는 소비 변화를 다루는 Buy 리포트와 식생활 변화를 다루는 Eat 리포트로 구성됩니다. 이에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의 소비 생활과 식생활 변화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점이 궁금하셨다면 오픈서베이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더 알아보세요.
- 코로나 이후 성장한 브랜드는 어디이며, 브랜드 간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코로나 초창기 발견된 트렌드가 코로나 장기화 이후에도 지속되었을까?
- 코로나 특수로 성장한 이커머스, 모든 온라인 유통 브랜드가 똑같이 성장했나?
- 내식 상황 증가로 배달음식이 우리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늘었나?
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