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의 가치 재설정(Product Hacking)이 진행됐다면, 이제 이슈를 만들어 확산해야 합니다. 사실 1단계를 해결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도대체 ‘제품’을 어떻게 쪼개라는 건지, 뭐가 디지털에서 먹힐 수 있는 요소라는 건지 그것도 막막한데.. 바로 또 2단계라뇨..?! (Aㅏ… 죄송하지만 우리는 5단계까지 가야 합니다)
1단계가 ‘What’에 해당한다면, 2단계는 ‘How’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정해 놓은 작성 계획에 따라 일단 글을 이어 나가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각 단계에 대한 실습 편을 따로 만들어봐도 좋겠다 싶네요.
#미안하다_어그로끌었다
2021년 1월 26일에 출시된 게임, ‘그랑사가’ 사전 등록이 5백만을 넘겼다고 합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거나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 앞으로 ‘그링사가’가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저처럼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그랑사가’를 한 번쯤 들어보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바로 이 게임의 광고 때문이죠. (못 보신 분들은 링크로 한번 보시길)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으로, 이 영상 조회 수는 천만이 넘었습니다. 최초 업데이트 시점이 2020년 11월 13일이니 채 3개월이 되지 않아 천만을 찍은 셈이네요. 이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습니다. 10분에 달하는 플레잉 타임인데 말이죠. (가장 놀라운 건 전환율인데, 1천만 조회에 사전 등록이 5백만이면..?! 물론 다른 곳에서 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상의 댓글을 보시면 ‘어그로*’에 대한 내용이 꽤 많은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보통 이 단어는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역대급(!)’ 운운하는 내용을 보면 그리 나쁜 반응은 아닌 듯합니다.
과연, 어그로는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요즘은 어그로의 뜻이 달라지기라도 한 걸까요?
* 어그로(aggro) :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 (네이버 국어사전) 그냥 쉽게, ‘낚시’라고 이해해도 무방. |
예전의 마케팅 또는 광고 관련 글을 보면 이런 ‘어그로'(표현은 다르겠지만)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본말이 전도될 수 있죠. 꽤 오래전 얘기지만, ‘따봉‘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주스 광고의 경우, 정작 무슨 광고였는지 기억하는 소비자가 없어 결국 ‘따봉‘ 브랜드로 주스를 만들었던 웃픈 사연도(주객전도) 마케팅 케이스로 많이 언급되곤 했습니다.
지금은 마케팅과 미디어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죠. 최근에는 이 어그로도 제대로 끌면 칭찬의 대상이 됩니다. (어차피 세상이 다 어그로인데, 이왕이면 재밌어야 하니까요. 소비자들은 대놓고 광고하는 것보다 오히려 뒷 광고에 분노합니다.) 예전에야 시청률이 30~40%씩 나오는 드라마들이 즐비했고, 딱히 돌릴만한 채널이 없어 반복적으로 광고를 노출해 주면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광고하는 입장에선 그때가 참 좋았는데….) 이땐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느 방송, 몇 번째 순서에 광고를 노출할 것이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TV 광고는 이런 메커니즘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변화된 환경 속에선 소비자들이 우리 광고를 찾아보게 해야 합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한 게 ‘연극의 왕’이고, ‘그랑사가’ 광고를 만든 ‘돌고래 유괴단’의 작품들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제작사지만, KCC 창호의 광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광고 역시 공개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8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올린 바 있죠.
기존의 광고들을 패러디해 모두 KCC 창호의 광고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의 대박 광고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이야기를 토대로 반복되는 패턴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정작 하고 싶은 얘기와 전개 내용이 딱히 연계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단계를 하나하나 쌓아 올려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실패합니다.
마치 약장수가 사람을 불러 모으듯, 일단 관심을 끈 뒤에 뜬금없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꺼내는 거죠.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이런 전개에 소비자는 ‘당했다’는 반응보다, 덕분에 재미있는 콘텐츠 봤다고 호감을 느낍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이야기한 대로, ‘자본주의 키즈’들은 어차피 광고 아니면 누가 이렇게 열심히 만들겠냐,,라고 생각하죠.
결론적으로, 마케팅에 ‘어그로’가 먹히냐고요? 좀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군요.
어그로만 끌어서는 성공할 수 없지만, 관심 못 끈 마케팅은 죄악이다..
관심 is Money..
요즘엔 어그로 팔아서 수익을 내는 유튜버나 BJ들도 많습니다. 덕분에 인터넷상엔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죠. 이들은 조회 수만 높이면 끝이고 안티도 팬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한번 땡처리로 끝낼 것도 아니고, 자칫 불매 운동이라도 일어나면 사표 쓸 생각 해야 하죠.
그럼에도 왜 어그로가 먹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래 각 시대를 대표(?)하는 Consumer Journey를 봤을 때 (Journey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Activation 단계가 점차 앞으로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Action, 또는 Activation의 의미하는 바는 약간 다르긴 합니다만..)
AIDMA에서는 Desire이 생겨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사야 하지만 (그사이에 잊어버리기도 하죠), PC에서 인터넷을 하던 시절을 넘어, 이제 주로 모바일 단계로 넘어오면서 관심이 생기면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쿠키를 통해 한번 관심을 보인 고객에게 지속적인 노출이 가능하게끔 만들 수 있게 됐죠.
위에서 ‘관심 is Money’라고 한 것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구매를 곧바로 이끌어 내거나, 적어도 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연극의 왕’ 영상에 대한 댓글 중에도 돈으로 바른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마케팅 못 하냐는 내용이 꽤 보입니다만.. 천만 뷰를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라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미디어 비용을 절감해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세이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죠. 일반적으로 전통적 광고주분들은 제작비를 최대한 아껴서 미디어비에 최대한 투입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선 이런 접근(제작비를 과감하게 쓰는)은 과감한 선택이죠.
그럼, 앞으로는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이 Issue Making의 방법인 걸까요?
제가 대행사 입장에서 광고주와의 미팅 자리라면, 물론이죠! 라고 말씀드리겠지만.. 방법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곰표의 예로 다시 볼까요. Product Hacking 단계에서 ‘좋은 밀가루’가 아닌 ‘곰표의 레트로 이미지’와 ‘하얗다’라는 특성을 활용하기로 했다면.. ‘Issue Making’하는 방법은 ‘굿즈’와 ‘콜라보’ 형태를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류라는 특성상 광고에 제약이 많은 ‘카스’의 경우 ‘안주와 어울리는 맥주’라는 인식을 활용해 다양한 안주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었죠. 치킨 배달 시 주류도 함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치킨과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을 듯하네요..
▶ 마케팅 예산을 ‘콘텐츠‘에 집중하자.
디지털이 돈이 적게 든다는 건, 콘텐츠가 받쳐줄 때만 가능합니다. 흔히 디지털 콘텐츠는 대학생 알바를 시키거나, 회사 내 신입 사원들 시켜서 쥐어 짜내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일반 소비자도 할 수 있습니다. 어설픈 콘텐츠 만들기보다는 소비자 콘텐츠를 이끌어 낼 방법을 찾든가, 아니면 소비자는 만들어낼 수 없는 콘텐츠(한정판이든, 콜라보든..)를 뽑아내야 하죠.
▶ 옹호자 그룹을 만들자.
꼭 파워 인플루언서를 써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다른 시각에서 봐주고, 또 확신시켜줄 수 있는 ‘찐팬’이 필요한 거죠. 활용할 수 있는 DB와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없다면 ‘리액션’이 좋은 나노 인플루언서들을 발굴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상술하겠습니다.
▶ 될 때까지 반복하자.
플랫폼 마케팅에서 쓰는 ‘그로스 해킹’의 기본 개념은 무한 실험과 이에 대한 성과 측정의 반복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성수기 때 한번 크게 집행하고 휴지기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테스트해봐야 합니다. 성과가 좋지 않다면, 다시 이슈 콘텐츠 아이디어, 아니 Product Hacking 단계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과 측정은 어떻게 할까요? 테스트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결국 구매로 연결되는 것을 봐야 하는데요. 우리는 비 플랫폼 기업의 마케터(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은 분은 여기를 보세요)이기 때문에, 이것을 명확히 측정할 만한 Funnel이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