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Media의 어원은 중간을 뜻하는 medium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과 우리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미디어는 시대 흐름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합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전 세대를 막론하고 카카오톡과 네이버를 사용하고, 1인 미디어 시장이 커지면서 유튜브가 콘텐츠 생태계의 선두주자가 된 것처럼요. MZ세대는 트위터와 커뮤니티에서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고, 알파 세대까지 틱톡의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례적인 팬데믹 사태 이후 미디어는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원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던 미디어의 발전 속도가 가속 페달을 밟은 것처럼 빨라졌습니다.
이제 미디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3월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고 답했습니다. 생활 반경이 실내로 한정됨에 따라 특히 모바일 미디어 소비가 절대적으로 증가했습니다. TV 속 콘텐츠가 유튜브로 들어오고, 무거운 PC 대신 손안에 담기는 스마트폰의 접근성이 높아졌거든요. 헬스장에서 하던 운동을 유튜브를 통해 홈트로 하거나, 서점에서 읽을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만큼 콘텐츠도 다양해졌습니다.
자, 그렇다면 모바일 프렌들리 MZ세대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요? 더에스엠씨콘텐츠연구소는 세대별 모바일 소비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밀레니얼 2세대 2명(직장인, 취준생)과 Z세대 2명(대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모바일 프렌들리 MZ세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인터뷰이의 스크린 타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은 하루 평균 7시간 27분 모바일을 사용했습니다. 한 Z세대 인터뷰이는 9시간 34분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모바일에서 생활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무슨 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이들의 최다 사용 앱 5가지를 받아보았습니다. 꽤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먼저 모든 세대에서 유튜브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가활동, 정보탐색, 일상공유가 유튜브라는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밀레니얼 2세대에게 높게 랭킹 된 네이버가 Z세대의 순위에선 찾아볼 수 없었고요. 주목할 점은 Z세대의 순위입니다. 이들은 메신저 앱보다 소셜미디어 앱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어요. 여기서 ‘소셜미디어 앱을 메신저로도 사용한다’라고 추론할 수 있는데요.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유튜브 – 실용적인 정보 수집, 일상 속 BGM
저는 실용적인 정보를 찾을 때 무조건 유튜브를 이용하는 편이에요. 요리 레시피나, 가구 조립법 같은 건 텍스트로 읽는 것보다 영상으로 한 번 보고 따라 하는 게 훨씬 편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취준생이라 취업 관련한 정보도 유튜브에서 다 찾아볼 수 있어요. 네이버 카페 ‘독취사’나 채용사이트 ‘잡코리아’ 같은 곳에서는 제가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찾기도 힘들뿐더러, 신빙성이 떨어지는 정보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인사담당자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도 있고, 더 세부적으로 인성면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소서는 어디부터 건드려야 하는지 등 어디서 들을 수 없는 꿀정보들이 많아요. -밀레니얼 2세대 (서ㅇㅇ, 24세) 인터뷰 중 |
‘검색창’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X세대 이전까지는 네이버의 ‘녹색창’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는 유튜브의 ‘빨간 플레이 버튼 로고’를 떠올리는데요. 나스미디어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에 따르면 과반수의 응답자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찾으며, 특히 MZ세대에 해당하는 10대~20대 중 약 60%는 이미 유튜브를 검색 채널로 이용합니다. 여러 인터뷰이들은 해당 결과에 동의했는데요. 목적지 위치나 제품 가격 등 간단한 정보는 네이버로, 제품 리뷰나 맛집 후기 등 자세한 정보는 유튜브로 찾아본다고 합니다. 영상 정보는 텍스트 정보보다 더 자세하며, 신빙성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저는 온종일 유튜브를 켜놓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유튜브용 공기계만 따로 사고 싶은 정도예요. 외출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유튜버의 GRWM를 틀어 놓고 같이 준비하고요. 등굣길에는 하이틴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듣고, 공부할 때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ASMR을 들어요. -Z세대 (윤ㅇㅇ, 18세) 인터뷰 중 |
2020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는 98.6%(복수응답)가 유튜브를 이용합니다. 인터뷰 중 발견한 특이점은 Z세대가 유튜브 콘텐츠를 소위 BGM 즉,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활용한다는 점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원동력을 얻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가령 ASMR을 들으며 공부를 하던 루틴을 만들었으니, ASMR을 재생하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외에, 팬데믹 사태 이전 북적거리던 일상의 소리가 그리워 영상을 틀어놓는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 감각적인 이미지 정보 수집, 가벼운 소통 채널
저는 인스타그램을 엄청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요새는 메신저로도 활용하는데 예전에는 페메(페이스북 메시지)였다면 요새는 다들 인스타그램 DM을 쓰고 있어요. 최근 접속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스토리 답장으로 가볍게 보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릴스도 보는데요. 틱톡보다 더 많이 쓰고 있어요. 둘러보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도전하기 쉬운 느낌이거든요. – Z세대 (윤ㅇㅇ, 18세) 인터뷰 중 |
예전에는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피드를 살펴보거나, 탐색 탭에서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보곤 했는데요. 물론 요새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보채널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일상 정보를 검색하기보다는, 핫플레이스나 맛집을 찾아볼 때 한정이지만요. 카드뉴스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페이지를 팔로우해서 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동네는 아예 해시태그를 팔로우해서 먼저 찾아보는 편이에요. – 밀레니얼 2세대 (서ㅇㅇ, 24세) 인터뷰 중 |
과거 인스타그램은 자신이 올린 사진을 기반으로 팔로워와 소통하는 목적의 소셜미디어였죠. 현재 MZ세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Z세대에게는 카카오톡도, 페이스북 메시지도 아닌 인스타그램 DM이 새로운 소통 채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른 앱으로 이탈하지 않고 한 곳에서 메신저까지 이루어지는 것이죠. 또한, 이미지에 최적화된 앱 화면 구성으로 이곳에서 시각적인 정보를 얻기도 해요. 후킹한 이미지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감각적인 사진은 따로 저장할 수 있거든요. 최근에는 릴스를 통해 숏폼콘텐츠를 제작하며 새로운 놀이 문화를 보여주는 MZ세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 전문적인 정보 수집
사실 저는 요새 페이스북을 거의 안 써요. 예전에는 페이스북에 킬링타임용 콘텐츠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이미지랑 텍스트 동시에 보여줄 수 있으니까 썰이나, 재밌는 사진들을 보다 보면 1분마다 새로 고침 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페북스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았는데요. 어느 날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흩어졌더라고요. 저도 서서히 멀어지면서 마케팅 레퍼런스 찾을 때 정도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 밀레니얼 1세대 (방ㅇㅇ, 28세) 인터뷰 중 |
제가 쓰는 미디어 중에 가장 성격이 바뀐 게 페이스북인데요. 예전에는 실제 인맥 기준으로 소통을 주로 했어요. 근데 다들 인스타그램으로 떠나면서 저도 활용빈도가 낮아졌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정보를 얻으려고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어요. 직무나 전공 관련 정보를 얻기도 하고, 채용 일정을 공유하기도 해요 – 밀레니얼 2세대 (서ㅇㅇ, 24세) 인터뷰 중 |
가장 눈에 띄게 이용 행태가 달라진 미디어는 단연 페이스북이었습니다. 출시 당시, 지인과 소통을 주고받는 공간이었지만, 이제 대부분 전문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사용하죠. 특히 X세대(1965년생~1980년생)는 페이스북에서 뉴스형 콘텐츠를 접하는데요. 공유한 콘텐츠에 텍스트를 덧붙일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은 비교적 깊이 있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었죠.
그렇다면 MZ세대는 어떨까요? 일부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이동했지만, 페이스북 내 커뮤니티인 ‘그룹’ 기능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가 페이스북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고 보면 되는데요. 단순 일상 콘텐츠로 소통할 뿐 아니라, 카테고리에 맞는 정보를 공유하는 그룹이 성행 중입니다. IT 계열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로 구성된 그룹을 살펴볼까요. ‘코테 (코딩테스트) 기출문제 공유합니다’, ‘프로그래밍 공모전 떴습니다. 같이 팀 꾸리실 분 찾아요’ 등 직무에 특화된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업이 직접 채용공고를 올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 오디오 콘텐츠 소비
제가 작년부터 가장 애용하고 있는 네이버 기능 중 하나는 ‘네이버 NOW’예요. 제가 아이돌 하성운 님을 좋아해서 <심야아이돌>로 처음 접해본 건데, 진짜 좋더라고요! 일단 세로 화면이라 보기도 편하고, 기존 방송국의 ‘보이는 라디오’보다 화질도 훨씬 좋고요.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도 이루어져요. 화면을 꺼도 플레이돼서 그냥 길 가면서 듣곤 해요. – Z세대 (최ㅇㅇ, 20세) 인터뷰 중 |
네이버에서 선보인 라이브 오디오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NOW)’. 10대 시청자의 MAU(월 사용자 수)가 출시 1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 이용행태에서도 볼 수 있듯, MZ세대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선호하는데요. 나우가 그 점을 파고든 것이죠. 더불어 한 인터뷰이는 라이브 채팅기능을 이용해 좋아하는 호스트와 티키타카를 할 수 있어 네이버 나우를 꾸준히 쓰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카카오 – 웹 콘텐츠 소비
저는 웹소설을 즐겨보는 편인데요. 여러 앱을 써봤는데 카카오페이지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로판물(로맨스 판타지 장르)을 주로 보는데, 카카오페이지가 여기에 특화되어 있거든요. 12시간만 지나면 바로 다음 화가 열려서 웹툰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카카오톡에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Z세대 (윤ㅇㅇ, 18세) 인터뷰 중 |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그 중심에 MZ세대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이용자 중 20대가 80.2%, 10대가 77%이기 때문이죠. 특히 웹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유명 작가와 인기작을 수급하고, 팬덤이 많은 ‘로맨스 판타지’에 주력을 두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데요. 한 인터뷰이는 카카오페이지가 제공하는 ‘실시간 AI 유저반응’ 기능을 애용한다고 합니다. 이는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분석 후, ‘츤데레인’, ‘일편단심인’ 등 키워드로 묶어 이용자에게 작품을 추천하는 기능이죠. 이용자로 하여금 새로운 콘텐츠를 탐색하는 노력을 줄여줄 뿐 아니라,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되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거든요.
모바일 미디어 소비는 계속될까?
저는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OTT 서비스를 엄청나게 즐겨보고 있어요. 저는 넷플릭스랑 티빙을 구독하고 있는데요. 넷플릭스는 대세이다 보니까 구독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느낌이에요. 유명한 외국 드라마가 정말 많잖아요. 그리고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에 챙겨봐요. <여고추리반>이나 tvN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캠프> 같은 거요. 저의 퇴근 루틴 중 하나로 자리 잡아서,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 이후에도 지속할 것 같아요. – 밀레니얼 2세대 (방ㅇㅇ, 28세) 인터뷰 중 |
저는 영화 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영화관에 가지 못하면서 왓챠에 정착했어요. 바이러스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예전만큼 영화관을 갈 것 같진 않아요. 이미 훨씬 편한 OTT 서비스에 적응했거든요. 특히 ‘왓챠피디아’ 때문인데요. 단순히 영화를 평가하고 기록하는 용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소셜 미디어라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프로필을 볼 수 있는데요. 제 별점 분포를 분석해 닉네임을 붙여주고, 친구와 취향을 분석해줘요. 저는 이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서 더 오프라인 소비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 밀레니얼 2세대 (서ㅇㅇ, 24세) 인터뷰 중 |
모바일은 미디어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었습니다. 비대면 방식이 대면의 보완이 아닌 대체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거죠. 실제로 70%의 대학생(출처: 연세대 총학생회는 2021년 학사제도와 관련된 설문)은 비대면 강의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온전히 ‘나’에 맞춰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훨씬 짧은 시간이 소요되니 남은 시간에 대한 활용도가 생기니 말이죠.
더에스엠씨콘텐츠연구소가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특히 OTT 플랫폼 사용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가장 편한 상태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 인터뷰이는 앞으로도 대면형 미디어시설인 영화관을 굳이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며 “풍성한 사운드가 있거나 블록버스터 정도만 영화관에서 볼 것 같고, 대부분의 영화는 OTT를 통해서 볼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냈어요. 비대면 일상화에 따른 하이퍼 디지털라이제이션. 예측이 아니라 확신입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
김용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