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아바타)들이 게임 속에 있는 성당에 모여 유명 게이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추도식을 진행했던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추도식의 주인공은 현역시절 닉네임 ‘렉풀(Reckful)’을 사용하던 유명 프로 게이머였다고 하는데요. 6년 연속 이 게임의 챔피언을 지낸 스타 게이머였으며, 게임 전문 방송 트위치(twitch)의 전 세계 팔로워 93만6000명을 보유하기도 했던 인기 게임 방송 진행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그를 게임 속에서 추모하는 것이 그에 대한 합당한 예우라고 생각해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게임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정말 어울리는 추도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 추도식에 아바타(게임 캐릭터)의 모습으로 모인 사람들에게 현실 세계와 게임 속 가상 세계는 연결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현실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를 가상 세계에서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게임의 본래 목적인 전투를 잠깐 거부하고 한 사람의 죽음을 다 같이 애도하기 위해 평화로운 추도식을 진행한 것은 신세대들이 게임 속 가상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추도식이 열렸던 것처럼 이제 결혼식도 게임 속에서 가능합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이라는 게임에서 실제로 결혼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신랑과 신부 그리고 진짜 친한 친구들이 참여해서 말입니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취소해야만 했던  미국의 한 커플이 게임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제로 실행해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요. 게임 속 세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결혼식을 가상 세계에서 올린 것입니다. 

 

콘솔 게임 ‘동물의 숲’에서 열린 가상 결혼식. 출처. 레딧(reddit) ashmush

 

내가 좋아하는 게임 속에서 내가 원하는 장소를 고르고, 그곳을 내가 직접 꾸며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멋진 세상. 이러한 새로운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릅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무엇인가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가진 ‘메타(meta)’라는 단어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용어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현실 세계를 초월한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메타버스(Metaverse)’와 기존의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이 가상의 공간에 직접 들어가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우리 인간은 PC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서버에 저장된 글이나 사진, 영상을 볼 뿐입니다. 사용자인 인간은 사이버 공간으로부터 모니터를 경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사이버 세상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저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우리의 뇌가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사이버 세상을 인지하는 것이죠. 사이버 세상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그 세상에 들어가 참여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메타버스(Metaverse)’는 인간이 들어가 참여할 수 있는 가상세계입니다. 물론 직접 자신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Avatar)’로 참여하지만요.  

 

 

지금 다시메타버스(metaverse)’인가?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는 1992년에 발표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개념에 매료됐던 한 젊은 사업가가 2003년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라는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자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1년 여 가까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던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이 만든 모바일 시대에 적응을 못해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도 한동안 거론되지 않게 되었죠.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게임과 VR 분야를 선두로 최근 이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다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명 게임 업체와 VR 기업의 대표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가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애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킬러 서비스라고 ‘메타버스’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환경이 필요해졌고,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 공간에서의 회의나 미팅 그리고 공연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메타버스가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현실 세계가 바이러스로 소통이 어려워지자, 가상의 공간을 활용한 소통과 가상 세계에서의 콘텐츠 소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가상 세계를 현실의 일부분처럼 받아들이는 Z세대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더해지면서 ‘메타버스’는 지금 다시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메타버스’가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첫째. 컴퓨터그래픽과 게임 엔진 등의 기술 발전으로 이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둘째.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이 생겼으며, 셋째. 태어나면서 부터 가상 세계를 경험한 Z세대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포트나이트’에서 열린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버추얼 콘서트

 

이러한 3가지 변화 요인들을 잘 보여주며 ‘메타버스’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는 획기적인 이벤트가 바로 게임 속 ‘가상 콘서트’입니다. 컴퓨터 게임이 단순한 킬링타임용 오락을 넘어서 인간이 참여하는 가상 세계로 진화하는 과정이 이 새로운 콘텐츠인 ‘버추얼 콘서트(Virtual Concert)’에 담겨 있습니다. 

특히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속에서 열린 ‘버추얼 콘서트(Virtual Concert)’의 성공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 존재하는 게임 속 무대에서 열린 2020년 2월의 유명 DJ ‘마시멜로’와 2020년 4월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가상 공연은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가상 세계의 공연에 아바타로 참여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가상 콘서트를, 아바타로 가상 공간에 참여하여 즐기는, 새로운 메타버스 문화 혁명이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인류

 

전 세계 게임 이용자가 2020년에 3억 5천만 명을 넘어선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미국 10세~17세 청소년의 40%가 매주 한 번 이상 접속해 전체 여가 시간의 25%를 보낸다고 합니다. 미국의 Z세대들에게 이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또래들과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 게임은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10대들에게는 이 게임이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소통과 교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2020년에 18억 달러(한화로 2조원)가 넘는 수익을 냈습니다. 1년 동안 2조가 넘는 수익을 벌어 들인다니 대단합니다. 이렇게 큰 돈을 버는 이유는 역시 전 세계에 3억 명이 넘는 게임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미래의 소비를 주도할 Z세대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가상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곳을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큰 수익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Z세대들은 가상 공간인 이 게임 안에서 또래들과 소통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같이 봅니다. 아바타의 모습으로요. 게임 속에서 유명 스타들의 ‘버추얼 콘서트(Virtual Concert)’가 열리고, 영화 시사회도 개최됩니다. 바로 옆자리에는 아바타 친구들이 앉아 있는 가상 극장에서 말이죠.

 

게임 ‘로블록스’ 포스터

 

미국의 Z세대들이 모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포트나이트’ 게임이라면, 그들의 후배 세대인 알파(Alpha)세대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로블록스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 게임의 핵심 이용자층은 7세~12세로, 주로 초등학생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알파 세대’들은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것을 즐깁니다. 자신만의 가상 세계를 창조적으로 디자인하는 세대인 것이죠. 이렇게 자신이 만든 가상 세계인 게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즐기면서 돈까지 버는 모습에서 ‘알파 세대’의 새로운 특징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생산자인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게임 전체를 만들 수도 있지만, 아바타를 꾸미는 의상이나 애완동물 그리고 게임 내에서 필요한 아이템만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로블록스의 아바타는 ‘레고’ 형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인류가 만들어가는 메타버스 콘텐츠 생태계

 

Z세대와 알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주민)’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접한 최초의 세대인 그들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와의 접촉을 통해 유아기의 사회화 과정을 보냈습니다. 유아기 사회화 과정을 기계(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소통으로 보낸 이들은 IT 기기와 인공지능 캐릭터에 익숙함을 느끼고, 인터넷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사이버 스페이스, 메타버스)을 현실 세계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제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가상세계 ‘메타버스’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창작하고, 이를 소비합니다. 메타버스 안에 참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모여 함께 공연을 즐기고, 영화도 보고, 음악을 듣습니다. 메타버스가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버추얼 콘서트, 버추얼 토크쇼, 버추얼 게임 등 메타버스 안에서만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전용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메타버스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페이스 캡처, 모션 캡처, 퍼포먼스 캡처 등의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의 핵심 요소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게임엔진이 필수적인 콘텐츠 제작 도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메타버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와 신원 증명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와 ‘DID(Decentralized Identity)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가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콘텐츠 창작의 영역을 열어주고 있고, 콘텐츠 산업의 커다란 변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창작되고 소비되어질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가 고민되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컴퓨터가 만든 가상 세계를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Z세대와 알파 세대)가 살아갈 미래는 우리의 세상과는 다를 것입니다. 

 

 

고찬수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