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비스 상세페이지는 누가 만들어볼 거죠?”
대표의 질문에 불편한 정적이 흐른다. 3명 중 누구도 원치 않는 눈치이다. 대표는 씁쓸함을 감추고 있지만,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결국 다른 질문을 한다.
“그럼, 신규 서비스 기획해볼 사람은?”
그러니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모두 관심 있어 한다. 결국 기획 역량이 있는 2명을 선별해 서비스 기획을 맡겨야 했다.
위 사례에서 나온 3명의 직원은 모두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 서비스 기획이 더 도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상세페이지 제작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세페이지를 미친 듯이 잘 만들긴 힘들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세페이지라는 것은 없지 않은가. 이미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가 되었고, 그 수준에 도달하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 즉, 성장할 수 있는 정도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서비스 기획은 미친 듯이 잘할 수 있는 업무다. ‘잘함‘에 끝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힘들다. 난이도는 높으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안 보일 것이고, 신경 쓸 것도 훨씬 많다. 그만큼 칭찬받기도 힘들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사람에게는 서비스 기획을 자진해서 하는 것만큼 정신 나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기획된 서비스는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 이처럼 매력적인 일이 있을까?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런 점을 이용해서 인건비를 아껴야 한다. 차라리 직원을 2명으로 줄이고, 절약된 인건비로 상세페이지 제작을 외주 맡기면 된다. 물론 프리랜서 비용도 적지 않다. 오히려 직원에게 시키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외주용역 비용은 일회성이고,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인건비는 마음대로 줄일 수 없고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이다. 오히려 돈을 절약하고, 회사의 번레이트를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럴 거면 서비스 기획을 잘하는 프리랜서도 많지 않냐? 그것도 다 맡기지 그래?!
맞는 말이다. 서비스 기획을 잘하는 업체나 프리랜서 역시 많다. 초기에는 이미 검증된 프리랜서들의 산출물이 더 훌륭하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꾸준히 교육하여 기획 역량을 잘 키워준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가 돌아온다. 기획자로서 ‘잘함‘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상세페이지의 경우, 일정 수준만 만족시켜주면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못 만들었을 때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는 성향이 있다. 그러니 이미 검증된 실력의 프리랜서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하루에 수십 개의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을 빠르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수준이다. 그렇지만 여기선 논외로 하자.
내가 운영하는 ‘텐투고’라는 회사에도 위 원칙을 지키고 있다. 사업계획서 작성, 상위 노출을 위한 SEO 작업, 브랜딩과 마케팅 등의 업무는 절대 외부에 맡기지 않는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 위 업무들은 모두 성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직원들도 좋아한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이 지체되는 순간 떠난다.
혹시 성장 가능성이 막혀있는 업무에 자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해보자. 이분이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것인지, 혹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것인지. 전자라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고 최대한 빨리 그 일에서 탈출해주자.
이대표는 재택근무중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