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 없다면 네가 곧 상품이다”
구글이 ‘구글 포토’ 유료화에 나섰다. 구글포토는 2015년 5월 출시된 구글의 사진·동영상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다. 지난달 31일까지는 용량에 상관없이 무료였지만, 지난 1일부터 15GB까지만 무료다. 그 이상부터는 ‘구글 원’이라는 구독 서비스에 가입해 저장 용량에 따라 월 이용료를 내야 한다.
구글 포토는 ‘무료, 무제한’이라는 독보적인 장점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때문에 구글이 정책 변경을 예고했을 때부터 세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구글이 비현실적으로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었고, “이제야 끝을 맞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 세계 수십억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는 구글 포토 앱이 대부분 기본 설치돼 있다. 굳이 보존할 필요 없는 사진과 동영상까지 사용자 의지와 상관없이 구글 포토에 업로드되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글은 이번 정책 변경에 대해 “현재 구글 포토에는 4조 개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돼 있고 지금도 매주 280억 개에 달하는 파일이 업로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구글포토 유료화에 마냥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구글 포토의 무제한 업로드 정책은 구글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구글이 사진 동영상 무제한 업로드 정책을 펴는 동안 국내만 해도 다음 클라우드(다음), 티클라우드(SKT), 유클라우드(KT) 등 다수의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구글이 시장 지배에 성공했으니 무료 서비스를 축소한다”는 오명은 쉽게 벗지 못할 전망이다.
◇ 구글 포토는 그동안 정말 무료였을까
“구글 포토를 통해 인간의 눈보다 더 뛰어난 이미지 인식 기술을 달성할 것이다“
지난 2017년 3월 화상 연결을 통해 진행된 구글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닐 알드린(Neil Alldrin)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한 말이다.
구글 포토는 사진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사진마다 담고 있는 정보를 최대로 활용한다. 사진에 등장한 피사체의 모양과 색깔, 사진을 촬영한 날짜와 장소, 함께 저장된 다른 사진 등 다양한 이미지 내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도록 기계 학습에 기반한 인공신경망 학습 방식을 구글 포토에 적용했다.
2017년 당시 구글의 발표에 따르면 구글포토 이용자는 10억 명이 넘었다. 빅데이터화한 약 900만 장의 사진 중 약 10만 장을 사람이 직접 검토해 수정하는 작업까지 거쳐 정확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구글 포토는 사진에 아이와 케이크와 촛불, 그리고 ‘Birthday'(생일) 단어 중 ‘irthda’와 같이 일부만 찍혀 있어도 아이의 생일 사진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인식한다. 나아가 단순히 고양이 사진을 검색하는 기술을 넘어 특정 품종의 고양이가 특정 행동을 하는 사진만 검색하기도 한다.
이 같은 AI 기술을 통해 구글은 “기업의 혁신을 돕고 의료와 보건 등과 관련한 인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료화는 어쩔 수 없다”는 구글 관계자의 말처럼 “매주 280억 개씩 업로드되는 파일을 보면서 학습한 셈”이다.
◇ 클라우드 종착지, 그 끝의 시작 ‘타깃 광고‘
구글포토뿐만 아니라 지메일, 클라우드 서비스 등 모두가 무료였다. 아무리 사용자를 포섭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구글은 그렇게 오랫동안 전 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가 가능했을까. 앱 개발자들은 앱을 팔지도 않으면서 무슨 수로 돈을 벌었을까. 지금도 구글 드라이브, 구글 문서 등을 이용하면서 단 한 번도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공짜로 서비스하면서 세계 시총 3위 기업에 올랐을까?
답은 ‘타깃 광고‘다. 운전면허도 없고 자동차를 살 생각도 없는 사람 앞에 차 광고가 뜨면 누가 클릭할까? 이게 보편적인 TV나 신문 광고의 허점이다. 그러나 차를 바꾸거나 새로 사려는 사람에게만 차 광고를 보여준다면 적중률은 달라진다.
이런 ‘타깃 광고’의 귀재가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이미 많이 알고 있다. 더구나 ‘구글포토’에는 온갖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관심사부터 결혼 여부, 가족 구성원 수, 주소, 자주 가는 곳, 자주 먹는 것, 만나는 사람 등 개인 정보의 온상이다. 이를 통해 소득이나 직업을 어느 정도 추정하기도 한다.
구글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모아 각각의 사용자를 겨냥한 타깃광고를 내보낸다. 그리고 광고료를 쓸어 담는다. 구글이 지난 수년간 무료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한 타깃 광고 사업은 이윤이 아주 많이 남는다. 적중률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광고료도 많이 책정된다. 구글의 주 수입원은 제품 판매나 유료화가 아닌 ‘광고’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구글은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회사다. 그들이 직접 하드웨어를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마저도 대부분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담아내기 위한 상징적인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OS, 브라우저, 이메일 등의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지닌다. 당연히, 이 모든 출처에서 비롯되는 정보들이 한데 모여서 돈이 되는 부가정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타깃광고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일각에서는 오히려 맞춤형 광고를 통해 쇼핑하고 검색할 시간을 줄여줘서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구글이 우리가 무엇을 클릭하는지 다 보고, 우리의 관심사, 취미, 활동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축적한다는 것에 반기를 든다.
분명한 건, 이는 일종의 ‘이용료’라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는 구글에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개인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명언이 있다고 한다. “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없다면 네가 곧 상품이다”
◇ 기업이 많은 데이터를 소유하는 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기업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효율을 높이는 것에 무조건적인 반감을 품는 사람은 드물다.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쿠팡 서비스나 요기요 등 배달 앱이 확보한 데이터로 배송 경로를 최적화함으로써 식당 주인, 라이더, 고객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고 규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해킹이라도 당하면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신분 도용이나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2차 3차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빅테크 기업일수록 회원 수가 많은 만큼 해킹에 따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많은 기업이 고객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익명화된 데이터도 역추적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이른바 ‘신원복원’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그래서 빅데이터는 유익한 것일까, 그렇지 않을까. 구글이 구글포토의 딥러닝으로 전 세계 언어를 번역하고, 의학이나 과학의 발전을 이끌며 인간의 시각이나 뇌를 보조할 서비스를 내놓듯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빅데이터는 기업의 효율성과 상품의 유용성을 키우는 한편으로, 사생활 감시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맞닿아 있다. 확실한 건 호불호를 떠나서 빅데이터는 앞으로 더욱더 ‘빅’해질 것이다.
◇ 구글, 나는 아직 배고프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유료 전환 정책으로 탈바꿈하는 이유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온라인 광고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색 광고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은 2019년 31.6%에서 2020년 28.9%로 떨어지며 다소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경쟁사 점유율은 2~3%씩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미 앱을 공짜로 뿌려서 수많은 사람이 다운받은 구글포토에 ‘프리미엄’ 기능을 원하면 “돈을 내라”는 식으로 수금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부분 유료화’를 통한 수익 창출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인앱 결제와 유료구독이다. 인앱 결제를 게임과 앱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추가 비용 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을 만들어놓기만 하면 추가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데는 따로 돈이 안 들어간다.
부분 유료화의 다른 한 축은 유료 구독이다. 통신비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유용한 기능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구독 서비스가 인기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 메시지의 간결화, 콘텐츠 업체 대상 주도권 장악 등의 장점도 지닌다.
구독 서비스가 앱을 더 장기적으로 이용하는 경향도 있다. 여기서 구독 서비스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관건은 ‘구독자의 양’에 달렸다. 구독 가입자 수가 형편없다면, 개별 콘텐츠 공급자 입장에서의 수익이 건별 결제 방식에 비해 더 적어진다. 반면, 구독 가입자 수가 압도적이라면, 공급자가 가져가는 수익의 총액은 기존 건별 결제 방식에 비해 의미 있는 숫자가 된다.
그리고, 그만큼의 구독자가 확보된다면 이는 그다음 차원의 자산으로 이어진다. 구독형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는 구독자 입장에서 무한한 접근성을 지닌다. 그리고 그 구독을 중단하는 즉시, 그 개별 콘텐츠는 모두 ‘돈 주고 사야 하는 개별 상품’이 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장벽은 결국 구독자들의 이탈을 막는 장벽의 기능을 한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이런 것이 남는다. 구글이 이처럼 우리를 묶어두려 할 때, 사용자가 구태여 거부하려는 이유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그냥 묶이고 말 것”이란 점이다. 구글포토의 대체 서비스로 네이버 마이박스나 MS 원드라이브로의 이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를 뒷받침한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