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면접 때 뵈었던 분이 남들과는 다른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그는 마치 전능자처럼 실무진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태초에 신이 “물이 있으라” 명하자 바다가 생겼듯, 그가 “보고를 원한다”고 하면 보고서가 생깁니다.
그땐 몰랐죠. 10년 정도의 세월은 불현듯 흘러가고, 내가 그 전능자의 자리에 앉게 될 줄은. 처음으로 실무가 아닌 조직 관리가 일이 되는 순간, 일개 직장인이었던 내가 누군가의 성과를 평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리고 사실은 그분, 팀장님은 전능자가 아니라 누구보다 스트레스받는 직장인의 대명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처음으로 팀장이 됩니다”.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처럼 두렵고 떨립니다. 무엇보다 궁금합니다. 좋은 팀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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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확한 지시, 그를 위한 노력
: 일을 시키는 자의 책임은 무겁습니다. 내게는 말 한마디지만 지시를 받는 팀원에게는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들 한 번씩은 겪어 보셨을 겁니다. “이거, 이거 좀 알아봐”라는 팀장님의 한마디. 밤을 꼬박 새워 낸 보고서. “아이, 포인트가 이게 아니었지. 쓸데없는 걸 알아봤네”라는 성의 없는 답변. 그때처럼 퇴사하고 싶은 순간이 없죠.
사람 좋은 팀장도 좋고, 밥 잘 사주는 팀장도 좋지만 뭣보다 팀장은 일을 잘 시켜야 합니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지시하고, 그를 통해 본인(팀장)이 얻고자 하는 기대효과를 명확히 제시해 줘야 합니다.
분명한 지시는 현재 팀 사업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보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시하는 것이니까요.
다시 한번. 시키는 자의 책임은 무겁습니다. 제대로 시키려면 더 많이 알아야 합니다. 알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팀장은 때때로 제일 마지막에 사무실 불을 끕니다.
2. 소통과 칭찬
: 정말 사람들이 그저 한 달 먹고살 돈이나 벌려고 회사에 다닐까요?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경우 일은 자아실현과 연결돼 있습니다. 내가 하루 대부분을 쏟아붓는, 나의 일을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 그것만큼 직장인을 신나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면 칭찬을 많이 해 주면 되겠네”. 아닙니다. 어깨나 툭툭 치며 “김 대리, 열심히 하네” 같은 칭찬은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제대로 된 칭찬을 하려면 먼저 소통이 필요합니다. 특히 팀장은 팀원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저 팀원의 불평불만을 들어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듣고,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뭘 기대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기대가 충족되었을 때 칭찬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김 대리, 일전에 얘기한 A 프로젝트. 기대 이상으로 달성해 주셨네요. 정말 고마워요”
3. 보호막과 중재자
: 팀장이 어려운 점은 경영진과 팀원 사이에 끼어 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팀장은 회사의 리더로서 회사의 지시사항을 팀원들에게 다시 하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앵무새가 되면 팀장에 대한 신뢰는 떨어집니다. 경영진의 입장과 팀원의 입장이 다를 경우… 참 어렵습니다. 팀장의 숙명이죠. 양 측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팀원들은 회사와 상대할 때 약자입니다. 그들이 기댈 곳은 팀장밖에 없습니다. 보호해 준다는 느낌을 분명히 줘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늦게까지 공부하고, 남의 얘기 잘 들어주고, 경영진과 팀원 사이에서 중재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 팀장은 언제 쉬고, 팀장 얘기는 누가 들어줄까요? 못 쉬고, 아무도 안 들어줍니다. 다만 고생고생하다 눈을 들어보면 즐겁게 일하며 성과를 내는 팀원들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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