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수익 극대화인가, 프리미엄 가입 유도인가?

 

 

 유튜브가 작년부터 예고했던 광고 정책 변경이 드디어 6월 1일부터 국내에도 적용됐습니다. 바뀌는 부분은 대단히 심플한데요. 앞으로는 모든 영상에 광고가 붙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전에는 어땠냐고요? 기존에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가입자의 영상에만 광고가 붙었고요. 여기에는 최근 1년간 동영상 4천 시간 혹은 구독자 1천 명 이상의 채널만 참여 가능했습니다. 또한 조건에 해당하더라도 가입을 하지 않으면 광고가 없이 영상이 재생되었습니다.

 당연히 이용자들과 유튜버들 모두 이에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광고가 있으면 시청에 방해가 되니 싫어하는 게 당연하고요. 유튜버들도 본인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버리니 황당한 겁니다. 특히 공익성의 채널들도 이제 광고가 붙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기존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가입 기준에 미달하는 채널의 영상에서 발생한 수익은 유튜브가 모두 가져간다고 하니 더 화가 나겠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유튜브는 욕먹을 게 뻔한 이러한 정책 변경을 강행한 것일까요? 물론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구글은 광고 수익을 늘리는 것 자체보단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를 늘리길 원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부분들은 많은 분이 이미 지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구글은 이 시점에, 유튜브의 수익 극대화를 시도하는 걸까요? 그리고 광고보단 왜 유료 가입자 수에 집착하는 걸까요. 오늘 데이터로 파헤쳐 볼 대상은 유튜브의 광고 정책 변경 배경입니다.

 

 

1. 유튜브는 페이스북의 전철을 밟길 두려워합니다

 

 이용자들의 이탈이 일어날지라도 정책을 변경할 정도로 유튜브가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요? 아마 성장 둔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없는 기업의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둔화에 제대로 빠져 있는 곳이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의 주가수익률(PER)은 28 정도인데요. 이 정도면 IT 기업 치고 이제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걸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가장 핫했던 테슬라의 주가수익률은 600이고요, 아마존만 해도 60을 넘어가니 말입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습니다. 물론 매년 매출액 자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만 해도 8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성장률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데요. 2016년까지는 50% 내외로 성장하던 매출이, 작년에는 고작(?) 21.6% 성장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일반 기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실적이지만, 페이스북의 이름값에는 확실히 못 미칩니다.

 

페이스북의 매출은 성장하지만, 점차 성장 폭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단위 : billion / 출처 : facebook)

 

 그렇다면 이렇게 페이스북의 성장세가 주춤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사용자 수 성장 둔화가 가장 문제입니다. 작년 연말 시점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 수는 무려 28억 명에 달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성장 폭 자체가 과거보단 확실히 작아진 상황입니다. 이제 더 이상 성장할만한 케파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 세계 사람들 셋 중 하나가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페이스북이 보유한 다른 핵심 서비스인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는 지났고요. 이에 따라 당연히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매출의 광고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점입니다. 페이스북은 거의 99%에 가까운 매출이 오직 광고에서만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당 수익(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도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입니다. 광고로 수익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당 수익 또한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입니다 ( 단위 : 달러 / 출처 : facebook)

 

 

 페이스북은 그래서 2018년 알고리즘을 대폭 변경하면서 광고 지면을 늘리는 액션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시면 2018년 이후 실제로 고객당 수익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만은 증대되었고, 많은 이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2018년을 기점으로 페이스북의 시대가 저물고, 인스타그램으로 SNS의 중심이 넘어가기까지 합니다.

 물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전히 페이스북은 성장 중입니다. 국내 시장처럼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들어선 곳도 있지만, 글로벌 전체로는 꾸준히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요. 디지털 광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광고 단가가 지속해서 상승한 덕택에 ARPU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용자 수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고, 언젠가는 감소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너무 단순해서 광고 시장이 침체하면 바로 위기가 닥쳐올 것입니다.

 

 

2. 하지만 유튜브는 현재 페이스북만도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유튜브의 현재는 어떨까요? 유튜브는 아쉽게도 페이스북보다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아니 아직 페이스북만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일단 이용자 수 성장 추이는 둘이 비슷합니다. 약 4~5억 명 정도 페이스북이 많긴 한데, 격차는 유지된 채 둘이 나란히 성장 중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최소 몇 년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놀랍게도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월간 이용자 수 성장 추이가 매우 닮았습니다 ( 단위 : 억 / 출처 : 각 사)

 

 

 이렇게 서서히 이용자 수가 늘어난다면, 유튜브도 페이스북처럼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제 정점을 찌고 서서히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거니 말입니다. 물론 방법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고객당 수익을 지속해서 성장시키면 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고객당 수익은 유튜브의 그것을 압도합니다.

 

  • 2020년 페이스북 ARPU : 32달러
  • 2020년 유튜브 ARPU : 8.6달러

 

 둘 다 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라서 정확한 숫자와는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딱 봐도 거의 4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실제 유튜브의 연간 매출액과 페이스북의 연간 매출액을 비교해보면,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이용자 수까지 고려해도, 평균 고객당 수익은 페이스북 쪽이 더 높습니다. 결국 유튜브는 고객 수는 페이스북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고객당 버는 돈은 훨씬 적으니 이거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3. 해답은 유튜브 프리미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페이스북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잘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요? 우선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한번 그래프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유튜브는 이용자 수에 비해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 단위 : 억 / 출처 : 유튜브)

 

 

 이용자 수 그래프의 기울기와 매출 기울기의 차이 보이시나요? 유튜브는 페이스북과 달리 이용자 수 성장은 둔화하여도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년 30% 이상씩 말입니다. 특히 2018년 이후 이용자 수는 평균 15% 정도 늘어났는데, 매출은 35%나 성장하였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실적이 가능했을까요? 2018년은 바로 유튜브 레드가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리뉴얼되며 본격적으로 유튜브가 유료 구독 모델을 전략적으로 밀기 시작한 해입니다.

 

 

2018년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개편 후 이용자 수가 급증한 게, 성공의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출처 : 유튜브)

 

 

 2017년까지 300만 명이 채 안 되던 구독자 수가 2018년 천만 명, 2020년에는 무려 3천만 명까지 늘어납니다. 그 덕에 ARPU도 2017년 5달러 내외였지만, 2020년에는 8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에 비하면 여전히 작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 이용자 중 유료 구독자 수가 1.3%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즉 유튜브는 페이스북과 달리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4. 유튜브는 스포티파이를 꿈꾸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유튜브가 꿈꾸는 최종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유튜브의 노림수는 이번 개편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이 프리미엄 이용자로 전환되는 것일 겁니다. 미국 기준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의 ARPU는 무려 144달러에 달하니 말입니다.(미국 기준 월 이용료 $11.99) 이렇게 유료 가입자 수 비중이 늘어나면 언젠가 페이스북 수준의 ARPU에 도달할 수도 있을 테고 말입니다.

 더욱이 유료 구독 모델은 그 자체로 고객을 락인시키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른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하더라도, 고객을 붙잡기 용이해지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들에게 유의미한 도전을 받아온 유튜브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용자 확보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결국 유튜브는 스포티파이와 같은 형태로 전환되는 걸 최종 목표로 할 것 같습니다. 스포티파이도 유튜브와 비슷하게 광고를 허용하면 무료로 음원을 이용하고 유료 결제를 하면 광고 없이 음악 감상이 가능하고, 여러 기능들을 추가로 사용 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리고 스포티파이는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전체 월간 이용자 수가 3.5억 명인데, 프리미엄 사용자도 1.5억 명에 달합니다. 무려 40%가 유료 계정을 구독하는 것인데요. 유튜브도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모델로 전환을 준비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지금까지 유튜브의 광고 정책 변경 배경과 의도를 데이터 기반으로 추론해보았습니다. 데이터를 살펴볼수록 유튜브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특히 어떤 서비스든 결국 수익을 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동시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는 ‘무료’와 ‘개방’, 그리고 창작자도 같이 수익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 변경에서는 ‘무료’에서 점차 ‘유료’가 되어가고, ‘개방’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요. 특히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대상이 아닌 유튜버의 영상에서 발생한 수익을 독점한다거나, 공익 채널에조차 광고를 붙이겠다는 것은 유튜브가 너무 초심을 잃은 것 같긴 합니다.

 실제로 수익을 못 낸 플랫폼도 사라지지만, 수익만을 추구하다가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려도 외면받게 됩니다. 과연 유튜브의 이번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네요.

 

 

김요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