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지분 배분(Stock Allocation)

 

 

둘 이상의 창업자들이 함께 설립한 기업의 경우 거의 항상 지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에 대한 이슈가 생긴다. 물론 최초의 창업 시점부터 함께한 창업자들이라면 1/n으로 지분을 나누면 깔끔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각자의 역할과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최초에 같이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동일한 지분을 나눠 가지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또한, 회사 설립 이후 조인한 초창기 멤버들(특히 파트타임으로 참여한 멤버들)의 경우, 핵심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등 실제 설립 시의 창업자 멤버들보다 회사에 훨씬 더 크게 기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지분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초기의 팀워크가 금방 깨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반드시 회사 설립 초기에 창업 멤버들에 대한 주식의 배분뿐 아니라 각 멤버들의 역할과 책임, 업무 성과에 대한 목표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민감한 얘기이다 보니 혹여나 팀원들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까 또는 현재의 다 같이 으쌰으쌰 하는 좋은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이를 계속 뒤로 미루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가치가 올라갈수록 지분 배분은 더욱더 어려워짐은 물론 멤버들 간의 갈등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지분의 배분에 있어 생각할 부분은 크게 1) 창업자들에게 얼마나 배분을 할 것인가 와 2) 창업자 간에 어떻게 배분을 할 것인가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 창업자들에게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

창업자들은 아무래도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최초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므로 그에 합당하게 회사 지분의 대부분을 배분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때 나중에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창업자들 자신의 지분이 희석될 것을 염두에 두고, 경영권이 쉽게 위협 받지 않도록 적절한 배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배분율이란 것은 없지만 외부의 투자자가 들어오기 전이라면 회사 주식의 70~90% 정도를 창업자들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10~30% 정도를 향후 스톡옵션 등의 인센티브 계획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창업자의 숫자가 적을수록 위 배분 비율은 조금 더 낮아질 수도 있고 숫자가 많을수록 배분 비율이 조금 더 높아질 수도 있다.

 

 

2. 창업자 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사실 어떻게 보면 창업자들에게 얼마나 배분할 것인지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가 창업자 간에 어떻게 배분을 할 것인가이다. 설립 초기에 한 번 정해진 창업자들 간의 지분 비율은 쉽게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창업자들 간의 배분율에 대하여 크게 세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1) 창업자들이 초기에 투자한 자본금의 비율대로 지분을 배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무난하다는 입장,

2) 차등적인 배분이 이루어질 경우 설립 초기부터 창업자들 간의 불만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회사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창업자들 간의 지분은 균등해야 한다는 입장,

3) 균등한 지분 배분은 창업자들 사이의 무임승차(free-ride)를 허용하여 회사의 혁신을 방해하며 중요한 의사 결정이 매번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창업자들 간의 지분은 그 역할과 기여도에 따라 차등적인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가지 시각 모두 일리가 있으며 정해진 정답은 없다. 단, 단순하게 최초의 자본금 투자 비율대로 지분을 배분하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다. 회사의 가치가 아주 낮은 최초 설립 시의 자본금 투자액은 사실 회사가 성장할수록 거의 의미 없는 수준이 되기 때문에 단지 그 당시에 몇백 불 또는 몇천 불을 더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로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적은데도 훨씬 더 많은 경영권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결국 누가 회사에 정말 헌신을 하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헌신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지분율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과정에서 1) 사업 아이디어를 누가 처음 생각하였는지, 2) 해당 사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상표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특허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지), 3) 외부 투자유치를 위하여 업계에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4) 얼마나 자신의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는지 (풀타임 vs 파트타임) 등의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설립 후 현재까지의 헌신도와 기여도만을 고려하여 초기 멤버들이 지나치게 많은 지분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성장에는 구성원들의 앞으로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기원 변호사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