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5명 중 1명이 이용한다?
한국리서치의 ‘코로나 19시대, 소비자 생활과 소비 활동에 대한 영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77%의 소비자들이 일상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68%의 소비자가 뽑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증가였다. 이로 인해 식음료, 생활용품, 온라인 배달 및 오락, 중소형 가전 분야에서 소비가 크게 증가하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도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이용률은 그 전해인 2019년과 비교해 1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국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왓챠가 올해 초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돌파했다. 2016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하고 4년 만에 거둔 성과인데 불과 1년 전 누적 다운로드 수가 500만이었는데 그새 2배로 늘었다. 2018년 구글 플레이 올해의 베스트 앱을 수상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의 경우 2014년 4월 앱 론칭 후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달성하는 데 6년이 소요되었다. 이를 통해 왓챠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앞으로 OTT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의 성장세를 앞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OTT 시장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최근 펴낸 OTT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OTT 플랫폼들은 급성장 중인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중 웨이브는 2019년 9월 지상파 3사의 OTT 합작사 콘텐츠연합플랫폼(CAP)과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의 OTT 서비스 ‘옥수수’를 합쳐 나온 서비스이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는데 실제 2019년과 지난해에 걸쳐 700억 원을 투자해 앨리스, SF8, 좀비탐정, 조선로코-녹두전 등을 선보였다.
웨이브는 올해 8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모범택시’,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의 방송 드라마와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웨이브 전체 회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유료 이용자 수는 200만 명 수준이다.
CJ ENM으로부터 분할하여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티빙은 JTBC 스튜디오로부터 200억 투자를 유치하며 양사가 보유한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포맷의 고퀄리티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OTT 플랫폼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 웰메이드 드라마뿐만 아니라 10분 내외 분량의 ‘숏폼’, 20~30분 분량의 미드폼 콘텐츠, 4~5부작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왓챠 역시 지난 한 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전년 대비 100% 증가한 239억 원을 투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확보한 360억 원의 재원을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발굴 및 투자에 쓸 계획이다. 많은 이들이 왓챠가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생존에서 그치지 않고 성장을 더하며 기업의 가치를 계속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가 키운 OTT 시장은 점점 커져 대기업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내 OTT 기업들과의 경쟁도 시작되었다. 왓챠는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왓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1. 추천기능: 사실 넷플릭스보다 36%나 정확하다?!
개인화와 콘텐츠 추천 기능은 왓챠가 강조하는 차별화 요소 중 하나다. 왓챠는 단순히 인기 동영상 위주로 서비스하지 않는다. 고객이 평가한 영화 등 콘텐츠 평점은 물론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검색하고 실제로 봤는지, 콘텐츠 재생 중 끊지 않고 얼마나 집중해서 봤는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왓챠는 OTT 서비스 플랫폼 왓챠 이외에도 콘텐츠(영화·책·TV 프로그램 등) 평가 및 추천 서비스 왓챠피디아를 운영 중이다. 왓챠의 개인별 콘텐츠 추천은 왓챠피디아에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왓챠피디아에선 왓챠는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다른 OTT 작품의 ‘별점’도 제공하는데 과연 콘텐츠 리뷰 최다 보유자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2016년 론칭한 왓챠피디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6억 건(1인당 100건 이상)이 넘는 평점 기록이 쌓여 있다. CGV와 네이버가 1인당 10개 미만의 평점을 보유한 것을 고려하면 가히 압도적이다.
왓챠는 신규 이용자가 가입 후 10개의 콘텐츠에 대한 별점을 입력하는 즉시 개인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한다. 또한 왓챠는 평균 별점 이외에도 이용자별로 예상 별점을 제공하는데 배우자보다 더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넷플릭스가 지금은 별점 평가에서 ‘좋아요, 싫어요’ 평가로 바뀌었지만 예상 별점을 운영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예상 별점과 실제 별점의 차이를 기준으로 왓챠가 약 36% 정도 더 정확하다는 결과가 있었다.
결국 왓챠를 이용하면 할수록 이용자의 취향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고 추천하기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콘텐츠 선택의 시간을 줄이고 선택의 실패율을 줄일 수 있어 더욱 서비스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실제 왓챠의 고객 행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시청된 작품의 70%가 왓챠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른 플랫폼에서는 인기가 없는데 왓챠에서는 유독 시청률이 높은 영화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예로, 풋풋한 첫사랑 로맨스를 그린 영화 ‘플립’은 북미 현지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흥행에 참패하며 사라져 버린 영화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설레고 귀엽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첫사랑 로맨스 영화로 입소문이 퍼졌고 왓챠에서는 무려 18만 명의 이용자가 평가에 참여해 5점 만점 중 4점을 기록하며 많은 팬과 짤(?)을 양성했다.
이렇듯 왓챠가 개인 취향을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하다 보니 흙 속의 진주와도 같은 명작들이 뒤늦게 흥행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런 점이 왓챠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추천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더 나아가 취향이 아닌 콘텐츠가 추천되지 않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관심이 낮은 콘텐츠를 추천받을 경우, 서비스의 개인화 추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왓챠의 이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이 더 나은 서비스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수 있는 덕목이다.
2. 콘텐츠 수급력: 사실 넷플릭스보다 영화가 15배나 많다고?!
모바일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의 ‘콘텐츠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의 45.3%는 ‘여기서만 이용할 수 있는 특정 콘텐츠가 있어서’ 넷플릭스를 택했다고 답했다. 특정한 콘텐츠의 보유 여부가 결국 서비스 이용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왓챠는 국내외 약 80개의 콘텐츠 사업자와 파트너 관계인데 주목할 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즈니, 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 NBC 유니버설, 20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HBO 등 할리우드 메이저 6개 사와 모두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왓챠는 약 9만 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각종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었고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드라마는 5배 많고, 영화는 15배 많다.
2019년 왓챠가 HBO의 화제작 ‘체르노빌’을 국내에 독점 서비스해 큰 화제가 되었다. 왓챠가 처음 론칭 때부터 디즈니, 소니와 계약한 것이 다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디즈니는 보안상 요구 사항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어 디즈니와 계약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확실한 보증으로 평가된다. HBO는 왓챠가 접촉한 지 1년 6개월이 되어서야 첫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왓챠의 인지도가 낮고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낮아 왓챠의 이메일에도 묵묵부답이거나 회신이 늦었지만 꾸준히 HBO의 문을 두드린 끝에 그들과 계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HBO로부터 수급한 “왕좌의 게임”이 소위 대박이 나자 “체르노빌” 계약은 한층 더 수월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2011년 미국 방송사 HBO에서 제작해 전 세계 판타지 팬들을 열광시킨 판타지 TV 시리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TV 판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에미상에서 4회에 걸쳐 드라마 분야 작품상에 선정됐다. 이 외에도 ‘왕좌의 게임’은 2011년 HBO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후 8년 동안 총 60개에 달하는 트로피를 받았다.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인데 철저한 역사 고증과 신선한 스토리 그리고 몰입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을 얻었다. 그 결과, 2019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요한 레크), 각본상(크레이그 마진) 등 10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HBO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고’와 ‘HBO나우’ 시청률 집계 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은 기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왕좌의 게임’(46%)을 제치고 52%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명작 콘텐츠를 넷플릭스도 아닌 왓챠가 국내에 단독 유통하며 500만 다운로드의 이정표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왓챠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이름으로 매달 새로운 독점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1월까지 시리즈 24편, 영화 16편, 예능 1편 등 총 42편이 공개되었다. ‘이어즈&이어즈’는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첫 번째 콘텐츠였다. 영국 BBC와 HBO가 공동으로 제작한 드라마 ‘이어즈&이어즈’는 영국에 사는 라이언스 가족이 15년간 격동하는 국제 정세와 영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때로는 몰락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어즈&이어즈는 가족 사이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으며, 광기에 물든 정치인과 선동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래 기술의 진보를 흥미롭게 그려낸 덕분에 시즌 내내 몰입도는 갈수록 고조되며 심지어 설득력 있는 스토리라인으로 이 작품은 비평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지수 90%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600만 건이었던 다운로드 수가 이번에 1000만 건 돌파 기록을 달성하는 데 ‘이어즈&이어즈’의 흥행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왓챠가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왓챠의 추천 서비스의 역할이 컸다. 기존의 국내 콘텐츠 업계의 콘텐츠 수급 담당자들이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감’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면, 왓챠는 콘텐츠 제공 시 예상되는 콘텐츠 소비량과 그로 인한 이익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을 설득한다. 이러한 방법론이 가능한 배경에는 실제 고객들이 평가한 6억 개의 별점 데이터와 내부의 정형데이터는 물론 외부의 비정형데이터까지 모두 고려한 왓챠의 예측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선불로 매입한다면 왓챠는 가입자가 본 만큼 후불로 정산하는 수익분배 방식을 선택하여 작품성과 흥행에 자신 있는 콘텐츠 사업자일수록 왓챠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데이터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점차 왓챠를 먼저 찾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많아져 이제는 콘텐츠를 선별해서 수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왓챠가 계약한 80개 콘텐츠 사업자 중 약 63%가 먼저 왓챠에 먼저 연락을 주었다.
3. 찐팬들의 보이스를 통한 홍보: #헐왓챠에 #게이미피케이션 #이스터에그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특별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 입이 절로 벌어지는 ‘와우 모먼트’를 경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쿠팡’일 것이다. 쿠팡의 사명은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이다. 이를 위해 익일배송을 보장하는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가능한 ‘로켓와우’를 선보이며 온라인 구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기다려야 된다는 기존의 개념을 아예 깡그리 무너뜨렸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에서 소비자들은 ‘와우’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왓챠의 “와우 모먼트”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간 왓챠의 행보를 보면 고객 참여(Consumer Engagement)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을 알 수 있는데 그중 지난해 12월 왓챠에서 진행했던 ‘#헐왓챠에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tvN의 “유퀴즈”에 출연한 왓챠 대표가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려고 종종 ‘헐 왓챠에’를 검색한다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후 이용자들은 맡겨 놓은 돈 찾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트위터에 ‘#헐왓챠에’를 활용하여 함께 보고 싶은 작품명을 트윗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SNS 내 트렌드를 포착한 왓챠는 발 빠르게 아예 공식 캠페인으로 “#헐왓챠에_OOOO”를 진행했다. 그렇게 이용자들이 왓챠에서 보고 싶은 작품들의 위시리스트가 왓챠 운영진에 전달되었고 왓챠는 이를 적극 반영하여 수급을 진행하였다.
왓챠는 109,667건의 콘텐츠 요청 건을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은 요청을 받은 ‘진정령’과 ‘닥터후 시즌11’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외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수요 역시 확인되어 수급을 진행하였다. 참고로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TV, 케이블, 스트리밍 방영권은 2016년 워너미디어와 계약한 ‘NBC유니버설’이 2025년 4월까지 가지고 있다.
왓챠의 #헐왓챠에 캠페인의 경우, 새롭게 수급한 작품을 고객에게 알리는 방법에 대해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있다. 타 OTT가 티저 영상을 제작하고 홍보에 집중했다면 왓챠는 초성 퀴즈로 신작을 안내해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승화했다. ‘ㅇㄱㅇㅊ’, ‘ㄱㄱㅊ’, ‘ㅁㅅㅇㅍㅅㅂ’, ‘ㅎㅂ’ 등의 초성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네티즌들의 추측이 쏟아졌다. 이렇듯 왓챠 이용자들에게 주는 재미 요소는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단순히 영화 시리즈를 선보인 것만이 아니라 왓챠 시작 화면부터 PC, 모바일 곳곳에 ‘이스터 에그‘(easter egg·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 안에 몰래 숨겨 놓은 여러 가지 재미있는 기능)를 숨겨 놓았는데 왓챠의 기존 이용객들은 물론 해리포터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시리즈 중 하나에 들어가면 화면에 골든 스니치가 보이고, 스니치를 클릭하면 도망간다.
그리고 검색창에 ‘루모스’라고 하는 주문을 입력하면 마우스 끝에서 불이 켜지는 효과로 해리포터를 보러 들어온 해리포터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헐왓챠에 캠페인’에 대한 폭발적인 바이럴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왓챠는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고 홍보하는 고착된 절차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에게 왓챠에서 보고 싶은 작품에 대해 묻고 언제든지 요청을 해달라고 적극 안내한다. 넷플릭스를 몇 년째 이용하고 있지만 넷플릭스가 내게 어떠한 콘텐츠를 보고 싶은지 물은 적은 없었다. 왓챠의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왓챠의 이용자들은 유독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2021 브랜드 고객 충성도 대상’에서 브랜드 신뢰, 브랜드 애착, 재구매 의도, 타인 추천 의도, 전환 의도 등 5개 조사 항목 전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왓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전략은?
왓챠는 앞서 언급한 3가지 전략을 통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왓챠는 2011년 설립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191%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시청 시간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14시간 12분이었던 시청 시간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8시간 42분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 더욱더 가파른 성장 커브를 그리기 위한 왓챠의 전략을 알아보자.
1. #넷없왓있, 넷플릭스엔 없지만 왓챠엔 있는 독점 콘텐츠:
최근 왓챠는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을 ‘확장판’ 형태로 독점 공개하는 전략을 선보였는데 유명 유튜버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왓챠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쇼트폼’ 콘텐츠를 확보하는 반면 유튜버들은 콘텐츠의 유통 채널을 늘릴 수 있어서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유튜버 ‘이과장’이 제작한 <좋좋소>는 왓챠에서 가장 주목 받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29세 조충범이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에 취업 후 과정을 현실감을 더해 풍자한 페이크 다큐인데 첫 화 공개 후 2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을 달성했다. 왓챠는 미공개 장면이 포함된 ‘확장판’을 선공개하는 등 이용자의 관심과 흥미를 돋우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외 동물 유튜버 ‘하하하’도 왓챠에 입점했다. 시골에서 양어장을 운영하는 하하하는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콘텐츠로 구독자 107만 명의 거대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왓챠는 유튜브에 공개된 5분 안팎 토막 영상들을 20분 분량의 시리즈 형태로 재가공했다. 이 밖에 웹툰 작가 이말년의 주식 도전 콘텐츠 <말년을 행복하게>, 축구 유튜버 김진짜의 경기 해설 콘텐츠도 ‘확장판’ 형태로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왓챠가 기존의 작품성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주로 공급하다가 조금은 결이 다른 유튜버들과 손을 잡았다. 이유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비해 유튜브 영상은 저렴하면서 화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왓챠가 대형 업체들과 같은 스케일로 제작을 하려면 유명 배우 등을 캐스팅해야 하는데 비용은 높은 반면 좋은 성과는 보장되지 않는다. 유튜버들의 ‘확장판’ 콘텐츠 확보 시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왓챠를 통해 신규 구독자와 만날 수 있고, 라이선스 수익을 제작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 왓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왓챠는 또한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와 손잡고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팬들에게 필드 위 경기 외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다. 코로나19로 인해 관중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기장의 현장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포츠 다큐멘터리 제작 결정을 내렸다.
손흥민이 소속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이야기를 다룬 아마존 프라임의 ‘올 오어 낫씽: 토트넘 홋스퍼’나 EPL에서 강등을 거듭한 선덜랜드 AFC를 다룬 넷플릭스의 ‘죽어도 선덜랜드’는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세부적인 클럽하우스 얘기까지 담아 스포츠팬들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다.
왓챠 입장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윈윈’하는 협업으로 보인다. 특정 팀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고정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내놓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드라마와 예능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최근 드라마 제작사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도 있다. 왓챠는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효율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장르로 보고 있다.
3. 왓챠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일본의 인구는 한국 대비 2.5배 많고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역사 역시 길다. 시장 규모도 한국에 비해 성숙하여 OTT 서비스를 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취향이 조금 더 명확하다. 국내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여 1,000만 영화는 안 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반면 일본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보았건 개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소비한다. 이러한 성향은 왓챠의 개인화 추천을 적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일본 왓챠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한국 고객들보다 영화 등 콘텐츠에 대한 별점 평가에 더 적극적이며, 추천받는 횟수도 더 많다고 한다. 이러한 시장의 성향과 잘 맞아서인지 왓챠는 지난해 말 일본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엔터테인먼트 앱 순위 ‘톱 5’에 랭크되는 등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의 해외전초기지 전략을 벤치마킹해 왓챠 일본을 거점으로 일본 콘텐츠를 독점 계약하거나 현지 제작해 일본 외 시장으로 독점 공급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왓챠는 국내시장과 일본에 이어 5~7년 뒤 아시아에서 2000만~30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해외 진출을 진행 중이다.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과거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전진하였듯이 왓챠가 새로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자.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