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Y & RICH
현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포티 앤 리치. 스포티 앤 리치라는 브랜드를 파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둘러보는 것이다. 브랜드에서 제품 발매 시 찍은 룩북 사진들과 함께 브랜드가 추구하는 무드를 여러 이미지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브랜드의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스포티하고 캐주얼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이며 단순히 캐주얼함, 스포티함을 넘어 쿨함까지 느껴지는 브랜드다.
누군가는 스포티 앤 리치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헬스장 갈 때 입는 브랜드”
실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서 스포티 앤 리치가 찍은 사진들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무드를 전달하기 위해 올린 사진들을 보면 저런 말이 한 번에 이해가 될 것이고, 스포티 앤 리치라는 브랜드를 한 번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캐주얼함과 스포티함을 넘어 쿨함까지 느껴지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왜, 어떻게 스포티 앤 리치는 현시점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된 것일까?
1.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를 한 번씩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instagram과 able이 합쳐진 단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스포티 앤 리치를 소개하면서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펴보기를 권유했던 것처럼, 스포티 앤 리치의 강점은 바로 비주얼이다.
스포티 앤 리치는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에밀리 오버그(Emily Oberg)가 설립한 브랜드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맞게 그녀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서 매우 뛰어남을 보인다. 스웻셔츠와 스웻 팬츠 셋업에 롤렉스를 매칭하기도 하고,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매칭하기도 한다. 또한 스웻셔츠에 수영복 혹은 사이클 쇼츠와의 조합을 보여주는 등 뻔하지 않은 여러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패션계에서 여러 작업을 하며 쌓은 스타일링 경험과 노하우가 스포티 앤 리치의 강점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2. 원 마일 웨어(1 mile wear)
스포티 앤 리치가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는 데 뺄 수 없는 것이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 근처에서만 돌아다니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패션에서도 원 마일 웨어가 트렌드가 되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집 앞 마실 룩‘이라고 할 수 있다.
슈트, 포멀 한 재킷, 셔츠, 슬랙스, 구두 등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고 편하고 캐주얼한 옷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지금도 그런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스포티 앤 리치의 주요 아이템인 스웻 셔츠(맨투맨), 스웻 팬츠, 티셔츠 등이 인기가 많아진 것이다. 단순히 옷의 디자인만 있었다면 과연 누가 스포티 앤 리치라는 브랜드의 옷을 샀을까싶다.
하지만 1번에서 얘기했듯, 스포티 앤 리치의 강점은 바로 비주얼이다. 스포티 앤 리치는 여러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들의 옷을 입으면 당신도 쿨해질 수 있고, 충분히 멋있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결국 그 옷이 아니라 스포티 앤 리치가 가진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3. 인플루언서
스포티 앤 리치의 주요 마케팅 채널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스포티 앤 리치가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의 무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스포티 앤 리치가 추구하는 하이엔드와 로우엔드의 조합을 선보이는 인플루언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지만, 그들도 괜찮은 브랜드가 있다면 기꺼이 자신이 돈을 지불하여 제품을 구매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그들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스포티 앤 리치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저스틴 비버의 아내 ‘헤일리 비버’를 시작으로 여러 인플루언서가 스포티 앤 리치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스포티 앤 리치를 입고 캐주얼함과 쿨함을 풍기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스포티 앤 리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스타일 가이드를 준 것은 바로 에밀리 오버그 자신이었다.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지만 32만 5천 명의 팔로워를 지닌 그녀는 “스포티 앤 리치는 이렇게 입는 거야”라는 스타일링 가이드 사진을 여럿 공개하면서, 스포티 앤 리치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로 향하게끔 만들었다.
스포티 앤 리치를 직접 구매하여 후기한 콘텐츠들을 보면, 옷의 품질이 그렇게 좋진 않다고 한다. 이 정도 퀄리티인데 이 가격에 판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하며, 그냥 평범한, 보통의 품질 정도라고..
스포티 앤 리치의 강점이 비주얼에 있듯이, 스포티 앤 리치는 옷의 품질보다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와 환상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은 그 이미지가 너무나 시기적절하고 신선해서 세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되었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언젠가 사라져 버릴 것이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만 금방 적응하기 마련이고 적응한 이후에는 또 새로운 자극을 찾기 때문이다.
과연 스포티 앤 리치는 10년 후에도 계속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the row’라는 브랜드처럼 이를 시작으로 꾸준히 브랜드를 전개할지도 모르지. the row의 시작도 스포티 앤 리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으니깐. 에밀리 오버그가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일하면서 브랜드를 전개하기에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37살이 된 내가 스포티 앤 리치 맨투맨을 입고 공원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지.
장뚜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