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비즈니스는 다수의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다 보니 구매 과정에서 B2C보다 더 고객과 가까이 대면하고 이런 개인적 관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업과 고객 간의 개인적 관계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사업 모델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고객과 일일이 전화나 메일을 통해 소통하거나, 혹은 직접 만나는 영업 과정이 다소 구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커머스에서 클릭 몇 번이면 당일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B2C와 비교해보면 말이죠.
시대가 변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B2B 비즈니스도 점점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고객을 만나고, 고객의 디지털 경험에 대해 고민하는 B2B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B2C 기업이 B2B로 확장하고, 반대로 B2B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확장하면서 이 두 가지 모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B2C 기업은 항상 우리의 삶에서 보고 듣기 때문에 매우 친숙한 반면, B2B 기업들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질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브랜딩에 쏟는 노력이 덜한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B2B 브랜딩은 기업의 성장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B2B 브랜딩은 어떻게 구축할까요?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 브랜드 ‘잔디 (JANDI)’의 사례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먼저 B2B 마케팅에서 알아 두어야할 특징 몇 가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B2B의 구매 과정은 매우 길다
여러분은 상점에서 치약이나 샴푸 같은 생필품을 고를 때, 몇 분 정도 고민하시나요? 원하는 치약을 고르는 데 1분도 안 걸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지 않고, 여러분이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고, 위험성이 낮은 제품이고, 만약에 별로인 제품을 구매한다 해도 크게 타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업이 기업에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개별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돈’으로 구매합니다. 기업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다량을 한꺼번에 구매하거나, 몇 백만 원에서 몇 억 원까지 구매의 가격도 높은 편이죠. 다른 말로 하면, 잘못된 결정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B2B는 B2C 제품보다 복잡한 구매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사람이 구매에 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구매 과정이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2. 다수의 의사 결정권자가 개입한다
위 치약의 예시처럼 B2C 제품을 구매하는 데는 보통 한 명, 혹은 많아야 두세 명의 결정권자가 필요합니다. 반면, B2B는 많은 결정권자가 구매에 개입하는데요.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B2B 구매에는 평균적으로 6.8명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각기 다른 팀에서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되거나, 같은 팀 내에서 대리, 팀장, 부장을 거쳐 사장님까지 직위가 다른 여러 팀원들이 검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더 정교하게 타겟팅한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B2B 기업을 생각해보면, 소비재와 달리 특수한 용도에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을 거예요. B2C 브랜드가 다수의 대중을 타깃팅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B2B 브랜드는 중장비, 소프트웨어, 컨설팅 등 특정한 분야의 다소 한정적인 잠재 고객을 깊게 타깃팅합니다.
4. 직원을 통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B2B의 긴 영업 과정 때문에 종종 고객은 한 기업의 여러 부서 담당자와 대면하게 됩니다. 이 각각의 직원들이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전사에 걸쳐 일관성 있는 브랜드 메시지와 가치 그리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광고보다도 더 훌륭한 홍보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잔디 사례로 보는 B2B 브랜딩 성공 전략
1. 브랜드 스토리
B2B 기업도 B2C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고객을 중심에 둔 브랜드 스토리와 어떻게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요약한 간결한 핵심 문장, 웹사이트, 직원의 이메일 서명, 마케팅 홍보물 등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이 일관되고 간결한 메시지를 노출해야 합니다.
잔디는 이렇게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협업 툴/메신저’처럼 서비스의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고객이 얻는 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했습니다. 팀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이라면 빠른 소통과 간편한 프로젝트 관리가 특히 와 닿을 것입니다.
2. 콘텐츠 전략
위 B2B 기업 특징에서 설명한 것처럼, B2B는 평균 구매 고려 기간이 매우 깁니다. 이 라이프사이클 단계마다 고객에게 연관성 있는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통해 계속해서 인지시키는 것입니다.
잔디의 블로그, 소셜미디어, 유튜브 채널에서 활용팁, 활용 사례, 스마트워크 트렌드, 튜토리얼 등 ‘일과 생산성’에 관한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기업이 주요 타깃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이미지를 ‘일할 땐 장비빨’과 같은 태그라인으로 일상 생활 속 잔디의 역할을 강조해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3. 소셜 프루프
비싼 물건을 살 때, ‘사고 나서 후회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덜컥 겁이 나면서, 살까 말까 고민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B2B 제품/서비스의 가격은 비싼 편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구매에 대한 확신을 주는 데에 특히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고객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소셜 프루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검증이라는 뜻인데요. 이미 제품을 사용해본 다른 고객들의 후기, 제품을 사용하는 유명한 기업/브랜드의 로고, 수상 경력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국내/외 기업 고객의 로고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27만 개’라는 숫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큰 기업도 쓰는데, 27만 개 회사나 쓴다는데, 진짜 괜찮은 플랫폼인가봐! ’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잔디의 고객 사례는 단순히 보유한 고객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데요. 이 페이지를 보는 방문자가 산업에 따라 그리고 규모에 따라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고객의 좌절과 문제’를 강조하거나, 잔디로 얻은 ‘가치’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잠재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 나도 (우리 회사도) 이런 문제가 있는데?’라고 대입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죠.
4. Thought Leadership(토픽 리더십)
B2B 마케팅에 자주 사용되는 ‘Thought Leader’란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생각 리더’로 조금 어색한 표현이 되는데요. 말 그대로 한 분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라는 의미로, 한발 앞서서 해당 분야의 혁신과 성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잔디는 ‘업무 관리,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여기서 나아가 더욱 ‘오래/열심히’ 일하는 ‘하드워크’에서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일하는 ‘스마트워크’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스타트업, 업무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 일을 ‘잘함’으로써 커리어 성공을 원하는 직장인 등 ‘스마트워크’를 지향하는 잠재 고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시장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팀 커뮤니케이션 툴 구매를 고려하는 관리자뿐 아니라 스마트하게 일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에게 잔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이 사람들이 잔디의 고객이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추천하거나, 혹은 이 사람들이 관리자로 성장하여 결정권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전략적이고 똑똑한 접근이 아닐까요.
많은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B2C에 비교하면 B2B 마케팅은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제품/서비스에 마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능력입니다. 그 능력은 고객과 시장에서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울 줄 아는 것, 그리고 창의적이면서도 ‘와 닿는’ 콘텐츠를 제작할 줄 아는 것. 이 두 가지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그레이스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