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하기만 한 일을 했어요. 저의 전문성이 뭔지 모르겠어요”

커리어 고민을 들을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 주니어로 입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스타트업은 인원이 적고, 방향성이 계속 바뀝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필요한 일도 빠르게 바뀝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기획자로 입사해도 결국 마케팅, 고객 대응, 콘텐츠 제작 등 회사에 필요한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일잘러는 무엇인가 ( 출처 : U-PLUS 광고)

 

스타트업이 첫 직장인 경우, 두 가지 결핍이 생깁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업무로 인한 전문성 갈증입니다. 한 가지 일만 몇 년 해도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는 몇 달마다 일이 바뀝니다.(심지어 동시에 해야 할 수도) 기획자로서도, 마케터로서도, 디자이너로서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번째는 시니어 부재로 인한 전문성 갈증입니다. (개발자가 특히 많이 느끼는 합니다) 큰 조직에 가면 같은 일을 하는 경력자가 있습니다. 멘토 혹은 사수의 존재입니다. 나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 옆에서 일을 배울 수 있습니다. 빨리 일잘러가 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자기의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완성도 있는 일은 이런 것이다! 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결핍 때문에 서비스가 성장하면 대개 다음 두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번째는 업무 영역이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서비스가 성장하고 투자라도 받게 되면 회사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핵심 역량을 더 강화합니다. 기획 잘하는 경력자, 경험 많은 퍼포먼스 마케터를 한두 명씩 고용하게 되면 주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게 됩니다. 재능 없이 디자인하게 되거나, 스스로 재미를 못 느끼는 홍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번째는 권한이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초반에는 개인의 의견이 서비스에 더 반영됩니다. 그리고 팀이 커지다 보면 초기 멤버로서 팀장을 맡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자가 들어오는 경우,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매니징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팀장 자리는 내줘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표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임에도, 권한이 줄어드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회사가 재미없어져서 다른 회사를 찾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전문성 때문에,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 스테이지의 회사에 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개인의 성장보다 회사의 성장이 빠릅니다. 성장 속도를 맞추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조직의 성장에 따라 권한이 줄어드는 것을 수용할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킬셋은 다양하다

 

저는 업무 역량은 다음 네 가지 레이어로 분류합니다.

 

– 메타스킬 : 커뮤니케이션, 논리적 사고, IT 활용 능력 등 직무와 산업에 상관없이 필요한 능력

– 직무스킬 : 해당 직무 툴(태블로, 재플린, GA 등), 세무지식 등 특정 직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

– 리더십 : 리더십, 팔로우십, 조직운영 등 조직의 퍼포먼스를 올리는 협업 능력

– 도메인지식 : 종사자만 알 수 있는 산업의 경쟁사 동향, 밸류체인 혹은 인적 네트워크  

 

주니어 커리어엔 메타스킬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에 어떤 직무를 하더라도, 어떤 회사로 가더라도 일잘러의 칭호를 받을 있게 됩니다. 높은 수준의 메타스킬을 갖추고, 한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각 포지션에 어떤 일이 필요한지 알게 되고, 협업 능력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메타스킬은 좋은 시니어가 있다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지만, 같은 주니어 사이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타고난 가장 중요한 같기도)  요즘은 이를 위한 책, 온라인 글, 영상도 많습니다. 데일리 업무에서 본인이 신경 쓰면 메타스킬은 충분히 키울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직무스킬이 어렵습니다. 누가 알려주는 것 없이 본인이 시행착오를 하면서 하나씩 배워야 합니다. 기본 기능은 인터넷에서 배울 수 있지만, 막상 필요한 기능을 해보려면 쉽지 않습니다. 숨겨진 기능을 한두 개씩 파악할 무렵 다른 직무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을 확대해가다 보면 혼자 3-4가지 직무를 해야 해서 복합적인 업무 경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여러 가지 일을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한 가지 직무는 계속 회사에서 오너십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동시에 외부에 의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직무를 하는 선배를 찾아가서 일을 배우든가, 같은 직무 오프라인 모임, 혹은 오픈 카톡방 등에서 정보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따로 여러 경험을 쌓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리더십은 일종의 메타 스킬로 보고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합니다.) 도메인 지식은 직무스킬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작은 서비스가 있는 산업은 생각보다 범위가 좁습니다. 사무실 한 구석을 창고로 활용하는 커머스 서비스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지식이나 네트워크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쿠팡이나 SSG라면 일부 가능합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산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알기 어렵습니다. 유무료 리포트를 꾸준히 읽어보거나, 업계 잡지를 읽어보거나, 포럼에 자주 참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같은 업계의 큰 회사와 파트너십을 꾸준히 트라이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흥하는 서비스, 지그재그.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자신의 회사와 직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방향성이 생깁니다. 지그재그에 일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플랫폼 비즈니스이기도, 패션 비즈니스이기도, 취향 비즈니스이기도, 마케팅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다음 커리어를 또 플랫폼으로 가거나, 혹은 다른 오프라인 패션으로 가거나 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 업무를 하더라도 디자이너 역량을 갖출 수도 있고, PM 역량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지금 속해 있는 산업과, 하고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다양한 길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성장보다 회사의 성장이 빠르다는 것은 초기 스타트업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중의 하나입니다. 오히려 시니어와 같이 큰 조직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본인의 성장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성장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커리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베이스로, 메타스킬, 직무스킬, 도메인 지식 어떤 것에 집중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직무와 도메인 지식을 키우기 어렵다면 메타스킬에 집중(집착)하는 것도 좋은 성장전략입니다. 

 

임현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