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최강자, 스타벅스로 보는 초일류 브랜드의 조건
*본 글은 필자가 ‘내돈내산’하고 작성하는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도서 리뷰입니다.
지난 리뷰에서는 블루보틀이 어떻게 집요함을 바탕으로 ‘초일류 브랜드’가 되었는지, 그리고 당근마켓을 주제로 팔리는 브랜드의 조건 5가지를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그러고 나니, 정작 이 세계관(?) 최강자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브랜드는 바로 ‘스타벅스‘다.
저자는 블루보틀에 대해 다루면서, 블루보틀 창립자가 스타벅스의 good 수준 커피보다 great한 수준의 커피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집요하게 최고의 커피 맛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블루보틀의 커피 맛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원두 판매 사업도 철수했으며, 콘센트와 와이파이 없이 온전히 커피 맛만 즐길 수 있는 매장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
블루보틀 창립자 생각대로 스타벅스의 커피가 대중적이고, good 수준의 커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 커피는 전 세계에서 초일류 브랜드로 인정받는 브랜드다. 이에 필자는 스타벅스가 ‘팔리는 브랜드의 조건’을 얼마나, 어떻게 갖추었는지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커피와 문화를 만드는 곳
– 연초가 되면 광고대행사나 미디어렙사, 혹은 리서치업체에서 제작한 ‘마케팅 캘린더’를 출력해 사무실 자리 근처에 붙여둔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캘린더는 마케팅에 활용하기 좋은, 시즈널 이슈나 스포츠 경기/명절 등에 대한 일정을 알려주는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그 마케팅 캘린더들을 둘러보다 보면,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스타벅스 MD 나오는 날‘이 일정으로 연중 몇 번 표시되어 있다. 아마 이 일정은 스타벅스처럼 한정판 MD를 발매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마케터들에게 특히 유용한 일정일 것이다. 그만큼 스타벅스에서 MD를 발매하는 날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마케터들에게 연례 행사처럼 자리 잡았다.
–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서 기념품으로 스타벅스의 시티 텀블러/머그를 한 번쯤은 구입해 봤을 것이다. 시티 텀블러/머그는 해당 도시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그 도시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 MD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별로 예쁘지도 않고 특색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해외여행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망설이다가 구입한 적이 몇 번 있다. 스타벅스 지점이 전 세계에 있는 만큼, 그 도시를 기념하기에 시티 텀블러/머그는 최고나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스타벅스의 시티 텀블러/머그는 해외여행 시 필수 기념품 중 하나가 되었다.
– 스타벅스는 카공(카페에서 공부)할 때,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카페의 대표주자다. 몇 시간이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고객이 오랫동안 있어도 직원은 절대 눈치를 주지 않는다. 창가의 1인용 좌석이나 널찍한 테이블도 역시 고객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때마다 스타벅스를 찾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차별화된 커스터마이징과 ESG 전략
– 시중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 혹은 개인 카페를 가도 휘핑크림이 여러 종류가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휘핑을 매우 좋아하는데, (현재는 일반/에스프레소 휘핑만 가능) 과거 초콜릿/두유/일반/에스프레소 휘핑 총 4가지의 휘핑이 제공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는 휘핑크림에 한정되지 않는다. 라떼 종류나 프라푸치노 종류를 마실 때, 우유 역시 일반/저지방/무지방/두유 4가지가 제공된다.
– 종이 빨대를 가장 먼저 도입한 카페 프랜차이즈는 바로 스타벅스다.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였음에도, 다른 곳들이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을 때 스타벅스는 가장 먼저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종이 빨대가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는 사실상 크지 않고 보여주기식의 마케팅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곳보다는 죄책감이 덜한 곳이 스타벅스였다. 그뿐인가. 빨대가 필요하지 않은 리드(뚜껑)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곳 역시 스타벅스다. 해당 리드를 도입하고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이 50% 이상 줄었다고 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단연 친환경에 앞장서는 프랜차이즈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 스타벅스 코리아가 스타벅스 미국 본사에 역수출한 시스템, 사이렌 오더가 스타벅스를 경쟁사들과 차별화하는 것에 한몫했다. 워낙 고객이 많아 나중에 온 고객들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사이렌 오더는 고객들에게 탁월한 편리함을 제공했다.
– 스타벅스는 음료 제조 후 고객이 설정한 닉네임으로 불러준다. 이는 보통 한국 지점인 경우 그렇고, 외국 지점에 가면 주문과 동시에 이름을 물어보며 고객이 주문한 음료 사이즈의 컵에 바로 이름을 써준다. 그리고 주문한 음료가 나오면 고객의 이름을 불러준다. 이때, 간혹 고객의 이름을 다르게 적는 경우도 있는데 항간에는 이것마저 바이럴을 끌어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말도 있다. 또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파트너’라고 부르며 존중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한국의 경우 직원들 간에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며 수평적인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
집요한 고객 중심
– 1인 1 메뉴 주문, 외부음식 반입 금지, 사용 시간 3시간. 스타벅스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안내 문구들이다. 하지만 많은 카페는 최소한 1가지 이상의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카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어찌 보면 당연한 규정이지만, 간혹 사정에 따라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규정들이기도 하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곳이 아닌, 고객이 향유하고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그러한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했다.
– 앞서 언급했듯, 스타벅스에서 일정 주기로 출시하는 한정판 MD는 매번 화제의 중심이 된다. 작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서머레디백은 평소 MD를 모으는 편이 아닌 필자도 가지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타벅스 MD는 집요하고 철저하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하고, 트렌드를 직접 경험해 본 마케팅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이라는 스타벅스 마케팅팀은 인터뷰에서 ‘집요하게 고객을 관찰하는 것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링크)
커피와 문화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기념품. 다양한 선택지와 편리한 주문.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되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MD 제품. 닉네임을 불러주는 독특한 경험까지. 스타벅스가 초일류 브랜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팔리는 브랜드 ‘당근마켓’의 특징
수요일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