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빨간색은 사용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Garnet Red 어떠세요?
개발자: #5F0300이네요. 그런데 아이폰이랑 갤럭시에서 색 느낌 차이가 너무 큰데요?!
브랜드 매니저: 프로덕트 브랜딩은 따뜻하고 친근한 노란색과 어울리지 않을까요?
회의 종결자: 제가 미리 실험해본 결과 버튼 색을 초록색으로 했을 때 클릭률이 가장 높습니다. 초록색으로 하시죠.
회의 끝!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가는 회의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회의 종결자가 없다면 말이다.
‘지금 구매하기’ 라는 Call to Action 버튼의 색을 정하기 위해 토론을 하는 모습이다. 나름 중요한 버튼이라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가설과 자기주장이 오가고 있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더 이상의 토론은 의미 없다. 당장 테스트에 들어가야 한다. 검증하지 않은 가설은 잡담보다 나을 게 없다.
이 회의를 5분 만에 끝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랜딩 페이지를 3가지 버전으로 준비한다. 3가지 버전은 1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외관상 동일하다. 그 1가지 요소는 구매하기 버튼의 색! 각각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의 구매하기 버튼을 가진 3가지 랜딩 페이지가 필요하다.
SNS 광고 캠페인을 3개 만들자. 이제 각각의 랜딩 페이지에 200명씩 도달시켜보자. 그리고 클릭률을 계산해보면 된다. 이 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랜딩 페이지 제작 툴이 많기 때문에 개발자 없이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SNS 광고를 통해 무작위로 충분한 수의 사람을 모을 수 있다. 요즘처럼 온라인에서 실험하기 좋은 환경은 없을 것 같다.
버튼의 색 외의 모든 요소는 동일해야 한다. 대조군과 실험군이 철저히 분리되지 않으면 실험 결과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3가지 광고 캠페인의 카피라이팅과 이미지는 역시 동일해야 한다. 작은 맥락의 차이로 실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필자 역시 실험을 즐기고, 많은 이익을 거두었다. 곧 출시할 신제품 역시 수많은 실험을 거쳐 곧 세상으로 나올 예정이다. 가장 먼저 개발한 프라이스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통해 최적가를 도출한다. 그리고 가장 호소력 있는 카피는 무엇이고, 상세페이지 이미지는 어떤 것을 쓸 것인지 모두 테스트한다.
이렇게 한 결과 16,000원짜리 제품에서 구매 전환율이 7%까지 올라가는 조합을 찾아냈다. 참고로 평균적인 제품의 구매 전환율은 1~2% 정도 내외다.
재미있는 점은 ‘조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성과 좋은 카피라이팅과 성과 좋은 이미지를 함께 쓴다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미지와 카피라이팅 사이의 궁합이란 게 있는지, 각각 있을 때의 퍼포먼스가 함께 있을 때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치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카피, 이미지, 제품, 브랜딩 등이 합쳐졌을 때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 같다. 이처럼 실전에서 실험은 너무 복잡하다. 버튼 색을 고르는 실험은 아주 간단한 편이다.
이러한 실험 중심의 접근법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는 것이다. 스텁허브라는 티켓 예매 사이트에선, 사용자가 티켓값에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스텁허브는 투명한 가격 체계를 자랑했다. 고객이 티켓 재고 목록을 보는 순간부터 수수료를 포함한 최종 가격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네이버 쇼핑에서 쇼핑할 때 배송비가 포함된 금액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서는 궁금증이 들었다. 수수료를 숨기고 있다가 결제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
결과가 흥미롭다. 수수료 후 공개 방식일 때 사용자가 구매할 확률이 13% 더 높았고, 티켓값으로 5.42% 더 많이 지불했다. 단기적으로 이렇게 눈에 띌만한 개선이 있었지만, 후 공개 방식은 사용자 경험을 해칠 위험이 있다. 실제로 후 공개 방식으로 구매한 고객은 재방문 확률이 떨어졌다. 이 결과를 의사 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경영진의 선택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달라진다.
중요한 점은 실험의 한계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
그리고 다차원적으로 결과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대표는 재택근무중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