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기업의 ESG 경영,
5가지 키워드만 체크하면 알 수 있습니다!
ESG라는 단어 혹시 들어보셨나요? 특히 투자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단어인데요. 기업의 비재무적인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E는 Environmental(환경), S는 Social(사회), G는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자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 단어이지요. 물론 ESG라는 개념 자체는 최근에 새로 생긴 건 아닙니다. 알고 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용어였는데요. 최근 들어 ESG 기준의 투자나 기업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 ESG가 주목받고 있나요?
그렇다면 왜 ESG가 다시 대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을까요? ESG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많이 주목받던 개념이었지만, 최근까지도 국내에선 다소 낯선 단어였는데요. 하지만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 등을 통해 사람들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고요. 갑질 논란이나 일부 기업 오너들의 추태가 이슈화되면서, 이러한 것들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인 ESG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작년부터 불어닥친 주식투자 열풍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기업의 가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것들이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ESG 투자로 이어진 겁니다. 또한 테슬라를 비롯하여 친환경 키워드와 관련성이 깊은 일부 회사들의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모두가 더욱 ESG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커머스 영역에서도 ESG가 중요할까요? 사실 일반적으로 ESG는 특히 환경적 요소와 연관성이 깊은 제조 기업들과 엮어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ESG 키워드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들이 현대자동차나 LG화학과 같은 회사였고요. 하지만 커머스에서도 ESG라는 키워드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장기적인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할 때는 꼭 살펴봐야 하는 요소인데요. 대체 커머스 기업에서 중요한 ESG 관련 키워드는 무엇일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키워드① – 친환경 배송
현재 ESG에 있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3가지 요소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환경입니다. 다만 커머스 기업들은 그 특성상 환경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긴 합니다. 물론 과거에도 환경 보호와 연관된 브랜딩을 시도한 사례는 있었습니다. 일례로 홈플러스는 십수 년 전인 지난 2008년 그린 스토어 매장을 표방한 부천 여월점을 만들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우리가 환경오염하면 공장을 떠올리지, 누가 매장을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솔직히 이러한 흐름이 확산하거나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커머스 기업들에 환경적 책임이 요구되기 시작한 건,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였습니다. 어떤 부분이 지적받기 시작했냐고요? 고객들 눈에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지 않던 과거엔 눈에 띄지 않던 택배 박스들이 언젠가부터 거슬리기 시작한 겁니다. 박스는 물론 상품 파손 방지를 위한 각종 부자재까지,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하자 과포장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신선 배송 업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는데요. 이들은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냉재를 사용하는 등 더 포장에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쿠팡프레시, 마켓컬리, SSG, 헬로네이처 등 다수의 플레이어가 친환경 포장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예 친환경 배송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은 플랫폼마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친환경 배송은 차별화 포인트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업체가 친환경 배송을 혁신적으로 구현하는지 꼭 집중해서 살펴보셔야 합니다.
키워드② – 택배 노동자
이번 키워드는 Social과 연관되는 키워드입니다. 바로 택배 노동자 문제인데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택배 노동자에게 과도한 노동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날이 갈수록 택배 물동량은 늘어나고, 택배사 간 가격 경쟁은 이어지면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사회적으로 이러한 과로사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노동 환경 자체는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는 것으로 명문화하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고요. 택배업계의 운임 인상도 업계 1위 CJ 대한통운을 시작으로 릴레이로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원인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유통업계에선 반발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조차 택배기사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일반 택배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동참하자, 물류를 내재화한 업체들이 새로운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새벽 배송을 차별화 서비스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쿠팡의 노동자 과로사 문제나 마켓컬리의 블랙리스트 이슈 등이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고요. 이들이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성공한 만큼 이러한 리스트를 관리하느냐가 향후 지속적인 성장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이네요.
키워드③ – 긱이코노미
앞서 택배 노동자 이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지닌 키워드가 긱이코노미입니다. 긱이코노미란 플랫폼의 단기 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쿠팡플렉스나 배민 커넥트입니다. 해외에선 우버가 유명하지요. 특히 이러한 단기 노동자들은 많은 사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입이 감소하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뛰어들면서 작년 한 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우선 플랫폼 기업들로서는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가 엄청난 고민거리입니다. 직원처럼 최소한의 복지를 지원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들 긱노동자들을 노동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AB5 법안이 한때 통과되면서, 특히 플랫폼 업체들이 위기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주민투표를 통해 이 법안은 초기보다 약화하긴 했지만요. 긱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큰 흐름 자체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쿠팡도 이러한 규제나 노동 이슈에 대해 상장 신청서에 담기도 했었고요. 아마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이들을 과도한 비용 없이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일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무조건 긱노동자들 편을 들 수도 없는데요. 대표적으로 배달의 민족은 배달 기사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이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플랫폼이 챙겨야 할 것을 고객에게 전가하느냐는 비판이 대다수였지만요. 그동안 배송 기사들에게 쌓인 불만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긱노동자들의 서비스 퀄리티 컨트롤이 어렵다 보니 생긴 문제인데요. 이와 같이 단순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리스크를 누가 최소화하냐가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키워드④ – 공정계약
가끔 우리는 커머스 플랫폼과 관련되어 불공정 계약이나 갑질에 대한 기사 내용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특정 플랫폼에서 단독 입점을 강제하거나, 갑을 관계를 활용하여 강압적으로 불합리한 조건을 수용하게 하거나 말입니다. 특히 자사의 PB 브랜드를 밀어주거나, 상위 노출을 보장해주는 등의 액션을 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준비되고 있는 법안이 이른바 바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고요. 아마 앞으로는 ESG에 신경 쓰지 않는 기업들조차도 플랫폼 공정화 법에 따라 과거에 하던 나쁜 관습들은 버리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트렌드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기업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네이버입니다. 물론 네이버도 검색 순위 노출을 조작하여 자사 콘텐츠를 띄워주었다는 소송에 말려 있는 등 부정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업계 최초로 빠른 정산을 도입하고, 파트너스퀘어를 통해 셀러 지원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죠. 결국 셀러들에게 평판이 좋은 플랫폼이 최후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역으로 갑질 논란이 있는 플랫폼은 빨리 손절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키워드⑤ – 지배구조
마지막으로 다룰 포인트는 지배구조입니다. 아니 창업자 대표가 많은 이 업계에서 지배구조가 뭐가 중요하냐고요? 우선 우리는 쿠팡과 배달의 민족 사례를 기억해야 합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인해 한때 반일 운동의 희생양이 될 뻔했고요. 배달의민족의 경우,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 히어로에게 인수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게르만의 민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으로 불려야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특히 온라인 업체일수록 투명하게 이슈들을 공유하는 것이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가장 유리한 회사 중 하나는 쿠팡인데요. 이번 상장에서 일반 주식보다 의결권이 29배 많은 클래스B 보통주를 도입하였고요. 이와 같이 차등 의결권 제도를 활용하여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런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선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ESG의 개념과 최근 주목받게 된 이유, 그리고 커머스에서 체크해야 할 5가지 포인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아직 ESG라는 개념이 과연 커머스에서도 필요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더욱이 3가지 구성 요소 모두 재무적 관점의 것은 아니다 보니, 실제 돈을 버는 것으로 이어지는 게 쉽진 않기도 하고요.
다만 2가지 측면에서 커머스에서도 ESG 경영을 꼭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기업의 가치 제고 차원입니다. 이미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의 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고요. 따라서 이러한 부분들 당연히 관리하고 신경 써줘야 합니다. 더욱이 요즘 ESG 투자는 과거에는 위법한 기업들을 걸러내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ESG 경영을 잘하고 있는 곳을 따로 선별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외부 투자를 잘 받기 위해서도 더욱 ESG 경영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커머스가 그 어떤 사업보다 고객과 밀접하게 만나는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우리는 ESG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소비재 기업 중에서는 남양유업이나 유니클로처럼 불매 운동의 여파로 근간 자체가 흔들린 경우가 많이 존재하고요. 커머스도 또한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를 훼손한다면 이러한 위기를 피해 가긴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ESG 경영을 선제 도입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네요.
김요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