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회사는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스케일로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TSMC입니다.
TSMC는 대만 소재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입니다. 팹리스 즉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의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그들의 반도체를 위탁하여 생산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TSMC는 198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대만 행정원 소속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전액 출자한 국가출자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1992년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지분을 전량 공개 매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TSMC 지분의 6.68%를 대만 정부 소속 행정원의 국가발전기금이 보유 중입니다.
반도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도화되고 미세화되었습니다. 인텔에서는 무어의 법칙을 내세우며 반도체의 집적도가 2년을 주기로 배가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만큼 반도체는 가파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미세화되었습니다. 문제는 반도체가 미세화를 진행할수록 제조 공정도 이에 맞춰서 변화를 해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자본과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즉 더 이상 반도체 회사가 생산과 개발을 병행하는 것이 회사 전체의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회사들은 점차 생산 부문을 정리함으로서 회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에 이릅니다. 아직도 인텔과 삼성전자 등 굵직한 IDM 즉 생산과 제조를 함께 가져하는 회사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반도체 회사들의 트렌드는 생산을 위탁생산업체 즉 파운드리에 맡기고 설계와 개발을 본사에서 진행하는 팹리스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업계의 트렌드에 따라 팹리스로부터 반도체 설계도를 인수받아 대신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 사업이 최대 활황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가파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도체 업계 트렌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두말할 것 없이 파운드리 외길인생을 걸어온 TSMC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슬로건으로 가지고 있는 TSMC는 파운드리 업계의 절대강자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5.6%, 삼성전자가 16.4%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드리 업계의 절대강자 TSMC가 가진 강점과 약점, 그리고 기회와 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TSMC의 강점
TSMC의 강점은 오랜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쌓아 온 절대적인 시장의 입지를 들 수 있습니다. TSMC는 1987년 창업 당시부터 파운드리 회사로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약 34년 동안 파운드리 사업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 TSMC는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파운드리의 절대강자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메이저 급 반도체 회사들 뿐만 아니라 브로드컴 등의 통신 모뎀칩, 그리고 미디어 텍, 화웨이 등 대만, 중국계 팹리스 그리고 미군 군사용 반도체나 자일링스의 FPGA도 TSMC의 라인을 사용하여 제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TSMC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꽃으로 불리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TSMC가 이렇게 절대적인 시장 강자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첫째, 선도 진입자의 견고한 입지를 들고 싶고요. 둘째,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TSMC의 기술력을 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꼽고 싶습니다.
선도 진입자로서의 입지는 앞에서 충분하게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TSMC는 파운드리 공정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TSMC에서 내세울 만한 기술은 패키징 기술인데요. 바로 팬 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여 반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반도체 패키징에서 필수라 여겨졌던 PCB 기판 없이 웨이퍼 내에서 패키징 작업을 수행함을 통해 비용까지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팬 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 기술을 통해 TSMC는 삼성으로부터 애플 AP 물량을 빼앗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 기술을 획기적인 기술이었습니다.
삼성도 이에 질세라 웨이퍼 레벨 패키징보다 진일보했다고 여겨지는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있습니다. 삼성과 TSMC와의 기술 전쟁은 공정 초미세화에서 패키징으로 옮겨 붙고 있는 양상입니다만 아직까지는 삼성의 패널 레벨 패키징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여서 개발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패키징 기술뿐만 아니라 제가 누누이 이야기드렸던 초미세 공정의 정밀도 면에서도 TSMC가 경쟁사들에 비해 앞선 것이 사실입니다. 삼성 7 나노와 TSMC 7 나노를 비교하면 트랜지스터 집적도 면에서 삼성이 TSMC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제조 공정의 노하우와 기술력은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TSMC가 많은 팹리스들의 선택을 받는 많은 이유 중 하나 역시 기술력의 차이도 한 몫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TSMC의 마지막 강점은 규모의 경제입니다. 특히 초미세 공정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핵심 장비 EUV 노광장비 수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그래프를 보시면 2020년 현재 삼성전자의 EUV 장비 수는 18대입니다. 반면 TSMC는 40대이죠. 이 격차는 2021년에 더욱 벌어질 예정입니다. 삼성전자가 28대를 확보하는 반면 TSMC는 60대를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미세 공정에서 EUV 장비의 수는 곧 초미세 공정을 반영한 반도체를 누가 더 많이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와 같습니다.
TSMC는 삼성전자에게 7 나노 EUV 공정으로 뒤통수를 맞은 뒤 영끌하여 ASML의 EUV 장비를 확보하는 데에 혈안이 됩니다. 그 결과 삼성보다 EUV 공정을 늦게 시작한 TSMC가 되려 삼성보다 앞서게 되고 말았습니다. 압도적인 물량 차이로 삼성전자는 TSMC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TSMC의 기회
TSMC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과 함께 더 큰 기회의 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부터는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만개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요 또한 만만치 않게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파운드리 업계에서도 늘어나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포문은 NXP와 TSMC가 열었습니다. NXP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드는 세계 2위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입니다.
세계 2위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가 TSMC와 손을 잡고 5 나노 공정을 이용하여 차세대 고성능 자동차 프로세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자동차 관련 반도체를 만드는 팹리스들이 초미세 공정을 활용한 최신 칩셋을 경쟁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여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도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자동차 반도체 물량을 가장 많이 수주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누구일까요? 저는 삼성보다는 TSMC 쪽이 더 많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일단 강점에서 말씀드렸던 EUV 장비를 앞세운 초미세공정에서의 규모의 경제 효과를 꾀할 수 있는 TSMC 쪽에 메이저 급의 자동차 반도체 회사들이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이미 NXP가 그 가능성을 보여 주었죠.
이외에도 AI의 발전과 데이터센터 확충 등의 굵직한 파운드리 사업에 자극을 줄 만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텔이 팹라이트를 선언했다는 점입니다. 막대한 인텔의 PC 및 서버용 CPU 물량이 파운드리 업계로 유입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파운드리 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겠죠? 2021년에는 이렇게 파운드리 업계에 기회의 장이 활짝 열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만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의 가장 큰 파이는 TSMC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죠.
TSMC의 약점
TSMC의 약점은 무엇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TSMC가 파운드리만을 고집하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TSMC에는 단단한 유대관계를 가지는 11,000여 가지의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슈에 의해 TSMC의 위탁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떨까요?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TSMC가 오랜 시간을 걸쳐 쌓은 고객과의 신뢰가 깨져 대형 고객들을 놓쳐 버린다면 그것은 TSMC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TSMC의 큰손인 애플이 갑자기 공급선을 삼성전자로 바꿔 버린다면 TSMC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으로 다가오겠죠.
TSMC에게 있어서 파운드리 분야를 선택하고 이에 집중한 것은 매우 주요한 전략이었고, 이 전략으로 인해 지금의 승승장구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하는 시장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유연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TSMC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약점은 걸출한 경쟁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삼성전자인데요. 삼성전자가 TSMC와의 기술 전쟁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는 TSMC의 터줏대감 고객이었던 엔비디아 최신 GPU인 RTX 30 시리즈 전량을 수주했고 퀄컴의 5 나노 최신 칩셋 전량을 수주하는 등 TSMC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고 있습니다.
삼성이 파운드리 기술력을 계속하여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있고, 점차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파운드리 수주를 잇따라 따내면서 TSMC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점유율 격차가 아직도 상당하고 오히려 벌어지고 있기도 하지만삼성전자의 존재가 TSMC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자극제이기도 하면서약점이기도 합니다.
TSMC의 위기
최근 TSMC는 선단 공정 노드와 관련하여 예기치 않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만 IT 언론인 디지타임스는 지난 6일 TSMC의 3 나노 공정 기술의 개발 핵심기술의 병목으로 지연되어 양산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EUV 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TSMC의 3 나노 공정을 책임질 공장과 장비 설치가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당초 6월에 시험생산 예정이었던 3 나노 핀펫 공정은 10월로 시험생산을 연기했습니다. 이로 인해 3 나노가 적용되는 칩의 양산도 2022년 이후로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TSMC의 위기일까요? 삼성이 무서운 속도로 기술격차를 좁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TSMC가 장비 수급 문제로 멈춰서 있는 동안 어쩌면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삼성임에도 불구하고 3 나노 GAA 공정에 대한 연기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삼성이 심기일전하여 예정대로 2022년 3 나노 칩 양산을 시작하면 5 나노까지 기술 우위에 있었던 TSMC의 메리트는 약화됩니다. 3 나노 물량 중 상당수를 삼성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 흘러나오는 3 나노 공정 지연 이슈는 미칠 듯한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삼성전자를 라이벌로 둔 TSMC에게는 뼈아픈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정리합니다. TSMC는 1987년 설립 당시부터 파운드리 외길을 걸었던 파운드리 전문기업입니다. 선도 진입자로서 TSMC는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고객과의 신뢰관계와 뛰어난 기술력, 그리고 규모의 경제로 TSMC는 현재의 영향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확실한 TSMC의 강점일 것입니다.
또한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인텔의 팹라이트 선언, 그리고 자율주행 차와 전기자동차 수요 폭발로 인한 자동차 전용 반도체의 수요 증대 등은 TSMC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파운드리 일변도의 사업구조와 미칠듯한 속도로 TSMC를 추격해 오는 삼성이라는 걸출한 경쟁자의 존재는 TSMC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불거진 3 나노 공정지연 이슈는 삼성과의 3 나노 공정 양산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하며 TSMC에게 당면한 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TSMC는 고객 이탈을 막고, TSMC에게 지속적으로 이윤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양질의 고객들을 계속 확보함을 통해 파운드리 일변도 사업 구조의 리스크를 상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지금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주춤해진 3 나노 공정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해 최대한 빨리 3 나노 생산 공정을 구축함을 통해 3 나노 양산 지연을 최대한 만회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3 나노 공정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삼성이 TSMC를 이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큰 건… 저도 역시 대한민국 사람인가 봅니다!!
강성모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