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겐다즈를 보면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 생각난다.
하겐다즈 기준! 2열 종대로 헤쳐모여!!
편의점 주인은 당신이 하겐다즈를 구매하지 않길 바랄지도 모른다.
이 아이스크림은 일 잘하는 영업사원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나오는 내용은 철저히 가격전략 관점에서만 해석한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내가 만약 편의점 주인이라면 하겐다즈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할 것이다. 이 아이스크림의 비싼 가격표는 앵커링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격 전략에 있어 앵커링 효과는 가장 자주 언급되는 심리학 용어이다.
- 앵커링 효과(닻내림 효과):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움직이지 못하듯, 인간의 사고가 하나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판단에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이 앵커링효과 때문에 우리가 좋든 싫든, 하겐다즈 가격을 보는 순간 머리속에 기준점이 생긴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옆에 있는 제품들이 평소보다 더 싸게 느껴진다. 2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1000원짜리 옆에 있으면 엄청 비싸보이지만, 4000원짜리 하겐다즈 옆에 있다면 우리에게 와닿는 느낌 자체가 확 달라진다. 이렇게 우리는 편의점에서 생각보다 돈을 더 쓰고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 결국 하겐다즈 제조사는 아이스크림을 공급한 게 아니라, 가격착시를 일으키는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편의점은 하겐다즈를 팔아서 수익을 내려고 들여놓은 게 아니라, 앵커링 효과를 내기 위해서 잘 보이는 곳에 배치를 해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편의점 말고 또 하겐다즈를 많이 쓰는 곳은 어디일까? 고급 디저트 카페다.
오늘 핸즈커피에 가서 주문을 하는데 와플 광고 영상이 계산대 옆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와플이 다 구워지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간다. 익숙한 로고의 아이스크림 회사가 나온다. 아! 이집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쓰는구나!!
핸즈커피는 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촬영한 홍보 영상에 남의 브랜드를 노출시켜 준 것일까? 이 고급진 아이스크림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일단 ‘좋은 아이스크림을 쓰니, 다른 재료도 좋은 걸 쓰겠구나.’ ‘이 디저트는 비싸지만 제값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자리잡는다. 내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높은 가격을 합리화를 해버린다. 이런 인지 과정은 우리 뇌가 아주 빠르게 해버리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렇다, 하겐다즈는 카페의 브랜딩 고급화 전략 컨설턴트라도 되는 것일까?
하겐다즈의 고급화 전략이 최종 소비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가격의 관점에서 알아보았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하겐다즈는 그냥 아이스크림 회사이다. B2B기업이라는 것은 그저 이 아이스크림이 유발하는 소비자의 심리 상태와 가격전략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한 궤변이니 가볍게 들어주면 좋겠다.
이대표는 재택근무중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