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 4년 전, 회사 스터디 모임에 강사님으로 오신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여러분, 이메일 마케팅 신경 쓰시나요? 지금부터 이메일 마케팅 준비하고 시작하셔야 해요. 고객을 연결하고 잡아두기 위한 방법으로 이것만큼 적은 비용이 드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 무시했죠(?).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겐 이메일은 한낱 스팸메일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이 우리들이 보내는 이메일을 본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죠. 오픈율이 얼마나 된다고, 이걸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뉴닉이라는 존재를 보게 됩니다.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뉴스레터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게 가능하다니!
심지어, 그 뉴스레터를 좋아하는 팬도 생기다니, 구독자랑 파티까지 한다니,
이게 뉴스레터라니!
아마, 많은 마케터가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뉴스레터가 우후죽순 생기며 자연스럽게 회사에서도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지나자, 뉴스레터에 점점 매달리게 됐죠.
업무가 되자, 마음도 조급해집니다.
‘우리에게 관심을 주세요! 우리 이렇게나 좋은 글을 드린다고요! 같이 잘 지내고 싶어요 ㅜㅜ’
그리고, 지금 또 새로운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더 더 읽고 싶은 뉴스레터를 만들자!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에 입사하기 전, 대표님과 미팅해서도 주요 마케팅 목표로 삼았던 것 중 하나가 뉴스레터 고도화였습니다. 이미 뉴스레터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나은 유대감을 만들 수 있는 뉴스레터를 만들길 원했습니다.
특이점은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가 주요 고객이었기 때문에, 두 개의 뉴스레터로 분리해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내용과 구성 차이가 있었죠. 내용은 월별 세무 소식을 담고 있었습니다. 한창 여러 뉴스레터에 빠져있어, 기존의 딱딱한 뉴스레터엔 아쉬움이 남아 새로운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무언가 새로운 걸 하고 싶은 마케터의 오지랖 + 진짜 더 나은 걸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을 더해 일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얼마나 재밌는 뉴스레터가 많은 데, 사람들이 더 더 읽고 싶은 뉴스레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말이죠.
제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요?
자, 그래서 우린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
우선, 기존 진행하고 있는 뉴스레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12월의 뉴스레터입니다. 주요 고객사인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 분에게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 두 가지 그룹군으로 나눠 각기 다른 구성의 뉴스레터를 보냈습니다.
① 스타트업 뉴스레터
- 발송 일정: 매월 마지막 주
- 발행 내용: 이 달의 세무 뉴스, 정부지원금 소식, 주요 세금 이슈
② 크리에이터 뉴스레터
- 발송 일정: 매월 마지막 주
- 발행 내용: 이달의 세무 일정, 정부지원금 소식, 주요 세금 이슈
위 2가지 뉴스레터의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차이는 달력 이미지의 유무입니다.
스타트업 대상으로 나가는 뉴스레터는 대표님들이 미쳐 지나갈 수 있는 세무 관련 기사를 보여주고, 크리에이터 대상 뉴스레터는 이번 달에 필요한 세무 신고 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의문점이 드실 수 있습니다. 월간 뉴스레터가 이미 다 끝나가는 매 월 마지막 주에 발송되고 있었다는 점이죠. 신고 일정 안내를 이미 신고가 끝난 시간에 뉴스레터로 보내준다니, 인수인계를 받는 입장에선 당연 처음 느끼는 문제점이었죠.
그럼에도 문제없이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세무 관련 업무는 이미 담당자가 해결해주고 있으니, 굳이 뉴스레터를 통해 미리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 뉴스레터의 의미부터 다시 만들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누구를 위한 뉴스레터를 만들어야 할까?
기존의 뉴스레터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 대상으로만 뉴스레터를 발송했고, 뉴스레터를 통해 세무 관련 이슈를 챙겨주었으니까요. 비록, 워낙 고객과 채널이 열려있는 상태여서 필요성과 중요도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레터의 역할은 그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고객과 좋은 관계 유지는 이미 회사에서 뉴스레터 외에 다양한 채널로 충분히 잘 챙기고 있었습니다.
뉴스레터 용도는 더 나은 것이 되어야 하죠.
저는 신년에 보낸 대표님의 새해인사 메일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기존 고객 분들께 발송한 신년 새해인사 이메일입니다.
특이점이 있다면, 기존 뉴스레터가 ‘[12월의 세무 레터]’로 시작하는 딱딱한 제목인 것에 비해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 대표 회계사 Roy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해봤습니다. 내용도 인사와 더불어 회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고, 올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존 뉴스레터에 비해 오픈율이 25%나 높게 기록했습니다. 물론, 신년 인사라는 점 그리고 평소와 다른 형태의 제목이 유인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뉴스레터 보이는 친근감과 진심을 보이는 내용이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 정보제공이 아닌 이야기를 담은 편지가 메리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방향성은 ‘친근감’ 그리고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보낸다고 잡고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말투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콘텐츠는 어떤 내용이 좋을지, 뉴스레터 수신자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을 말이죠.
지금, 내가 좋아하는 뉴스레터 돌아보기
우선, 제가 좋아하는 뉴스레터부터 되돌아봤습니다. 요즘 뉴스레터가 너무나 다양해지면서 콘셉트 또한 매우 다채로워졌습니다. 가장 쉬운 예가 말투부터 변화가 있죠. 어느 누군가는 반말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음슴’체로 정보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① 까탈로그(http://the-edit.co.kr/newsletter)
디에디트가 만든 취향 뉴스레터입니다.
구독 창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힙한 느낌을 주죠.
마치 옛날 오락기 인트로 화면 같습니다. 귀엽네요.
요즘 핫한 내용을 담아 소개해줍니다. 마케터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어, 매우 만족스럽게 읽고 있습니다. 디자인 측면만 아니라 어투도 친근한 친구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친구와 수다 떠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어투를 주목해볼 만합니다.
‘주방에 토스터가 없다면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싶어’, ‘~구워진대’, ‘~깨달았지 뭐야’ 등과 같은 반말식의 구성으로 더욱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요즘 유행하는 뉴스레터의 정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② 돈 밝히는 여자 Cathy (https://maily.so/cathyxcash)
돈 밝히는 여자 Cathy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까탈로그와 다루게 조금은 무게감이 있죠.
주제가 돈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일까요?
같이 말은 놓고 있지만, 이젠 직장인끼리의 대화로 느껴집니다. 가볍게 설명해주는 느낌을 많이 받죠.
물론, 내용마저 가볍진 않습니다. 어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어주는 내용을 반말로 풀어가며 쉽게 설명해준다는 인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③ 미스터동 뉴스레터 (https://mrdongnews.com/)
유일한 유료 구독 중인 뉴스레터입니다. 정확히는 후원을 하고 있죠.
미스터동 뉴스레터는 시사상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돈에 관련된 이야기보다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다룬다고도 볼 수 있죠.
미스터동이 뉴스레터를 풀어가는 방식은 구독자와 유대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조금 특별한 유대로 말이죠.
배운 변태라는 말의 의미는 그렇습니다.
미스터동의 뉴스레터는 단편적인 시사정보만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그 이면의 뜻을 찾아보게 만들죠.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계속 독자에게 생각을 물으니까요.
어투는 이전의 것보다 조금 더 진지합니다. 존댓말로 이야기하며 글 속의 존중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은 미스터동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글을 정독하게 만드는 힘이 나오는 것이죠. 최근 읽은 뉴스레터 중 가장 매력적인 뉴스레터입니다.
④ BOODING (https://www.booding.co/)
부딩은 부동산 관련 정보를 큐레이팅 합니다. 소개해드린 뉴스레터 중 가장 전문성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듯하기도 합니다.
빼곡한 글씨, 그래프까지 가득 차 있습니다.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거꾸로 생각한다면 그만큼의 질 좋은 아티클을 제공받는 셈입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저렇게 쓰고, 만들려면 굉장한 고민이 필요하니까요.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굉장히 질 좋은 잡지 기사를 읽는 느낌을 줍니다.
4가지의 뉴스레터를 천천히 살펴보면, 어떤 순서로 나열되었는지 느낌이 오실 것입니다.
뉴스레터와 화자와 구독자 간의 거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차이를 보입니다.
카탈로그의 완전 절친 느낌부터, 직장인 친구 같은 ‘돈 밝히는 여자 cathy’ 그리고 진지한 티타임을 하는 듯한 미스터동, 완전한 고급 잡지 기사를 제공하는 부딩까지 말이죠. 소재를 친근하게 다루는 방식이 점점 formal 하게 바뀌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가 가진 브랜드의 위치, 성격에 따라 뉴스레터 구성도 달라질 것이니까요.
전형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