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라고 들어보셨나요?
뭔가의 줄임말인 것 같긴 한데… 많은 분들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셨을 것 같은데요. 최근 미국 아티스트 Beeple(Mike Winklemann)의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라는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6930만 달러(한화 약 784억 원)에 낙찰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린 것과 NFT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1. NFT가 도대체 뭔데?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인데요. 비트코인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 화폐의 한 종류예요. ‘제2의 비트코인’이라고 불리는 NFT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으로, 기존의 가상 자산과는 달리 상호 교환이 불가능해요.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기 때문이죠.
NFT는 게임, 예술품, 부동산과 같은 기존 자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를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에요. 그래서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불법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하죠.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나 이미지는 누구나 쉽게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었어요. 사실상 ‘디지털 자산’에는 고유한 의미나 예술품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NFT를 통해 이게 가능해진 거예요. 누구나 복사할 수 있는 이미지 하나가 NFT를 활용하는 순간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나만의 작품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300MB 크기의 JPG 파일에 불과한 비플의 작품이 살바도르 달리나 폴 고갱의 작품보다도 비싸게 팔린 거예요. 비플은 첫 미술품 경매 무대에서 단번에 생존하는 작가 중 3번째로 비싸게 작품을 거래한 아티스트가 됐어요. 놀라운 일이죠.
2. 방귀 소리에 트윗까지…NFT의 무궁무진한 활용
그렇다면 NFT가 적용되는 분야는 예술 작품에 한정될까요? 물론 아닙니다. 디지털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NFT로 만들 수 있는데요. 심지어는 방귀 소리까지도 거래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는 1년 치 방귀 소리를 모아 오디오 클립을 만들어 NFT 전문 거래소에 올렸는데요. NFT 열풍을 조롱하기 위해 벌인 행각이었지만, 방귀 NFT는 예상치 못하게도 85달러(약 10만 원)에 팔렸습니다.
이뿐 아니죠. 트위터의 창립자 잭 도시는 ‘just setting up my twttr(지금 막 내 트위터 계정을 설정했다)’이라고 자신이 쓴 역대 첫 트윗에 NFT를 적용해 290만 달러(약 32억 7000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또한 사람이 실제로 살 수 없는 집이 50만 달러(약 5억 6400만 원)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캐나다 작가 크리스타 킴이 만든 디지털 집 ‘마스 하우스(Mars House)’는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고글을 써야만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에 불과한데 웬만한 집 한 채 값으로 팔렸다니… 이해하기 힘든 회화 한 점에 수십억 원을 지불하는 예술품 애호가들을 바라볼 때 느끼던 기분을, 디지털 세계에서도 느끼게 됐습니다.
3. 발 빠르게 NFT 마케팅에 나선 기업들
연일 놀라운 이슈를 생산하며 ‘핫하게’ 달아오르는 NFT 시장. 마케터들이 놓칠 순 없겠죠? 이러한 유행을 타고 기업들도 NFT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타코벨이에요. 최근 타코벨은 트위터에 “우리의 타코는 이제 당신의 심장과 위장, 디지털 지갑에서 살 것이다”는 글을 올리면서 NFT 판매 소식을 알렸어요.
타코벨은 다섯 명의 작가와 협업해 각각 다른 타코 이미지, 비디오 클립으로 구성된 다섯 종류의 NFT를 발행했고 이는 판매 개시 30분 만에 전량 매진됐어요. 판매 가격은 각각 0.001이더리움(약 2037원)에서 시작했으며, 최고 0.4이더리움(약 79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해요.
타코 NFT 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모두 타코벨 재단에 기부돼 청소년 장학금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타코벨 홍보에 브랜드 이미지 개선까지 톡톡히 되었겠죠? 타코벨이 트렌드를 민감하게 캐치해 마케팅에 적용할 줄 아는 재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줬어요.
피자헛도 NFT 열풍에 동참했어요. 피자헛은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피자인 ‘One Byte Favourites(1 바이트 인기 메뉴)’를 NFT로 선보였어요. NFT 마켓 플레이스 ‘라리블(Rarible)’에서 한정된 기간 동안 매일 점심시간에 한 조각의 NFT 피자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죠. 피자헛의 인기 메뉴인 하와이안, 페퍼로니, 케네디언, 마르게리타 등 다양한 피자가 0.0001이더리움으로 판매가 되었으며, 첫 NFT 페퍼로니 한 조각은 9163 달러(약 1033만 원)에 최종 낙찰되었습니다.
프링글스도 나섰습니다! 프링글스는 일러스트레이터 바시아 콜로투샤와 콜라보해 ‘크립토 크리스프’맛 한정 프링글스 NFT 50개를 출시했어요. 금으로 도금된 프링글스 캔이 회전하는 6초짜리 MP4 파일이죠. 일반 상품과 동일한 0.0013이더리움(약 2달러)으로 낙찰이 시작된 NFT는 계속해서 가격이 치솟으면서 현재 1.1랩드 이더리움(2113달러)까지 입찰가가 올랐는데요. 먹을 수도 없는 감자칩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 실제 감자칩의 수백 배가 되는 가격을 지불하는 현상, 흥미롭지 않나요?
NFT의 유행은 과연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개념에 혁신을 불러올 가상 화폐의 미래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투기 열풍이 불러온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무엇이건 간에, NFT의 트렌드가 꺼지지 않는 동안 기업들은 이를 눈여겨보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발 빠른 퍼포먼스가 있어야겠습니다. 피자헛, 타코벨과 같은 전통 브랜드사의 재치 있는 NFT 마케팅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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