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막강한 파워, 국내 OTT 플랫폼은 어떨까?
조선 좀비물이었던 <킹덤>은 온전히 넷플릭스 유저들을 위한 독점 콘텐츠였다. 좀비 스릴러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국에 ‘시의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기도 했다. 킹덤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뻗어 나갔고 K-좀비와 ‘갓(Hat)’ 열풍을 만들어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킹덤>의 단점을 굳이 꼽는다면 시즌마다 공개한 에피소드가 고작 6개라는 점과 다음 시즌까지 무려 1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에피소드가 길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다는 면에서 이는 단점이 아니라 일종의 승부구를 던진 꼴이기도 했다. 그만큼 연출(김성훈 감독)과 극본(김은희 작가) 자체가 탄탄했다고 봐야겠다.
필자는 2019년 처음 공개된 <킹덤>으로 사실상 넷플릭스를 처음 시작했고 그 이후로 넷플릭스 증후군에 시달렸다. 넷플릭스에는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한다. 그중에 한국 콘텐츠도 여럿 있다. <킹덤> 이후로도 <인간수업>이나 <스위트홈> 등 주목받고 화제가 되었던 콘텐츠들이 줄을 지어 등장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이나 <승리호> 등 박스오피스를 건너뛰고 넷플릭스 개봉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넷플릭스는 양질의 콘텐츠를 받았고 그 콘텐츠를 제작한 제작사는 넷플릭스를 통해 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콘텐츠는 넷플릭스라는 서비스를 타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막강한 파워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넷플릭스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OTT 세계 속에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많은 유저가 정착해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전 세계 넷플릭스 사용자 ‘2억 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넷플릭스 구독료 중 베이식 요금을 대략 1만 원(실제 베이식 요금은 9천500원이다)이라고 가정했을 때 2억 명을 곱하면 월 2조 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물론 실제 매출과 영업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은 이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만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높은 숫자다. 와이즈앱이 공개한 수치 기준으로 2020년 12월 국내 OTT 월 사용자(MAU) 중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758만 명이었다. 그 뒤로 웨이브, 티빙, 유플러스 모바일 TV순이었는데 웨이브의 경우 같은 조사 기간 269만 명이었다. 웨이브와 티빙, 유플러스 앱 사용자를 합해야 겨우 비슷한 수준이었다.
위 조사 결과가 나온 지 3개월 남짓 흘렀다.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냐고? 2021년 2월 들어 주요 OTT 플랫폼 사용자는 조금씩 증가했다. 웨이브는 100만 명 이상 증가한 반면 티빙은 약 30만 명 수준이었다. 놀라운 것은 넷플릭스의 장악력이었다. 2020년 12월 758만 명에서 2021년 2월 1천만 명을 넘어선 것. 위 조사 결과는 와이즈앱 출처이고 올해 2월 결과는 모바일 데이터를 분석하는 아이지에이웍스를 참고했다. 결과야 어찌 됐든 넷플릭스의 독주는 올해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 OTT 플랫폼은 어떤 승부수를 띄울까?
웨이브나 티빙 모두 콘텐츠 확충에 더욱 집중할 모양새다. 그만큼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거대할 뿐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와 HBO 맥스까지 한국 진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티빙은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K팝을 포함한 예능, CJ 관련 채널의 인기 콘텐츠를 아주 활짝 열게 될 예정이다. 더불어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SF 영화 <서복>의 독점 제공과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20여 편도 연이어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티빙 사용권까지 결합해 구독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여기에 티빙은 OTT 전문 인력들을 대거 채용한다는 공고도 낸 바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부터 마케팅, 개발에 이르기까지 OTT 전문 경력 인재들이 티빙으로 이직하게 될 전망이다.
물론 넷플릭스도 콘텐츠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5일, 넷플릭스는 <See What’s Next 2021>이라는 행사에서 ‘5천5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연히 상당한 금액이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으로 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투자한 금액은 약 7천700억 원인데 2021년 한 해 동안 투자하게 될 금액이 이와 유사하다는 걸 감안해보면 한국의 콘텐츠 시장이 얼마나 강력한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킹덤>이나 <스위트홈>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이고 <승리호>처럼 가능성을 선보인 영화, 종편 채널에서 화제가 되는 드라마까지 대한민국의 콘텐츠가 가진 힘은 하루가 다르게 강력해지고 있다. 한동안 공중파 드라마는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저조한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위 잘나가는 드라마와 시청률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종편 채널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양질의 여부를 떠나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가져왔다. 이러한 콘텐츠를 정주행하거나 다시 보기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넷플릭스를 언급한다.
“혹시 그 드라마 봤어?”
“아니 아직 못 봤는데. 재밌어? 넷플릭스에 올라왔어? 정주행해야겠다“
콘텐츠 소비 자체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그리 어색하지 않은 대화라 하겠다. 하지만 방송에서 놓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넷플릭스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한 넷플릭스의 투자 지향 목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에 있다. 감히 따라 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으로 ‘스케일은 더욱 크게, 내용은 더욱 탄탄하게, 콘텐츠는 늘 새롭게‘ 만들어내려는 그들의 지향점은 구독자들의 기대감과 일치하겠지만 그 기대감이 실제 작품의 완성도와 얼마나 잘 맞춰질지가 주요 포인트겠다.
일단 2021년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보니 기대감이 한층 올라간다.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넷플릭스의 2021년 라인업이 공개된 바 있으니, 이곳에는 하단에 간략히 남기도록 하겠다.
넷플릭스가 OTT 세계를 점령한 이후 국산 OTT 플랫폼도 넷플릭스 돌풍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이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 등 연이어 진입하는 해외 세력(?)을 감당하려면 이들보다 뛰어난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 본격 OTT 시대가 열린 후 콘텐츠는 ‘구독’이라는 개념을 타고 스트리밍되고 있다. 사용자는 국내파와 해외파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소비한다. 구독자를 어떻게 유혹할 수 있을까? 저렴한 구독료나 무료 이용권, 결합 상품 등 눈에 보이는 뻔한 ‘당근’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콘텐츠가 지속되지 않으면 떠나가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콘텐츠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 역시 우수한 경우들이 많아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친다. 돈이 많다고 쏟아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훌륭한 배우들을 부실한 각본 위로 덮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명배우들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면 그보다 좋은 사례는 없을 것이다. OTT 서비스를 위해 사용자들은 중독이라도 된 듯 지갑을 연다. 하지만 지갑을 굳게 닫는 일도 오롯이 사용자의 선택이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다른 플랫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없을 수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저는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구독자일 뿐 넷플릭스와 관계가 없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참고 사이트
- <Oh my GAT: Hats of Joseon>, (2020.5.8)
- Netflix website
- <See What’s Next Korea 2021: All the K-Dramas and Films Coming To Netflix This 2021>, (2021.2.25)
- <넷플릭스, ‘See What’s Next Korea 2021’ 통해 공개 예정작 라인업 발표>, (2021.2.24)
- 티빙 채용 (지원서 제출은 3월 14일까지였습니다)
2021년 넷플릭스 라인업
<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이 2014년 연출했던 단편을 시리즈물로 제작한 <고요의 바다>는 공유, 배두나, 이준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영화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한다. 영화 <마더>의 박은교 작가가 시나리오를 담당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막화 되어버린 후 물과 식량이 부족한 미래의 지구. 초반 플롯은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얼마나 다르게 풀어나갈지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콘텐츠 중 하나다.
<D.P>
정해인이 넷플릭스로 돌아온다. 2014년부터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를 영화화했다. 근무를 이탈한 군인들을 체포하는 헌병대 체포조 D.P(Deserter Pursuit)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정해인을 비롯해 김성균, 구교환 등이 등장한다.
<오징어게임>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 80년대 아이들이 골목에서 즐겨하던 ‘오징어게임’을 ‘서바이벌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감독의 아이디어를 통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에는 이정재, 박해수가 등장한다. <남한산성>, <도가니>를 연출했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이 밖에도 학교 좀비물로 웹툰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주동근 작가의 <지금 우리 학교는>의 실사화를 시작으로 <부부의 세계>의 히로인 한소희 주연의 <마이네임>, 언제나 안정된 카리스마를 보여준 이제훈과 신예 탕준상의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연상호 감독이 직접 스토리 집필부터 연재, 연출까지 하게 되는 <지옥> 등 여러 편의 영화와 이수근의 <스탠드업 코미디>, 백종원의 <백스피릿> 등 리얼리티 예능도 라인업에 포진되어 있다.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