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은 공채를 줄이고 수시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광고 직군, 그중에서도 특히 카피라이터는 필요하면 그때그때 조금씩 뽑았기에 늘 수시채용에 가까웠다.
상위 6개 광고회사는 어떻게 카피라이터를 뽑고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이 회사들의 채용 과정을 소개해본다.
(2021년 01월 21일 시점의 정보이며, 실제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1. 제일기획 (삼성 그룹)
부동의 Top1 광고 대행사답게 유일하게 상/하반기 두 번 공채를 뽑는다. 삼성그룹 공채가 열리면서 제일기획도 열린다. 서류 전형의 특징은 토익스피킹 lv.7 혹은 오픽 IH가 필요하다는 것. 영어 점수를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 (영어는 오픽을 권한다. 필자는 토스 7 따느라 고생 많이 했다..)
서류를 통과하면 광고회사 중 유일하게 인적성을 치러야 한다. 기존 삼성그룹 SSAT와는 언어 유형만 겹치고 기획력, 창의력 유형이 따로 존재한다. 문제는 시중에 광고 직군을 위한 인적성 문제집이 없고 인터넷에서도 기출이나 예상문제가 많지 않다는 것. 보통 스펙업/독취사 등에서 스터디를 구해 준비하는데 돌아가면서 예상 문제를 만들고 시간을 정해 풀어보고 서로 피드백을 주며 대비한다. 인적성 시험은 용산고에서 진행되는데 학교에 빽빽하게 차있는 경쟁자들을 보고 기에 질리지 말 것. 참고로 시험장 감독 보조 및 인솔자들은 주니어 기수로 합격한 가까운 선배들이다.
싸트를 뚫어내면 대망의 면접. 새벽 여섯 시부터 이태원 제일기획 본사에 모여서 시작한다. PT면접, 창의 면접, 임원면접을 각 인원마다 임의의 순서대로 진행한다. PT면접과 창의면접은 면접에 활용될 사전과제를 푸는 시간이 있다. PT면접 사전과제는 노트북과 과제가 주어지고 1~2시간가량 즉석에서 ppt로 만드는 방식이다. 과제를 제출하고 순서가 되면 다섯 분 남짓되는 *ECD님 들이 계신 앞에서 10분 동안 프레젠테이션 하고, 질의응답과 함께 인성면접도 같이 진행한다. 창의면접 사전과제는 글로만 적어 내는데, 적으면서 문제가 뭐였는지 내가 적은 답이 뭐였는지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창의면접장에 들어가면 나는 문제와 제출한 답을 볼 수 없는데, 문제가 뭐였는지 요약하고 답을 어떻게 적었으며, 왜 그렇게 적었는지를 답해야 한다. 임원 면접은 흔히 생각하는 임원 면접과 같으니 자신이 가진 것을 잘 보여주고 나오자. 면접이 모두 끝나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오후 2~4시 사이에는 대부분 종료가 된다. 최소 8시간가량을 면접장에서 보내는 셈. 다 보고 나오면 진력이 빠진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진행한 2019 하반기 제일기획 공채에서는 7명이 최종 면접을 봤으나, 최종 합격된 카피라이터는 없었다. (서류 내고 인적성 풀고 면접 보고 개고생만..)
*ECD (Executive Creative Director) : 본부장급의 제작파트 수장 들
2. 이노션 (현대 자동차 그룹)
일 년에 한 번 제작 공채를 진행했으나 이젠 현차 그룹이 공채를 없애면서 수시채용으로 바뀌었다. 수시 채용 공고 정보를 얻기 위해 정기적으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팔로우 해놓아야 한다.
서류는 수시채용 기간에 인재풀에 정보를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제일기획과 마찬가지로 영어점수가 필요하다. 서류를 뚫어내면 AI면접을 보게 되는데 영어 질문을 할 수 있으니 주의. AI면접을 통과하면 대면 면접을 하러 양재에 가야 한다. 면접은 면접관 다섯 분 정도와 함께 15분 정도로 짧게 진행된다. 면접에 합격하면 전환형 인턴으로 뽑혀 3개월 뒤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정규직 전환율은 높은 편.
3. HS애드 (LG 그룹)
제작 직군은 공채가 없다. 인턴을 뽑아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데 인턴 채용 공고는 오픈되지 않고 TO가 나면 학교나 동아리 등, 아는 지인들에게만 알음알음 뿌려진다. 간혹 공모전 수상자들이 인턴 기회를 얻지만 전환은 힘든 고작 1달짜리. 필자 같이 아무 기반 없이 카피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들어가기 힘들다. (인맥 광고 out)
4. 대홍기획 (롯데 그룹)
일 년에 한 번 [스펙태클]이라는 공채를 진행한다. 서류에 영어나 학력은 일체 보지 않는데 광고 제작 직군은 과제가 매우 중요하다. 롯데리아나 빼빼로 등, 롯데 계열 브랜드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가 나오고 꽤 어려운 편.
원래는… 서류에 합격하면 제출한 과제를 바탕으로 PT면접을 봤었다. 하지만 최근엔 제일기획처럼 당일에 면접장에서 따로 과제를 받아 PT면접을 한 시간 반 가량 준비해서 발표하게 된다. 10분 정도 PT발표 후 질의응답과 함께 인성면접을 진행한다.
합격되면 인턴으로 뽑혀 2개월 동안 평가받게 된다. 한 달마다 팀을 옮겨서 평가받는데 현업을 쳐내면서 각 팀마다 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최종 과제는 발표 전날 주제가 나오고(..) 다음날 피티를 하게 된다. 이때 밤을 새우지 않고 준비하는 강심장이 있을지. 이런 과정을 거쳐도 전환율은 50%. 보통 4명 중에 2명을 채용하거나 2명 중 한 명을 채용하게 된다. 매우 잔인한 시스템.
5. SM C&C (독립광고대행사, 구 SK플래닛)
일 년에 한 번 하반기에 공채를 진행한다. 서류엔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제출하면 되고 영어성적 제한은 없다. 대신 과제가 있는데 상당히 어려운 편이라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서류를 통과하면 제출한 과제로 PT면접을 보게 되고 위 언급한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인성면접을 동시에 진행한다. 조금 다른 점은 인성 면접장에서 즉석으로 창의적인 질문이 던져지는데 개개인의 센스가 요구된다. (ex. 최근에 구입한 물건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무엇인가? 그걸 나에게 중고로 팔아보라.)
뽑히면 3개월 동안 인턴으로 생활하게 된다. 인턴 과정 동안 팀에 배속되어 업무를 보조하는 동시에 매 달 인사팀(..?!)에서 내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최종 과제는 한 달가량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고 모든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절반의 확률로 정규직이 된다.
6. TBWA korea (독립광고대행사, WPP 그룹)
카피 공채는 드물어서 공채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 서류에 특이사항은 없으나 주니어보드 출신들은 서류 혹은 이후 시험까지도 면제된다.
서류 이후에 뜨바 특유의 창의력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 외계인에게 사랑이 뭔지 설명해라, 너를 동물에 비유해봐라,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 장인/장모에게 애인의 장점을 소개해봐라 같은..
시험에 통과하면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을 본다. 실무면접은 카피라이터로서의 역량을 평가받고 임원면접은 웅현팍 등 임원진이 들어와 인성 면접을 진행한다. 뜨바의 수장인 웅현팍은 당신이 근성 있는 사람인지 집요하게 파헤칠 것이다. 거짓을 뚫어보는 통찰이 있는 면접관들이기에 포장해서 대비하면 역효과 날 수 있으니 운에 맡기고 자신을 솔직하게 오픈하자.
줄줄이 썼으나 최근 카피 공채는 5년만에 열린 것이었고.. 대체로 주니어보드 출신들을 인턴으로 굴려보고 잘하면 전환시킨다. 주니어보드 자체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한 편.
코로나가 아니라고 가정해도 위 여섯 개 회사를 모두 합쳐 1년 동안 뽑히는 카피라이터의 숫자는 5명 남짓. 바늘구멍이 작을수록 실력만큼 운도 많이 좌우한다. 광고업계는 연차가 쌓이고 실력과 인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면 점프업 이직이 어렵지 않으므로 언급한 회사들에 올인하는 것보다 일단 업에 발을 들이고 일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꼭 카피라이터를 해야겠다면(..) 말이다. (꼭… 그렇게… 카피를.. 해야했….냐!)
김카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