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창업하기투자받기

 

기업에서 돈은 사람에게 피와 같은 것이다. 사람에게 피가 부족하면 죽는 것처럼, 기업에도 운영할 돈이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회사도 후속 투자를 못 받아서 결국 해체되는 것을 봤다. 수 억원의 초기 투자도 받았고, 사용자도 증가하고 있었으며, 파트너사도 충분히 있었다. 회사 운영이 필요한 자금이 다 떨어지기 전에 투자를 받았다면 크게 성장할 회사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였다. 직원의 월급을 줄 형편이 못되어 개발자들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회사를 정리하고 말았다. 대표 말에 의하면 회사 운영 자금이 있다고 투자 유치 노력을 늦게 시작했다고 한다. 서비스 개발에 신경을 쓰다 보니 투자 유치 노력에 소홀히 했고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못 받아 실패한 경우다. 

 

 

Seattle Base camp 대표로 KSC(Korea Startup Center) 후원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 투자 track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런 분들을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 track으로 변경할 것을 권유한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에 투자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투자받기 힘든 이유

 

그 이유가 뭘까? 미국에는 VC(Venture Capital)나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비해 많고 투자 펀딩 규모도 훨씬 크다. 그렇다고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 준비되어 있다면 투자받을 기회는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투자자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고 글로벌 진출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개인적 바람은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준비를 잘해서 미국에서 투자를 받았으면 한다. 

 

 

 

투자를 왜 하는가? 가장 큰 목적은 큰 이익을 얻는 것이다. 보통 투자액의 최소한 10배 이상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선 투자자들이 최소한 10배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그럼 투자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중요시할까?

 

1. 사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중에서 설립자/대표이다. 내가 만난 한 투자자는 이런 말을 했다. AI As Service 회사에 시드 투자를 했는데 그 이유는 대표 때문이라고 했다. 그 회사의 사업 모델은 BTB였는데 투자를 받을 때 서너 개의 회사와 고객을 갖고 있었으며 pilot test 단계였다. 물론 대부분의 투자는 한 번의 만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투자자는 대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어떻게 창업하고 또 아이디어를 구현해 가는지 그 과정을 알고 있었다. 여러 번 만나 조언을 해줬고 그 대표는 투자자의 조언을 실행해 나갔다. 미국인 co-founder를 구하는 것이 좋다고 했을 때 business development 할 수 있는 co-founder를 구했고, 몇몇 회사와 pilot test를 할 정도로 초기 고객도 확보했다. 투자자가 본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대표의 실행력을 본 것이다. 이 대표는 회사를 성장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고, lead 투자로 참여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co-founder나 팀을 보게 된다. 얼마나 균형 있게 구성이 됐는가? 서로 간의 케미가 맞는가? 팀이 자질이 있는가? 결국 제품/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팀이 구성됐는가를 보는 것이다. 

사람은 한두 번 만나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최대한 조사해서 사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번 만나 얘기하고 오래 지켜보는 것만큼 확실히 사람에 대해 아는 방법은 없다. 특히 스타트업 초창기에는 제품, 팀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눈에 띌만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스타트업에 뭘 보고 투자하겠는가?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Smart Career를 진행하며 몇몇 angel 투자자를 만났다. 대부분 angel 투자는 소개를 받아 심사한다고 한다. 또 한 angel group은 한 달에 한 번 정규 미팅을 한다. 거기서 대표들과 만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성격의 모임이었다. 이런 모임을 통해 회사와 대표에 대해 알아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스타트업이 짧은 accelerator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pitch를 해 투자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demo day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demo day는 투자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 즉 시작에 불과하다. 꾸준히 투자자들을 만나고 Progress, 즉 실행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2. 아이디어/제품

 

한국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아이디어/제품이라도 미국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인종과 문화 그리고 지역적으로 소비자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 조사나 market 검증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면 투자자를 설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이 만큼 유저가 있고, 이 만큼 수익이 있으니 투자해 줘. 투자받은 돈으로 우린 이렇게 미국 시장을 공략할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심한 경우는 아직 미국에서 판매 준비가 안 된 제품을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lithium Ion battery가 포함된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기 위해선 FCC 승인과 UN test를 통과해야 한다. 이것 없이는 미국 내에서 판매 및 배달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투자받기 전에 필요한 승인을 받아 놓고 미국 판매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product market fit을 찾고 go to market 전략을 가진 채로 투자 자를 만나야 긍정적인 검토를 받을 수 있다. 

메디컬 디바이스의 경우에는 FDA 승인이 필요하고, 또 미국 내 임상 결과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도 미국에 관련 논문이나 아티클을 게재했거나, 해당 분야 전문가나 전문 기관의 추천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즉 미국 내에서 디바이스 효용을 증명할 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무 활동 없이 accelerator 프로그램에 참여해 pitch를 한다고 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3. 회사 구조

 

미국계 자본이 한국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사라면 모르겠지만, 미국 투자 펀드는 한국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 투자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선 그에 맞는 회사 구조, 즉 미국 법인 설립이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껍데기만 있는 미국 법인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회사 구조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공동 창업자라든지 잘 꾸려진 팀, 그리고 회사 내에 자산과 유저 및 수익 등이 미국 법인 안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한국과 별도의 독립적인 법인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과 미국 법인과의 돈의 흐름은 BTB 형태로 투명하게 이루어 져야 한다. 쉽게 말하면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보면 맞다. 법인을 설립하고, 공동 창업자를 구하고, 팀을 빌딩하고, product market fit을 찾고, go to market을 잘 실행하여 성장시켜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 쉽다.

간단하게 투자자들이 무엇을 보는가 살펴 봤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더 많은 변수와 dynamic이 존재한다. 실제 투자를 받기 위해선 대표가 몇 달 동안 투자 유치를 본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연락해서 약속을 잡고, pitch를 하고… 이러기를 투자받기까지 몇 달 동안 반복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진이 빠지는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송재희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