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非)플랫폼 기업의 마케터입니다. 비플랫폼 마케터의 입장에서 상황을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
매년 트렌드 전망서들을 보며 한해를 준비하곤 했는데 어느 해인가부터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거의 플랫폼 회사이거나 스타트업 관련 내용이다.
일 잘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은 나는, 타사 마케터들의 노하우를 배워 보려 여러 이메일 서비스도 구독해보고 했는데, 한참 읽다 보니 그들이 말하는 제품(Product)은 플랫폼이었고, 그들의 마케팅 방식은 대개 그로스 해킹이나 퍼포먼스 마케팅에 기반한다.
우리 회사 현실상 이걸 그대로 따라 하기도 어렵고, 따라 한다고 성공할 수도 없을 듯하다. 몇 번 벤치마킹해서 기획안을 올려 봤지만, 팀장의 눈빛이 좋지 않다.
그런데 비플랫폼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가끔 보인다. 잘 살펴보니 그들의 마케팅엔 공통점이 있었다.
그 비밀은 바로…
….
왜 빙빙 돌리냐구요? 해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상황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고 이건희 회장 어록에, 제트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가기 위해선 연료 엔진 등을 모두 바꿔야 하고, 골프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선 그립, 스탠스, 스윙 등 모든 걸 바꿔야 한다 했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바꿔야 하는 건 미디어나, 마케팅 전략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회사, 우리 제품부터 바뀔 수 있어야 하죠.
디지털의 탈(脫) 아날로그.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진은 그림을 따라 하고, 그림은 사진을 따라 했습니다. 한동안의 혼선이 이어지다가, 그림은 사진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현대 미술로 변신했고.. 사진은 자신만의 특성을 좇아 다큐멘터리적인 기능을 강화하게 됐죠.
왜 뜬금없이 사진과 미술 이야기냐면, 디지털이 등장하고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는 등장한 지 200년 가까이 되었지만, 디지털은 이제 몇십 년 수준이기에 아직도 디지털의 탈 아날로그화는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디지털 마케팅을 하면서 아날로그의 문법을 씁니다. 브랜딩이든, 미디어 전략이든.. 모두 아날로그 시절에 아날로그에 맞춰서 만들어진 기법들입니다. 여전히 디지털을 하나의 채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죠. 하지만 디지털은 채널이 아니라, ‘미디어’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자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산 마케팅 예산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인데요?!
아날로그에서 쓰던 브랜딩 방식에 미디어 전략을 가지고 디지털을 4대 매체에 넣어주고, 예산을 다소 늘렸다고 해서 해결책이 되진 못합니다. 여전히 디지털은 공짜(저렴이?) 마케팅 채널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디지털이 불러온 핵심적인 변화를 자세히 볼까요?
아..! 그에 앞서, 위에서 말하다가 말았던 ‘비밀’은 바로 ‘재미’였습니다. 이미 전의 글들에서 언급한 바 있죠. 그 관점에서 글을 이어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매번 잊어버리는 디지털의 실체
디지털은 이제 공기와 같아져서 그 존재를 따로 실감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의 특성을 잘 살펴 보면 우리가 디지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1. 이제 미디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디지털의 세상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고, 우리 모두 크리에이터입니다. 밥을 먹으며, 학교나 직장에 가면서, 화장실에서, 심지어 tv를 보면서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봅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하나의 채널로만 존재하는 때는 집에서 PC로 유선 인터넷을 하던 시절에 끝났습니다.
2. 미디어에선 재미있는 콘텐츠만이 확산된다.
매일 네이버나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콘텐츠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그중에 주목 받는 콘텐츠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죠. 콘텐츠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증거를 보고 싶으시다면, 비 플랫폼 기업의 유튜브 채널에서 (광고가 걸리지 않은) 영상들의 조회수를 보면 됩니다.
3.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제품(Product) 자체가 디지털입니다. 디지털에서 직접 씹고 뜯고 맛보고 체험하라고 만든 것입니다. 구매도 거기에서 일어나죠.
하지만, 오프라인에 있는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단순히 사진이나 동영상을 잘 찍어 올린다고 해서 디지털화가 되진 않습니다.
위의 내용을 역순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우리의 제품을 디지털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야 모든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즉, 아래와 같은 간단한 도식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네요.
이니셜을 C로 맞추기 위해 Product를 Company로 바꾸긴 했습니다만, 의미는 통하리라 봅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을 Digital상에서 콘텐츠로 유통될 수 있고, 구매도 일어날 수 있게 해서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의미죠. 앞서 이미 이야기했던 ‘미디어 커머스’와 같은 맥락입니다.
ATOM(Analog)에서 BIT(Digital)의 세계로…
우리는 이미 디지털 마케팅이나 이커머스를 위해 소셜 채널도 열심히 하고 있고, 이커머스를 하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것도 도입해서 하고 있는데.. 뭘 더 디지털화하라는 것일까?
‘그로스 해킹’이 혁신적인 것은, 기존의 아날로그적인 마케팅의 문법을 깨고 디지털 중심으로 다시 썼다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마케팅이 ‘합리적인 소비자’를 전제로 하고 있듯, ‘그로스 해킹’은 디저털화된 회사, 즉 플랫폼 기업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디지털에서의 마케팅 방식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첫 번째로 우리의 제품을 디지털화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보듯 꽃게랑이라는 과자는 ‘꼬뜨게랑’이라는 디지털화된 (디지털에서 확산되기 좋은) 이미지로 변화되었습니다. 곰표 역시 기본적으로는 대한제분의 밀가루이지만 이제는 ‘백곰’ 자체가 하얗다는 이미지를 넘어 재미있다, 쿨하다는 이미지까지 만들어 내고 있죠.
흔히 광고를 만들 때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제품의 디자인이 멋지게 보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여 제작합니다만.. 위의 예들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염성(Contagious)이 있는가와 인스타에 올릴 가치가 있나(Instagramable)가 중요한 거죠.
마케팅이나 미디어 뿐 아니라, 우리의 제품 자체를 Atom의 세계에서 Bit의 세계로 가져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죠. 물론 브랜드 이론과 로열티 등을 신성시하는 입장에서는 경을 칠 일이지만요..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