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0%를 요구하던 개발자, 겨우 협상해서 10%를 주고 모셔온 그의 첫 출근 날이다.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뭔가 잘못됐다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이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거는 저래서 안 되고….. 화려한 경력의 그는 생각보다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 일까? 창업자는 안도감과 걱정이 섞인 한숨을 쉬며 말한다. 30%를 주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고

 

국내 테크 대기업 출신 경력직 개발자가 지분을 20~30%씩 요구하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느냐? 

최근 동료 창업자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설포카 보다는 네카엔?

요즘 네이버나 카카오, NC소프트 출신의 위상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예전엔 설포카 출신 창업자가 투자 유치를 잘했다면 요즘은 네카엔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이니까 말이다. 

 

 

네카엔 출신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에 지분을 받고 합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너무 높은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생각보다 많다. 내 의견을 밝히자면, 지분을 많이 주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지분의 크기만큼 동기부여의 크기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정말 능력 있는 개발자라면, 지분을 많이 주고 그의 능력을 120%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투자 유치가 진행되면서 지분 희석을 같이 부담하도록 계약을 하길 추천한다. 그러나 지분을 내어주기 전에, 경력직 채용의 위험성을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경력만 믿고 채용하는 것의 맹점

의외로 경력직을 채용했을 때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 풍부한 자원과 팀원들의 서포트를 듬뿍 받으며 일하던 사람이 스타트업으로 왔을 때 특히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사실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HR 전문가 강성춘 박사님의 저서 인사이드아웃을 보면, 회사 전체가 만들어낸 성과 중 30%만이 직원들 개개인의 지식과 역량(인적자원)에서 나온 것이며, 나머지 70%는 회사의 역량, 내부 데이터베이스, 동료와의 협업 등의 조직자본과 사회적자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만들어낸 성과의 30%만이 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보고, 그래도 괜찮다고 판단될 때 채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은 180도 다르다. 맥락이 바뀌면 성과가 바뀌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경력 하나만 믿고 채용하는 그 관점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제안하는 것이 리프트 아웃이다. 

난 개인적으로 능력 있는 팀원을 구할 수 있다면 지분을 아낄 마음이 없다. 그러나 내가 정말 추천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리프트 아웃!

 

리프트 아웃(Lift out)이란?

  • 팀 단위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숙련된 팀 전체를 채용하여, 그들의 팀워크, 상호 책임성, 집단 규범, 팀 문화 등을 온전히 보존하여 가져 오기 위함

실제로 한국에서 회사 전체를 인수한 케이스가 있다. 티몬에서 아트릭스라는 개발사를 인수한 것이 그 예이다. 티몬 창업자의 fastcampus red 강의를 통해서 접한 내용인데(강의 자체는 별로였으니 비추함), 당시 트래픽을 늘어나는데 개발이 잘 되지 않아 시스템 장애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급급하게 그 부분만 메우는 식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어 전문 개발팀 자체를 인수했다고 한다.

리프트아웃을 통해 팀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여전히 100% 재현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30% 보다는 낫지 않은가? 사실 30%는 없는 것 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새로 합류한 한명이 팀에 녹아들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날 뿐이다.  

 

 

능력있는 팀원 한 명을 겨우 모셔왔다면, 그를 중심으로 업무 체계를 짜줘야 할 수도 있다. 이왕 그럴 것이면 팀 전체를 합류시켜 하나의 부서로써 독립적인 문화와 체계를 서포트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리프트 아웃이 쉬운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유치 계획을 짤 때 꼭 고려해봐야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들이 큰 지분을 주고라도 능력 있는 경력자를 데리고 오려고 하는 걸 봤다. 지분 아껴봤자 실패하면 종이 쪼가리가 되는 건 사실이다. 이왕 크게 내어줄 마음이 있다면 팀 단위 채용을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대표는 재택근무중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