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담당자의 기준이 그 회사의 평균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인사 담당자가 사람을 채용하는 눈높이 기준을 보면 그 회사 사람들의 평균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채용과 평가/보상은 조직의 중요한 정화 장치다. 인사 담당자는 또라이를 걸러내고 뛰어난 사람만 남아있게 만드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계열의 사람들을 뽑았다. UX/UI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임베디드 엔지니어, PM/PO, 재무 담당자, 원어민 인턴 등등 지금도 여전히 채용은 진행 중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생소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뛰어난 사람을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는 채용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을 뛰어나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해본다.
※ 내가 속한 조직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을 사랑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또한 경영진과 구성원을 분리하지 않고 동등하게 존중하며 보상을 구성원에게 나누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다.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런 조직에서 뛰어난 사람은 이렇게↓ 뽑는다.
채용 기준
채용 기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본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몇 개가 결여되어 있더라도 필요하면 뽑는다.
1. 기술 스택(Stack)이 맞는가
지금 포지션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있는지를 첫 번째로 본다. 예를 들면 개발 언어인 Python이라든지, UI 디자인 툴인 Figma라든지, 3D 모델링 작업을 위한 CAD라든지 등등을 말한다. 조직에서 현재 쓰고 있는 기술 스택과 맞아야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직무 전문성, 진정성이 있는가
실력을 본다. 가장 좋은 건 과제를 내주는 것이지만 여건이 안 되면 포트폴리오를 보거나 해당 직무에 대한 진정성을 본다. 자기 직무를 좋아하고, 잘하려고 하는 사람은 실력도 뛰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면접 장치들이 있다. 뒤에서 자세히 본다.
3.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있는가
아무 데나 돈 벌려고 지원하는 사람은 지양한다. 딱히 애사심이라든지 대단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 기준이 있는지 없는지 자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회사에 기대하는 바가 뚜렷하고 회사에서 그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면 열심히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회사에 다니고 싶은지도 모르는 사람은 만족해도 왜 만족하는지 모르고, 불만족해도 왜 불만족하는지 모른다.
4.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실력은 좋은데 싸가지가 없다? 그런 사람은 뽑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일 잘하고 회사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다 나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종래에는 저런 사람과 같은 조직에 속한다는 걸 혐오스러워하는 수많은 팀 플레이어들이 떠나가고, 또라이들만 남게 된다.
5. 성장 가능성
스타트업은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본다. 특히 스타트업엔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줄 동료들이 중요하다. 서로 자극이 될 사람을 뽑으려면 성장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서로의 조건이 맞는가
연봉, 복지, 근태 등 조건이 맞아야 한다. 당연하다.
뛰어난 사람의 조건
위 채용 기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직업윤리 수준이 고차원적인 사람을 뽑는다는 점이다.
직업윤리란 자기 인생에서 직업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지를 말한다. 누군가는 직업을 어쩔 수 없이 돈 벌려고 해야 하는 일로 취급하고 직장 생활도 지옥으로 여긴다. 반면 누군가는 기왕이면 일을 더 재밌게 하려 하고, 조직에 기여하려고 하며,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찾아다닌다. 개인 차원에서 공동체 차원까지 어느 수준으로 동기 부여되어있느냐에 따라 일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내가 찾는 사람은 직업윤리가 공동체 차원으로 더욱 고차원적인 사람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우리 스타트업에서는 그런 사람이 뛰어난 인재라고 여긴다.
스타트업이라는 특성 자체가 어쩔 수 없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보자고 도전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일을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은 버티기가 힘들다.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면 공동의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을 뽑는 수밖에 없다.
-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면 호구 취급당하는 회사보통은 보수적이고 이기적인 경영진이 직원을 부품 취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면 동료들에게서 호구 소리를 듣는다. 그런 조직은 회사에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아무도 먼저 나서서 불편한 일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당연히 좋은 회사가 아니다. 다행히 우리 조직은 그렇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동료를 호구 취급하는 사람은 우리 조직에 들어올 수 없다. 일에서 의미를 찾고, 더 잘하고 싶어 하며,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에 공감하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만 뽑으려 한다. 그걸 받쳐줄 수 있는 조직이 별로 없을 뿐이지, 열정과 노력이 폄하될 이유는 없다.
직업윤리의 수준에 따라서 강점들이 드러난다.
1. 개인 차원 (직무) : 그 일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안다.
돈 벌려고 선택한 사람 vs 자기 기준에 따라 선택한 사람
일을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과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실력 있을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일에서 의미를 찾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실력 있을 확률도 높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느냐다.
사실 ‘돈 벌려고’ 해당 직무를 선택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고민의 깊이에 따라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만 합격이라는 게 아니라, 일을 수단으로 여길지라도 일을 대하는 태도와 진정성에 따라서 합격 여부가 갈린다. 중요한 건 자기 기준이 뚜렷하여 일을 어떤 의미로 바라보느냐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핵심 질문
- Q. 해당 직무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 Q. 현재 전문성이나 자기 계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 Q. 1~3년 뒤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2. 조직 차원 (팀워크) : 그 조직과 직장 생활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자기 커리어만 생각하는 사람 vs 어떤 직장에서 누구와 일하는 지도 중요한 사람
자기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도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지양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자기가 성장하는 것만 중요하고 회사가 어떻게 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 다음 이직할 곳을 전략적으로 판단할 뿐 지금 회사를 거쳐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되도록 뽑지 않는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동기부여 수준과 적극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다. 하기 싫은 말도 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잘 안 맞는 사람이랑도 함께 일해야 한다. 조직에서 아무도 손대지 않고 꺼려하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조직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불편함을 굳이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빨리 퇴근하고 자기 커리어를 높일 수 있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기왕이면 조직과 직장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같이 일하기 더 좋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소속된 조직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동료를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고, 더욱 배려하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
핵심 질문
- Q. 회사나 직장 생활에 대해 궁금한 거 없나요? (x5번 반복)
- Q.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 Q. 어떤 회사를 다니고 싶으세요? 어떤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 사회 차원 (동기부여) : 내가 하는 활동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안다.
일반적인 사람 vs 사회적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사회적 의미라 하면 회사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기엔 내가 기여한 회사의 제품/서비스가 시장의 고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반 B2C 소비자가 될 수도 있고 B2B 기관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은 회사 안에서의 의미만 중요히 여기는 게 아니라 회사 밖에서의 임팩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시장의 밸류 체인이나 구조 안에서 우리 회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더욱 좋다. 사회적 차원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동기부여 수준이 남다르고 시야가 넓다. 단지 조직 내부 입장에서만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관점에서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업무 결과물도 다르다. 또한 조직에 깊이 공감하고 동기 부여하기 때문에 팀 자체를 위해 기여하는 부분도 훨씬 많다.
핵심 질문
- Q. 평소에 관심 있는 제품/서비스나 산업군이 있나요?
- Q.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특별히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 Q. 다른 지원한 회사가 있으신가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높은 기준으로 항상 최고의 인재만 채용할 수는 없다. 채용도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다. 때로는 눈높이를 낮추고 찾아낸 지원자들 중에서 가장 나은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담당자의 기준은 조직에서 가장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