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을 만드는 9가지 전략
최근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빅히트의 ‘위버스’가 성공하는 것을 보며 팬덤 커머스(?)의 위대한 힘을 느꼈다. 일반 소비자라면 선뜻 구매하기를 망설였을 상품들이 팬덤에 의해 구매되는 것을 보며, 충성 고객이 비즈니스에 있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수많은 브랜드의 (마케팅, 상품, 전략 등등)기획자들이 느끼고 있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팬덤 경제학‘은 브랜드가 팬덤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등을 제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1부. 왜 팬덤인가
패노크라시(Fanocracy)는 책의 주제이자 핵심 단어다. 패노크라시란 ‘팬이 통치하는 문화’이자 ‘공동의 노력을 통해 의식적으로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며,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비즈니스 전략으로 소개된다. 저자는 고객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거래’를 ‘패노크라시’로 전환한다고 말하며,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2부.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9가지 전략
2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한 9가지 전략이 소개된다. 그중에서도 필자에게 임팩트가 컸던 전략 몇 가지만 소개하며, 그에 대한 짧은 생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정체성을 형성하라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은 곧 그들의 정체성이 된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고객의 나이가 어릴 때 임팩트가 크다. 특히 또래들과의 사이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의 파워가 클수록 그 임팩트는 비례해서 커진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모든 산업에서 MZ를 주목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그들의 정체성에 관여함으로써 잠재 고객으로 획득하려는 것일 것이다. 특히 또래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과 상징성이 큰 것을 가지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MZ 연령대 특성상, 브랜드의 소유를 통해 그 정체성과 상징을 획득하려는 모습은 더욱 빈번하다. 따라서 비교적 어린 연령대의 MZ를 타깃으로 브랜드 소유에 어떠한 가치와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곧 그들 사이에서 해당 브랜드가 유행처럼 번지고 추후에도 잠재 고객으로 획득할 가능성을 기대한다는 것과 같다.
2) 데이터가 아닌 고객의 말을 들어라
전 세계,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혹은 빅데이터)를 외치는 시대에서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배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분석이나 설문 조사만으로는 깊이 있는 인사이트 도출과 고객의 ‘진짜’ 페인 포인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고객의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원인과 이유를 궁금해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진정한 니즈와 라이프스타일, 행동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학부생 당시, 마케팅 강의를 담당하시던 경영 대학 교수님의 조교로 잠깐 일한 적이 있다. 교수님은 모 회사의 상품 기획팀에서 근무하시다가 교수로 전향하신 분인데, 그래서인지 디자인 씽킹이나 에스노그라피에 대해 지식도 관심도 많은 분이셨다. 교수님과 새로운 앱을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CPP를 도출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FGI를 동시에 실행했다. 결과들을 정리하며 데이터는 base가 되는 정보를 얻도록 해주고, 깊이 있는 정보는 면담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3) 직원들을 팬으로 만들어라
이 파트를 읽으면서, 최근 읽고 리뷰를 남겼던 책 ‘관종의 조건’의 한 파트가 떠올랐다. 조직이 성공적으로 구성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 파트였다. 다른 듯 비슷한 인사이트를 주는 파트였다. 저자는 ‘회사에서 신뢰 받고 있고,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회사에 열정을 갖게 된다’고 말하며 조직 문화를 개발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을 권한다. 또한 회사 내에서 직원들이 각자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팬덤이라는 것은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원들끼리 지식과 아이디어가 공유되지 않고, 브랜드를 구성하는 직원들마저 그 브랜드의 팬이 아니라면 누가 어떻게 고객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매번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때는 ‘나라면 이 돈 주고 이 상품을 구매할까?’, 신 사업을 기획할 때는 ‘나에게 사업 자금을 주고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라고 하면 할까?’와 같은 자문 자답들 말이다. 이러한 질문과 생각들은 자사 브랜드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만약 자신의 답이 “No”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주변에 의견을 구하게 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입장임에도 자신이 없다면 자사 브랜드에 대해 별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인 사람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부서와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함을 새삼 느꼈다.
3부. 팬덤을 즐겨라
결국 팬덤이 일반 고객과 가장 다른 점은,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열정’이다. 그리고 그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만들고, 연대하고, 즐거움을 나눈다.
스쳐 지나가는 고객은 가격이 오르거나, 광고 모델이 교체되거나, 브랜드 매장이 위치를 옮긴다면 다시 우리 브랜드를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고객들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하지만 고객이 아닌 ‘팬’이라면 그렇게 쉽사리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따질 때는 팬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고객과의 관계 구축, 관계 관리는 회사 내 주요 업무로 여겨져야 한다. 누군가는 돌아선 팬이 더 무섭다고 했다. 브랜드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팬이 계속해서 팬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수요일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