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없는 맛집 컨시어지 서비스, 밥면빵이 런칭한 지 약 5개월이 됐을 때 작성한 글입니다.
밥면빵은 전문 맛집 코디네이터가 1:1로 상담하여 고객의 상황에 맞는 맛집 후보를 추천해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저처럼 맛집 찾을 시간이 부족하거나, 맛집 광고와 힙한 맛집 후기의 구별이 어려운 분들에게 굉장히 편한 서비스입니다. 고객 상담을 하는 코디네이터는 맛집 에디터를 하던 시절에 하루 열 군데에 가까운 맛집을 직접 가서 먹고, 분석했던 경험들로 고객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빠르고 정확한 맛집 정보를 전달합니다.
밥면빵팀에게는 딜레마가 있다.
밥면빵은 사이드 프로젝트입니다. 직장을 다니는 4명*(맛집 크리에이터, 개발자, 디자이너, PM)이 퇴근 후에, 주말에 기획, 개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사이드입니다. 본업이 바쁘거나 이슈가 생기면 사이드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생깁니다. 밥면빵팀도 본업을 우선으로 하자는 기조로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매출, 속도와 같은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개발자, 콘텐츠 마케터가 합류하여 총 6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까지 사이드 프로젝트일 수 없습니다. 고객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밥면빵팀이 세운 기준도 “최소의 일만 하되, 하기로 정하면 제대로 하자“입니다. 본업이 아무리 바빠도 고객이 사용하는 서비스 질을 낮출 순 없습니다. 여기서 사이드 프로젝트의 딜레마가 생기게 됩니다. 최우선 해야 하는 대상이 두 가지가 됩니다. 본업과 고객.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기 어려운 두 가지입니다.
밥면빵에 고객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밥면빵 구성원의 시간보다도 고객의 만족도가 중요합니다. 이런 방향 덕분에 밥면빵 고객의 70% 이상은 두 번 이상 사용한 고객입니다. 최근에 이용하기 시작하신 분들은 아직 한 번만 사용한 고객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두 번 이상 구매한 고객의 비율이 더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고객은 없는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이런 고객 경험을 유지, 그리고 지속해서 더 좋게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서 본업에 피해가 가면 안 됩니다. 본업과 고객 모두를 잡고 싶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본업에 이슈가 있어도 고객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추천 운영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필요 조건으로써 고객 상담을 담당하는 맛집 크리에이터는 사이드가 아닌 풀타임으로 밥면빵 고객을 위해 맛집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결제는 수동으로 확인하고 처리하고 있고, 많은 대응을 자동화하지 못하고 수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밥면빵 구성원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밥면빵 고객을 늘리는 방향(회원가입/로그인/간편결제/앱)보다 더 좋은 고객 경험의 방향 (추천 속도 개선, 추천 품질 개선, 고객 취향에 더 맞는 추천)이 훨씬 중요함 |
고객 추천 과정을 breakdown해보자.
맛집 크리에이터의 워크플로우를 따라서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 팀원들과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획하고, 개발했습니다.
1. 고객의 니즈를 파악, 기록하고 음식점을 찾는다.
밥면빵 맛집 크리에이터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고객과의 1:1 상담 이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니즈에 맞는 맛집을 본인의 경험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망고플레이트, 식신,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포잉, 트립어드바이저 등 고객 취향에 맞춰 최소 3개의 이상의 플랫폼에서 맛집을 재검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1차 후보군 10~20 곳을 추립니다. 이후 메뉴 변경부터 폐점 정보까지 모든 정보를 꼼꼼히 챙겨 세 군데를 선정하여 추천하게 됩니다.
고객 경험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더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할수록 고객 만족도는 올라가게 됩니다. 메타 플랫폼, 자체 DB 구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맛집 크리에이터의 생산성을 높여 고민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기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음식점을 정한다.
친한 친구, 혹은 주변 지인이 맛집 추천을 잘해주는 이유는 서로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밥면빵도 오래 같이 지낸 고객일수록 더 고객의 취향에 맞는 추천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고객은 달달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셔도 실제로 달달한 음식을 좋아한다거나, 고객마다 맵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다르거나 하는 다양한 취향이 있습니다. 스시 오마카세 경험이 많은 고객을 위한 추천과, 스시 오마카세를 처음 가보는 고객을 위한 추천은 달라야 합니다. 지난번에 추천한 양꼬치집을 좋아하셨다면,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추천에 비슷한 류의 맛집을 추천해드리기도 합니다.
고객이 많아지면서 밥면빵 맛집 크리에이터는 고객의 취향 정보나 기존 추천 정보를 시트에 따로 저장해 놨다가, 추천 때마다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재확인을 합니다. 시트가 이런 확인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시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고객의 친한 친구처럼, 더 적절한 추천을 드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고 더 잘해야만 하는 과정입니다.
3. 고객에게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1번 과정에서 선정한 맛집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이미지화 작업입니다. 맛집 정보, 추천 이유, 특이 사항 등을 정리하면서 일종의 체크 리스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혹여나 고민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오류를 잡고 고객에게는 정확한 정보만 전달이 됩니다. 또 고객은 받은 이미지를 단톡방 등에 공유하면서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거나, 정보가 휘발되지 않도록 핸드폰에 저장할 수 있게 됩니다.
밥면빵은 기존에 찾은 정보를 하나하나 ppt에 직접 입력하고, 사소한 디자인 에러를 잡고, 이미지로 출력하여 고객에게 전달했습니다. ‘밥면빵_홍대브런치_190431_최종_수정_12_6시_6시1234.ppt’이 되어버릴 것 같은 사소한 수정이 나올 때마다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을 만들다.
앞서 breakdown한 과정들을 개선하기 위해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생산성 POC라고 정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맛집 크리에이터의 생산성을 높여서 맛집 검색, 선정에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POC (개념 증명, Proof of Concept)
먼저 맛집을 찾는 과정에 대해 개선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리소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자체 DB 확보라는 프로젝트로 장기적인 시선에 따라 DB 아키텍처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단기, 중기적인 생산성 개선은 다른 두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고객 취향을 반영하고,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은 다음의 스펙으로 설계하고 개발하였습니다.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여 단순 작업보다는 고민을 더 할 수 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 기록하고 음식점을 찾기 위해
- 고객의 질문을 등록하고 답변할 수 있다.
- 고객 질문에 대해 1차 후보군, 2차 후보군을 따로 저장할 수 있다.
- 맛집을 자체 DB에 손쉽게 저장하고, 검색하고, 콘텐츠화할 수 있다.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추천을 위해
- 고객의 과거 질문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고객의 취향을 쉽게 저장, 확인할 수 있다.
- 고객별로, 맛집별로 기존에 안내했던 팁, 특이 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객에게 제공한 콘텐츠를 빨리 만들기 위해
- 맛집 기본 정보는 사전에 준비된 정보를 활용하여 모두 자동화하여 저장할 수 있다.
- 맛집 이름, 팁, 특이 사항만 입력하면 고객을 위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저장할 수 있다.
POC라는 프로젝트 이름에 무색하게 방대한 스펙이 되었습니다. 당초 한 달 단위로 릴리즈하기로 한 것이 네 달이나 걸려버렸습니다. 명백한 프로젝트 실패입니다. 이 과정에서 KPT*를 진행하였습니다. KPT를 통해 밥면빵팀의 생산성은 압도적으로 높아졌고, 사이드 프로젝트의 즐거움은 더 커지고 모든 구성원은 더 협업을 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KPT는 다른 글로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KPT : Keep, Problem, Try 세 가지 축으로 개선법을 찾는 방법론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을 런칭하고 3주가 되었습니다. 그사이에 사소한 버그를 수정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해 기획을 했습니다.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 런칭 이후에도 여전히 크리에이터는 세 개 이상의 플랫폼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을 통해 맛집 크리에이터가 고객의 취향을 훨씬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콘텐츠 자체를 만드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맛집 크리에이터의 추천 시간을 50% 정도 줄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맛집 크리에이터가 맛집 추천 품질을 고민하는 시간 이외에 드는 시간은 압도적으로 줄이고, 점점 더 좋은 추천을 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밥면빵팀은 더 많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더 다양한 추천, 상품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밥면빵팀은 앞으로 더 고객 경험에 집착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큰 딜레마인 본업 vs 고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쪽은 선택하지 않고 둘 다 잘하고자 정공법을 선택했습니다.
맛집 컨시어지 과정을 분석하여, 이 과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맛집 컨시어지 전용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추천 시간을 50%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도 시스템의 개선을 책임지는 멤버를 두고, 지속해서 더 높은 품질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제 또 다른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하고자 합니다. 아직 고객 대응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밥면빵 고객분들부터 감사하게도 6개월 1년짜리 멤버십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계속 쓸 서비스인데 매달 계좌 이체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내용입니다. 기존 질문 내역 확인부터 간편한 결제, 구독 결제 등, 고객 경험을 위해 기본적인 기능도 아직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추천 품질 외, 고객의 직접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임현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