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Synergy Effect)
시너지 효과 (Synergy Effect)란 개별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예상보다 큰 이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바로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이하 콜라보)’입니다. 근래 우리는 많은 콜라보를 접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캠핑 아이템이 나오고, 식품회사 로고가 패딩·티셔츠·양말·슬리퍼 등에 박혔죠. 마케팅의 덕목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있는 줄 알았건만, 서로 다른 브랜드가 팀을 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디어가 소셜이 됐고, 콜라보는 필수가 됐다
사실 콜라보는 패션 업계에서 꽤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마케팅 전략입니다. 1980년대 나이키가 12개 명문대학교와 함께 진행한 ‘칼리지 컬러’ 프로젝트를 떠올려 볼까요. 당시 나이키는 각 대학의 농구팀 유니폼 컬러를 의류에 적용해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콜라보의 가능성을 본 패션 업계는 콘텐츠 IP를 차용하는 방식에서 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영역을 확대해갔고요. 모든 브랜드가 가능했던 건 아닙니다. 시즌성이 강한 콜라보 제품을 전방위적으로 마케팅할 만한 자본이 필요했거든요. TV CF, 신문 광고 등 ‘바위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위험 부담과 복잡한 의사 결정 단계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미디어가 소셜이 되고, 소셜이 미디어가 되면서 상황은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제작하는 소셜 미디어 ‘모래형’ 콘텐츠가 주(主)가 됐어요. 하나의 브랜드가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게 되면서 니치(niche) 타깃 공략도 가능해졌습니다. ‘구매’로만 반응했던 소비자가 ‘참여’와 ‘공유’를 통해 적극 동참하면서 확장 가능성도 커졌고요. 자, 이쯤에서 브랜드가 콜라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짚고 넘어갈 법합니다. 우리는 이걸 ▲ 제품 카테고리 ▲ 브랜드 가치 ▲ 콘텐츠 ▲ 소비자 4가지 관점에서 분석해봤습니다.
첫째, 제품 카테고리의 변주입니다. 새로운 제품을 창출함으로써 소장 가치를 높이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겁니다. 던킨도너츠가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캠핑폴딩박스를 출시했다? 우선 재밌습니다. 캠핑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할 만한 카테고리이기도 하고요. 둘째,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기존에 머물렀을 브랜드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새로운 상품이나 캐릭터 발굴로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동종업계 내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죠. 셋째, 콘텐츠로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넥슨 카트라이더와 손을 잡고 ‘쏘나타 N라인 모바일 카트’를 제작, ‘쏘나타 N라인 컵’으로 화제성을 이어갔습니다. 유튜브에서 스트리밍된 해당 이벤트의 조회 수는 16만을 넘어섰고요. 마지막,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의 애착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냥 제품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스타의 얼굴이 있는 한정판에 손이 가는 건 당연하죠. 트렌디한 상품과 서비스로 호감도도 올라갈 거고요.
Fun, 눈길을 끄는 기획으로 인지도를 높여라
현재 제품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유명브랜드가 선보인 신제품도 시장에 자리잡기 어려운데, 소비자에게 생소한 브랜드는 살아남기 더 어렵죠. 그러므로 런칭을 하더라도 단독적으로 이슈를 만들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를 중요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해야 합니다. 콜라보만으로도 이슈가 되는데, ‘펀슈머 (Fun+Consumer)’를 이끄는 기획이라면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으니까요. 의류 잡화 브랜드 하이드아웃은 식품 브랜드 SPC삼립 삼립호빵과 유쾌한 기획을 선보였습니다. 삼립호빵의 따뜻하고 폭신한 질감을 표현한 호빵 모양의 쿠션, 머플러, 버킷햇으로 구성된 ‘플리스 호빵’과 ‘플리스 재킷’을 선보인 건데요.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플리스 재킷은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동났고, 다른 색상 출시 등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도 변했습니다. 해당 시리즈는 오직 온라인 편집숍 29cm에서 한정 수량으로 단독 판매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가 하락했지만, 온라인 유통은 17%가 향상했는데요. 집에서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하는 ‘홈코노미족’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커머스만으로도 충분한 시대가 온 겁니다. 실시간으로 판매율과 후기를 확인하고, 클릭 한 번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희소성이 커지는데, 접근성도 높아지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온라인 콜라보의 매력입니다.
Cool,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거나 다른 이미지를 가져오거나
신규브랜드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콜라보를 진행한다면, 기존 브랜드는 CVP(Contents Value Proposition)를 굳건히 하기 위해 이를 활용합니다. 꺼져 가는 브랜드 파워를 되살리는 포션 역할을 톡톡히 해내거든요. MZ세대에게 콜라보 맛집으로 유명한 ‘곰표 밀가루’의 대한제분은 재기에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세븐브로이와 기획한 곰표밀맥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완판됐고, 곰표패딩은 ‘인싸패딩’이라고 불렸습니다. 덕분에 1020세대에게 생소했던 곰표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받아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명품 브랜드 디올과 스포츠 공룡 나이키의 협업인 ‘에어디올 조던’은 그야말로 ‘잘된 만남’이었습니다. 전자는 프리미엄과 럭셔리라는 이미지를, 후자는 대중성과 스포티한 감성을 보유한 업계 대표 브랜드인데요. 이들의 만남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서로의 약점을 상충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4,700족만 유통한 전략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해당 제품은 디올 공식 사이트 내 추첨을 통해 판매됐고, 50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응모에 참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MZ세대가 사랑하는 리셀(Re-sell) 문화를 겨냥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는 300만원 가량의 정가에서 400%가 넘는 리셀가로 거래된 바 있습니다.
Hot, MZ세대의 대세가 되고 싶다면
최근 유통 업체가 생산에까지 손을 뻗고 있습니다. 제작 및 유통이 한 번에 가능한 PB(Private Brand) 제품은 일반 제조상품보다 발생하는 비용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죠. 최근에는 ‘갓성비’에 ‘대세감’이라는 옷을 입고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어떻게요? 콜라보로요. 편의점 CU는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출시한 ‘쫀득한 두꺼비마카롱’. CU 최고 인기 PB 제품인 ‘쫀득한 마카롱’과 MZ세대에게 사랑받는 캐릭터 ‘진로 두꺼비’의 협업은 소비자들의 인증 욕구를 제대로 자극했습니다.
PB 제품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되는 경우, 확산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소비층인 MZ세대의 화력 덕분이죠. MZ세대는 왜 제품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걸까요?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함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SNS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이 세대는 끊임없이 자랑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갑니다. 오직 지금만 구매 가능한 제품을 통해 대세에 탑승하는 거죠. 실제로 인스타그램 내 ‘#한정판’의 해시태그는 54만 회, ‘#편의점신상’ 등 연관 해시태그도 9만 회에 육박합니다.
지금, 콜라보를 기획하는 브랜드라면
• 브랜드 마케팅의 목표를 해치지 말 것
서문에서 콜라보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곰표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곰표는 상당수의 브랜드와 팀업했는데, 이때 그들이 밝힌 선정기준은 ‘곰표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밀가루의 하얗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브랜드’라고 해요. 그렇게 탄생한 시리즈는 모두 일관성 있는 톤앤매너를 보여주며 사랑받았죠. 그러나 협업하는 브랜드가 가지는 각각의 정체성을 해치는 등 방향성을 잘못 잡는다면 오히려 역시너지 (Negative Synergy Effect)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목표를 굳건히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 무한한 가능성의 장 열기
근래 눈에 띄는 콜라보를 이야기해 보자면, 단연 명품브랜드 구찌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의 만남일 겁니다. 이종 브랜드 간의 콜라보는 오히려 MZ세대가 반응하기 좋은 ‘치트키’ 역할을 합니다. ‘뜬금없는 맥락에도 재미만 있으면 OK’라는 MZ세대니까요. 가령 음악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제주도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무사가 단순 재미를 목적으로 ‘제주 아름이 초당 옥수수’를 출시하자, 일주일 만에 10,000개의 수량이 팔린 것처럼요.
• 타이밍의 중요성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시즌을 고려한 아이템입니다. 겨울을 맞아 출시된 ‘플리스 호빵’과, 여름 하면 생각나는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과 스트리트 브랜드 스투시의 콜라보도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마케팅도 킥(kick)이 될 수 있습니다. 출시 3일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5위까지 오른 ‘쿠키런: 킹덤’은 B급 감성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캐치,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습니다. 노라조와 콜라보한 MV를 시작으로, KFC와의 콜라보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죠. 날 것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SNS와 커뮤니티에 담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 다양한 유형의 브랜드들은 콜라보를 함으로써 시장에 자리 잡을 수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음.
- 신선하고 재밌는 기획은 MZ세대가 주소비층으로 성장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줌.
- 브랜드 마케팅의 목표를 해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 아래 소비자의 반응에 귀 기울인다면? MZ세대의 소비자를 사로잡는 콜라보 완성!
김용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