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회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TV 부문 대상에는 오리콤이 제작한 동화약품 활명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사실 오리콤은 이 광고상 외에도 광고 잘 만드는 대행사로 다양한 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는 국내 최장수 광고회사이기에 노하우도 많다는 점, 한국인 최초 세계 5대 광고제 최고상 수상자인 두산가의 4세 경영인이자 광고인인 ‘박서원’이 부회장으로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손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리콤의 2020년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은 33.3% 감소하여 1322억 8200만원에 머물렀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87.0% 줄어 영업이익 10억 3300만원, 순이익 7억 6700만원으로 잠정집계되고 있습니다. 물론 광고업계가 전년에 코로나로 인해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종합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나름 선방을 했는데, 왜 오리콤은 많은 내상을 받아 걱정되는 기업이 된 걸까요? 함께 오리콤의 어제와 오늘을 톺아보며, 내일을 점쳐봅시다!
경기가 호황이면 오리콤은 떴다
여러분은 2021년은 어떤 해가 될 것 같으신가요? 코로나 19가 쉽게 종식되지 못하고 이어져 경기악화가 될까요? 아니면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게 될까요? 여러분 나름대로 많은 뉴스를 접하며, 혹은 살아온 직감으로 내일을 잘 직감하고 계실겁니다. 갑자기 이걸 왜 묻냐구요? 광고산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호황기에는 기업이 광고 예산을 공격적으로 투입하지만 경기 불황기에는 가장 보수적으로 사용되는 게 광고 예산이죠.
그리고 국내 최장수 광고업계인 오리콤은 ‘광고업계’가 살아나면 가장 크게 살고, ‘광고업계’가 죽어가면 가장 크게 죽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 2020년, 광고업계 모두가 타격을 받았지만, 유독 오리콤이 코로나에 큰 타격을 입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러기에 업계의 전망이 오리콤에게는 가장 큰 변수인데요. 그런데 유독 업계 현황에 오리콤은 이토록 민감한 걸까요?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인하우스, 오리콤
오리콤도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처럼 두산그룹의 인하우스 기업입니다. 이러한 인하우스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요. 실제로 2020년 삼성전자의 일감 몰아주기로 삼성전자의 인하우스인 제일기획은 매출액의 76.3%(9,139억 원)를 내부거래로 올렸고, 현대차그룹 및 계열회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현대차그룹의 인하우스인 이노션은 매출액의 76%(9,758억 원)를 내부거래로 올렸습니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인하우스인 오리콤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매년 15~25% 수준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외부 고객을 통해 올리고 있습니다. 모기업이 휘청이면 무너져 버리기 쉬운 다른 인하우스와 달리 오리콤은 그룹 내부 리스크에 거의 노출되어 있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2020년과 같이 경기가 불황일 때는 오리콤이 확 죽는 것만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광고 잘 만드는 모범생, 오리콤
‘광고업계’가 살아날 때면 가장 크게 살아나는 게 ‘오리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광고를 잘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TV부문 광고 ‘대상’을 수상한 마음 찡해지는 까스활명수 광고부터,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1,500만을 돌파한 광고 박보검의 에이스침대 광고까지. 모두 오리콤에서 제작을 진행했는데요. 브랜딩을 잘 시키고, 전 연령층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광고를 꾸준히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광고를 잘 만들 수 있는 역량은 광고를 잘 아는 CEO의 높은 역량으로 비롯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직이 빈번한 광고 시장에서 29년간 오리콤에 몸담고 있는 ‘고영섭 CEO’의 노하우와 생각하는 미친놈의 저자이자 재벌가의 이단아라고 불렸던 두산가 4세 경영인 ‘박서원 부사장’의 기발한 안목이 합쳐져 광고 잘 만드는 ‘오리콤’을 만들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기만 한다면 ‘오리콤’은 뜰까요?
경기가 호황이면 오리콤은 뜰까?
‘경기만 좋아지면 오리콤은 다시 승승장구 할거야’라며 낙관적으로 바라보기엔 오리콤이 우려되는 지점도 꽤나 많은데요. 걱정되는 지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오리무중 상태인 해외진출 계획
광고업계의 저성장을 타개한 다른 광고업계 종합대행사의 전략방향은 크게 두 개로 볼 수 있습니다. ‘해외진출’과 ‘디지털화’인데요. 이들의 전략이 저성장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면 오리콤은 걱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해외진출 부분에서는 오리콤이 모기업 두산인프라코어의 마케팅을 맡기 위해 지난 2008년 베이징에 중국법인을 세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두산인프라코어 사업이 부진해지며 오리콤 중국법인의 매출에도 타격을 입어 2016년 철수하게 됩니다. 이후 오리콤은 해외법인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그룹의 제일기획이 43개국 52개 거점을 보유한 것, LG그룹의 인하우스 HS애드가 32개국 35개 거점을 보유한 것과는 크게 대조됩니다. 물론, 오리콤이 아예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전에 박서원 부사장이 두타면세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뒤 해외진출을 진행할 계획을 세운 걸 보면 말이죠. 그러나 두타면세사업도 2019년 600억 적자를 인정하며 면세사업에서 철수하게 되어서 현재 오리콤의 해외진출 계획은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
오리콤은 전통적인 광고 사업에서 강자입니다. 그러기에 한 때 국내 톱 5 광고대행사에 이름을 올렸던거죠. 그런데 문제는 전통적인 광고시장은 침체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시장은 2020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6% 가량 성장했지만, 전체 광고 시장 규모는 5.3% 역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리콤은 전통적인 광고시장에서 잘하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제일기획이나 이노션월드와이드, HS애드 등 경쟁 광고대행사들은 발 빠르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해 정착시키는 한편 광고 사업 외에도 컨설팅, 커머스, 미디어 등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오리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완성을 위해 한컴, 두산매거진과 의기투합해 ‘DCC(Digital Creative Center)’를 출범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이 어디서 나타나는 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두산 뉴스룸’이라는 그들만의 자료 공유 플랫폼을 만든 것 외에는 그들의 혁신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입니다.
과연 앞으로도 오리콤은 광고업계의 강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2021년, 오리콤을 지켜보자
2020년의 오리콤의 이슈에는 오리콤이 없었습니다. ‘오리콤이 이재명의 테마주냐 조은희의 테마주냐’, ‘오리콤 박서원 부사장이 부인 조수애와 이혼이 임박했느냐’, ‘두산그룹이 오리콤을 매각하느냐’ 등 오리콤의 이슈에는 오리콤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2021년의 오리콤 소식에는 좋은 소식이든, 안 좋은 소식이든 ‘오리콤’이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리콤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사실 기대보다 걱정이 큰데요.
어느때보다 변화와 혁신이 시급한 시기에 광고업계의 맏형인 ‘오리콤’이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지 함께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