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인터뷰

“원테이커” 홍유리 대표

 

“want+maker: 원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

 

2021년 새해 결심 같기도 한 이 문구, ‘원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바로 속옷 브랜드 ‘더잠’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원테이커’ 회사명의 뜻입니다. 스여일삶의 2021년 슬로건인 ‘Better than yesterday’와도 닮아 있는 뜻이네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시장을 혁신하고, 스스로도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주식회사 원테이커의 홍유리 대표님을 날씨 화창한(추운) 어느 날 햇볕 쨍한 연희동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해당 인터뷰 진행 시, 마스크를 쓰고 진행하였습니다)

 

33명의 여성 직원이 모두 착용해 본 제품만 만드는, 원테이커(wantaker)에 대하여

 

Q. 안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뵈어서 이미 대표님이 친숙하네요😊 회사와 대표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언더웨어 브랜드 ‘더잠’, 그리고 1:1 주문제작 디자인샵 ‘마움스토어’라는 두 가지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주식회사 원테이커’의 대표이사 홍유리입니다.


Q. 건축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색다른 전공인 데다,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익숙지 않던 2012년에 창업하게 된 대표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저는 2012년부터 1인 기업으로 3년을 사업했고, 2015년부터 직원을 채용해 2016년도에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스타트업 운영을 시작했어요. 사실 제가 처음 시작한 건 그냥 장사였어요(웃음).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은 제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더 나중에 많이 쓰이게 되었죠. 

 

건축이란 건 건축주의 취향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잖아요. 저에게는 건축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었는데, 건축을 설계하는 일보다 취향을 파악하는 일이 더 재미있었어요. 사람을 대할 때도 이 사람은 언제 어떻게 마음이 움직이는지, 그런 면을 파악하는 게 더 흥미로웠죠.

 

맨 처음 시작했던 ‘마움스토어’는 핸드폰 케이스같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해서 1:1로 주문제작/생산해주는 브랜드예요. 마움스토어를 운영하다 보니 그 시장 안에서의 파이를 가져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시장 자체의 규모가 아쉬웠어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브랜드가 ‘더잠’입니다.

 

 

사실 ‘더잠’은 원래 운영되던 회사를 인수한 경우예요. 하루에 30만원 정도 매출이 나고 있던 작은 이커머스 회사를 천만 원 정도에 인수해서 *세컨드 브랜드(second brand)로 시작했죠. 속옷은 제가 소비자 관점에서 꼭 해결해보고 싶었던 시장이었는데,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전문성 없이 시작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분야여서 기존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메인 브랜드가 되었죠. 😊

*세컨드 브랜드(second brand): 두 번째 상표라는 뜻으로, 고가의 일류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는 조금 낮지만,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Q. 에디터 두 명 모두 더잠의 팬이에요. 😊 작년에는 디즈니 컬래버레이션부터, *원마일웨어(one-mile wear)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셨잖아요. 좋은 제품들 덕을 많이 보았는데, 올해는 어떤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원마일웨어 : 실내와 집 근처 1마일(1.6km)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집 근처를 산책하는 등 가벼운 외출 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희는 늘 무언가를 굉장히 열심히 해왔는데, 이제 조금씩 파급력이 생기면서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원래도 물 밑에서 발을 엄청나게 구르고 있었거든요.(웃음) 브랜드를 알아봐 주시니 기쁘네요.

 

사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내의 시장이 전체적으로 10% 정도 하락했어요. 전체 2조원 규모에서 2천억원 정도 줄어든 상황이니, 방어가 필요한 시기였죠.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허벅지 라인 등을 설계해 소변구가 없는 여성용 트렁크를 원마일웨어로 출시했죠.

 

내년에도 속옷 시장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것이 목표예요. 생각보다 한국은 속옷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거든요.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부모님이 홈쇼핑에서 속옷을 열 세트씩 사서 집안 여자들이 다 나눠 입고 그랬어요. 실제로 더잠 매장에서 고객분들의 가슴 사이즈를 재 드리는데, 78% 정도의 고객들이 본인의 가슴 사이즈를 잘못 알고 계시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먼저 고객들이 속옷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쉽게 속옷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설문조사를 할 때 유장의 길이나 가슴의 형태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입었을 때 속옷의 어깨끈이 뜨는 부분은 어디인지’, ‘끈 때문에 어깨가 눌리지는 않는지’를 묻는 식으로, 좀 더 쉬운 언어로 소통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통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AI가 신체 분석을 하고,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두 번째로, 여성만 접속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태의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려 합니다. 속옷은 ‘은밀한 의류’라는 인식을 넘어, 누구나 자유롭게 우리 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생산 제품 라인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52가지의 옵션으로 대한민국 속옷 사이즈를 혁신한 ‘만득이 브라’와 같이 어떤 고객이든 자신에게 꼭 맞는 속옷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좋은 제품들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Q. 그렇다면 ‘더잠’이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공식적인 슬로건은 ‘오롯하게 나를 사랑하는 시간’ 이고요,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당연했던 불편함을 개선하며 우리만의 편안함을 개발하는 회사’예요.

 

 

편안함이라는 게 꼭 스포츠브라처럼 생겨서 편안한 게 아니라, 와이어가 있고 패드가 있어도 내 몸에 진짜 잘 맞으면 편안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가슴이 너무 크면 와이어가 아래 가슴을 받쳐주지 못해서 브라렛 형태가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사람마다 본인에게 맞는 게 달라서 체형을 잘 알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속옷에 대해서는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매트한 제품, 촉촉한 제품과 같은 구분이 대중적으로 흔하지 않던 화장품 시장의 초기 단계가 그러했듯 말이에요. 

 

속옷은 스스로 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제품이에요. 평생 25만 시간 이상 입고 있는 속옷,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속옷의 시장 자체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그 중요도에 비해 속옷에 대한 관심과 시장의 성장 속도는 굉장히 느린 편이에요. 더잠은 몇십 년 동안 와이어와 패드의 형태에 조금의 변화도 없었던 속옷 시장, 그리고 그 불편함에 익숙해진 고객과 혁신하지 않는 기업들에 의문을 던지는 패션 테크 회사를 지향합니다. 더잠은 생산하는 제품들이 ‘최초이거나, 최고이거나, 유일하거나’라는 모토로 우리만의 편안함을 개발하고 있어요. 

 

우리는 평생 25만 시간 이상 속옷을 입어요.

그에 비해 내 몸, 나에게 잘 맞는 속옷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Q. ‘더잠’은 *레드카드 캠페인과 같이 여성들을 위한 메시지를 던지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레드카드 캠페인: 2020 세계 여성의 , 더잠은 여성들이 안전한 일상을 보내기를 바라며 불법촬영카메라를 찾을 있는 간이 탐지카드인 더잠 레드카드를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출처 : 더잠 홈페이지

 

이런 활동을 하게 된 배경을 물으셨지만, 사실 너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계기를 말씀드리기도 어렵네요. (웃음)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저희 회사의 능력 넘치는 기획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일이기도 하고요. (레드카드 캠페인의 스타터였던 xoi, 이 자리를 빌려 정말 존경해요!)

감사하게도 원테이커의 동료들은 이런 일을 할 때 반짝거리는 사람들이에요. 회사에 남는 순익은 정말 거의 없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영 활동의 가치와 보람을 느껴요.

꼭 여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에 존재하는 기업이고 싶어요. 올해는 환경 문제에도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원테이커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인 것처럼,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에 존재하고 움직이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Q. 직원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캠페인이군요. 그런 아이디어는 어떤 자리에서 이야기하나요?

 

 

‘아무말대잔치를 해야 한다’는 규칙을 지켜야 하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 회의가 있어요. 보통 거기서 그런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나오죠. 모두가 너무 좋다고 공감한 아이디어부터 바로 실행에 옮기고 있어요.

 

Q. 아무말대잔치 룰이라니 위트 있고도 다정하네요. 사무실에도 곳곳에 다정함이 묻어있어요. 원테이커가 직원들을 채용할 때의 마음가짐과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한 조직 문화가 있을까요?

 

채용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면접 방식을 따르지 않고, 면접관분들과 오랫동안 고심한 질문지로 장시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함께 하실 분을 채용하죠. 

 

 

회사 만족도 조사를 통해 직원들이 생각하는 회사 최고의 복지에 대해 물었을 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어요. 역량과 성품을 고루 갖춘 사람들이 가득해서 성장에 시너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크게 조직개편을 하기도 했는데요. 원래는 상품기획팀, 마케팅팀, 전략팀 이런 식으로 각자의 역량과 업무 영역에 맞추어 팀 빌딩이 되어 있었어요. 일반적인 한국 기업의 구조이기는 하죠. 

이번에 개편한 조직은, 저희의 커머스 상황을 재해석한 애자일 조직으로 ‘모스크(mosc)밴드’라고 명명하였는데요. 밴드는 밴드부를 칭하는 그 밴드의 뜻이에요. 이전에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끼리, 기타를 치는 사람들끼리, 노래를 부르는 사람끼리 한 팀인 역량별 구조였다면 지금은 피아니스트 1명, 기타리스트 1명, 싱어 1명 이렇게 각각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합주한다는 뜻으로 밴드라고 부르고 있어요.

 

MOSC는 ‘Management, Operation, Strategy, Creative’의 약자예요. 조직 개편 전 전사 구성원들이 ‘자기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고 다양한 적성 검사, 업무 평가, 1:1 면담 등을 통해 각자의 최대 역량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역량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다각화된 시선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자는 취지로 진행한 조직개편입니다.

 

 

또한, 업무에 ‘비캔버스’라는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디즈니 컬래버레이션 제품 개발을 위해 ‘디즈니브라렛 밴드’가 구성되는 거예요. 이 밴드에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마케터의 입장에서, 전략가로서 일하는 사람도 있어요. 

예전에는 생산팀에서 생산을 다 하고 나서 마케팅팀에 넘겼다면, 마케팅팀은 또 그들의 고충을 겪게 되잖아요. 제품을 잘 모르는 채로 판매해야 한다거나, 생산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데 수정을 할 수 없다거나 했는데 밴드 구성 이후에는 처음 아이디에이션 단계부터 함께 할 수 있는 밴드로 구성되어 움직입니다. 

저희는 직원 중 33명이 2-30대 여성이라서요, 1차 샘플을 내면 33명의 구성원이 모두 착용해보고 피드백을 취합해서 2차 샘플을 만들고, 다시 피드백을 취합해서 3차 샘플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CS팀이 함께하면서 예측 가능한 이슈들을 모두 사전 검토하기 때문에 상품에 문제가 발견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피아니스트끼리, 기타리스트끼리, 싱어끼리… 각각 팀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1명, 기타리스트 1명, 싱어 1명 이런 식으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한 팀이 되도록 조직 개편을 했어요.

서로의 장점은 살리고 업무상의 이해도도 높아질 수 있도록요.”

 

 




마케팅 회사, 그리고 더잠, 마움스토어
끊임없이 창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원동력 

 

Q. 날마다 엄청나게 바쁘실 것 같아요. 대표님 경력을 살펴보면 더잠, 마움스토어 CEO이기도 하고, 마케팅 회사도 운영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더잠, 마움스토어 외에 마케팅 회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RS기획이라는 마케팅 회사를 동업으로 운영한 적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건승하고 있으나 현재는 EXIT한 상태이고요. 당시에는 더잠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저희가 SNS 1세대로 광고를 집행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SNS 시장에 SNS 마케팅 회사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페이스북이 국내에 지사를 차리기도 전이었고 때문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페이스북 APAC 본사인 싱가포르와 현지 언어로 직접 전화하면서 실행해야 하기도 했죠. SNS 마케팅 성과를 아주 잘 냈기 때문에, 주변에 퍼포먼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기업에 조금씩 도움을 드리다 사업화하게 된 케이스예요.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에 엄청난 원동력을 느낄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공감 능력이 지독하게 큰 사람이라 아쉽게도 RS기획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ROAS로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성과 외에 마케팅 회사의 특성상 직면해야 하는 광고주의 상황이나, 제가 먼저 사업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니 계약 되지 않은 모든 환경에 지나친 에너지를 쓰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간 홍유리와 CEO 홍유리의 스위치를 ON/OFF 하지 않고 덕업일치 인생을 사는 편이다 보니, 본업에 좀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여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Q. 앞서 대학에서는 건축을 공부하셨다고 했는데, 마케팅 회사에 합류하면서 필요한 공부들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이 사업하기에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건축과도 예술대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기둥 넓이를 보기 위해 숫자를 자주 보기도 하고요. 게다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데 처음에는 집을 짓는 것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동네나 도시까지 생각하도록, 나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숲까지 봐야 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어요. 그런 점이 마케팅을 할 때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추진력이 좋은 편이거든요. ‘Just do it’이 모토이고, 넘어질 거면 빨리 넘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마케팅을 하면서 적은 돈이어도 마케팅 예산을 집행해보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되었고요. 그렇게라도 조금씩 해본 것과 아닌 것에는 차이가 크니까요. 



Q.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계속 운영하면서 대표로서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하게 마주하는 일들을 소화하고 헤쳐나가는 대표님만의 노하우나 새로운 것을 터득하는 학습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외적인 멘토나, 별도로 학습할 수 있었던 것들은 잘 없었던 것 같아요. 컨설팅 회사들도 찾아다녀 보고, 고문님들도 모셔보고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끊임없이 관심을 둘 때 해결 방법이 나오는 게 확실하더라고요. 

 

평소에 회사에서 고객을 대할 때 고객 VOC(Voice Of Customer)를 깊이 파는 편인데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도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서는 내부적으로 회사 만족도 조사를 해서 3개월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피드백을 보거든요. 이때 피드백 내용을 보고 문제를 파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편이에요.



책 도움은 많이 받았습니다. 경영 도서 위주로 읽는 편인데요.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는 책을 엄청 좋아합니다. 제가 무척 존경하는 대표님이 쓰신 책이고 VOC에 집중할 수 있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어요. 

 

<리더의 마음>은 제가 다 읽고 나서 주변에 많이 이야기했던 책인데 알고 보니 채널톡 부대표님 어머니가 쓰신 책이었어요. 재미있는 건 제가 그 부대표님께 이 책을 추천했었죠(웃음). 아, 그리고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도 좋아합니다!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홍유리의 일과 삶



Q. 들어보니 하루 중 일에 쏟는 시간이 많으신 편인데 평소에 일과 삶은 어떻게 온·오프(on-off)하나요?

 

스위치 온·오프는 좀 고민이 많았던 이슈인데요. 제가 생각을 끊는 걸 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해결하려고 상담도 받고, 많은 노력을 했었거든요. 실제로 상담 센터에 갔었을 때 내주신 숙제 중 하나가 ‘생각을 끊을 수 있는 순간’을 찾아오는 것이었는데요. 이 숙제를 풀어보려고 요가 하면서 대화하는 요가 센터를 다닌 적도 있고요…

 

결국 찾아낸 방법은 ‘물속’ 이었어요. 물속에서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 때문에 생각이 멈출 수 있다는 점을 찾았어요. 이런 내용을 상담 센터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온·오프를 하는 시도를 했었고요. 



그렇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일과 삶의 균형을 잡고 사는 게 저랑은 안 맞는다는 거예요. 저한테는 일이 진짜 중요하고 인생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고 반 이상을 일하면서 살다 보니 ‘덕업일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있는데 오히려 이걸 어떻게든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요즘 워라밸 말고 *워라블이라고 하는데, 일도 하고 개인적인 것들은 하고 싶으면 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지내는 것이 잘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워라블 : 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을 뗄 수 없다고 보고, 일과 삶을 적절하게 섞는다는 뜻




Q. 그럼 이번엔 일이 아닌 최근의 개인적인 취미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뮤지컬을 취미로 배운다고 들었거든요. 어땠나요? 저도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이에요. 

 

저는 한 달에 15만원을 취미 비용으로 쓰거든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잠을 많이 못 잤어요. 퇴근하고 제 일정이 있다 보니 시간을 내서 연습해야 하는 게 부담됐거든요. 

 

그래도 제가 해봤던 모든 취미 생활 중에 가장 좋았어요.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다 보니 집중도 잘 되고 당시에는 좀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좋은 기억이 되었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숨겨진 흥이 있더라고요. 제가 갔을 때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어요. 20살 친구들은 흥을 빨리 올리는데 제가 흥을 늦게 올리면 민폐가 되니까 신발 벗고 들어갈 때부터 텐션을 막 올리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런 게 돼서 신기했어요. (웃음). 그리고 또 계약서 없는 관계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흔하지 않기도 하고, 사적인 관계라 좋았던 것도 있구요.



Q. 대표님의 일과 삶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써 인터뷰의 끄트머리에 왔네요. 젊은 여성 CEO인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특히 2012년도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오히려 이야기하자면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요즘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2012년에는 제가 22살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사업한다고 하면 거래처에서 반말하고 위, 아래를 훑는다거나 하는 건 흔한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이사할 때 이삿짐 센터랑 싸움이 나기도 하고 건물주와 소송 한다거나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어려움이 너무 많은 것이 어려움이다, 정도로 표현해보겠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 부탁드릴게요.

 

페이스북에서 *‘She means business’라고 비즈니스 하는 여성분들만 모아서 행사를 열어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학생 때 사업을 시작했고 방금 말한 것들을 일찍 겪다 보니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꽤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 행사에서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콰니’ 대표님께서 아이가 셋인 워킹맘으로 어린 딸이 핸드폰으로 찍어준 사진으로 상세 페이지를 만들며 시작하셨다는 강의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제가 사실 ‘그런 환경’이라는 탓할 핑계가 필요했던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처음 겪은 일들이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닌 때가 오잖아요. 여성이라서 걸림돌인 점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다 할 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진 강점인 추진력으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대신 사업은 ‘하루라도 빨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일주일만 묵혀놔도 일주일 후엔 또 다르게 보이니까요. 

 

1년 후 있을 전쟁을 위해 창칼을 백날 다듬어도 3개월 뒤면 핵을 던지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여성’에게 있는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TRY! KEEP GOING! 하시길 바라며, 스여일삶의 모든 여성분들과 창업가분들을 응원합니다.

 


 

스여일삶 김혜연 에디터 (왼쪽) 원테이커 홍유리 대표님 (가운데) 이동희 에디터 (오른쪽)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하고 취향을 파악하는 일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대표님의 말처럼, 인터뷰 내내 따뜻한 환대와 공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유달리 추운 날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인터뷰를 끝낼 즈음에는 원테이커와 홍유리 대표님의 따뜻한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겪은 일들이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닌 때가 온다’는 대표님의 말에서 그동안 지나온 창업의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스여일삶 멤버분들이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공감의 힘과 에너지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서(?)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그리고 잘할 수 있다던 대표님의 웃음 담긴 말처럼, 우리 모두 체력 관리도 잘하며 건강하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로 해요! 🙂

 


인터뷰: 스여일삶 김혜연, 이동희 에디터 / 사진: 원테이커 제공 

 

 

해당 콘텐츠는 스여일삶과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