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10대에게 싸이월드는 역사이고, 페이스북은 추억이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질려가는 중입니다. 방금 언급한 SNS는 모두 근 10년 이내에 최고 전성기를 누린 플랫폼인데요. 이런 플랫폼이 순식간에 유행에서 밀려나는 것은 체감이 될 정도로 순식간이기도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플랫폼은 10대를 중심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틱톡’인 듯싶습니다. 하지만 틱톡이 완벽히 국민 SNS가 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20대로만 연령대가 올라가도 8.3%밖에 안 되는 이용자만을 확보하는 등(연령대별 틱톡 이용률, 와이즈앱(2020)) 한계를 보이니 말입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동영상 플랫폼의 다음이 오디오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지금 미국에서 서비스를 내놓기도 전에 100억 원을 투자받고, 한 해가 넘어가자마자 1,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클럽하우스(Club House)’의 등장 때문입니다. 2021년 미국 비즈니스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오디오 플랫폼 ‘클럽하우스’. 한국에서도 ‘클럽하우스’와 같은 오디오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오디오 플랫폼과 관련된 이슈들을 찬찬히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어팟 때문에 커진 오디오플랫폼 시장?
19년 이후, 가장 핫한 전자제품을 꼽으라면 무선이어폰을 꼽을 수 있죠. 이전에도 무선이어폰은 있었지만, 이어폰 기능 중 가장 고급 기능 중 하나라고 알려진 노이즈 캔슬링을 애플이 조그마한 무선이어폰에 구현하면서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거죠. 이런 현황이 수치로도 증명되는 건 2020년 애플은 약 1억 대의 에어팟을 판매하고 매출 152억 불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선 이어폰 성능이 좋아지고,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오디오를 타깃으로 관련 서비스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게다가 코로나 19까지 2020년에 찾아오면서 혼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클럽하우스와 같은 오디오 플랫폼의 주자들은 높은 이용자 확보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인공지능 스피커, 커넥티드카 등 오디오 관련 하드웨어가 더욱 발달할수록 오디오 플랫폼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클럽하우스는 에어팟으로 인해 더 확대될 수 있었다는 점과 현재까지는 IOS만을 지원하고 있기에 미국 내에서는 ‘에어팟 소셜 네트워크'(AirPods social network)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오디오 플랫폼이 한국에는 없을까요?
한국판 클럽하우스는 없을까? 오디오 SNS 시장 살펴보기
사실 오디오 SNS의 등장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오디오 SNS가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팟캐스트(2009), 스푼라디오(2016) 등이 있었습니다. 좀 더 확장해서 오디오 플랫폼까지 바라본다면 오디오북 윌라(2018), 네이버 오디오 시네마(2020) 등 다양한 오디오 플랫폼이 등장하며 오디오 시장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 오디오 SNS로 돈을 벌 수 있기는 할까요? ‘클럽하우스’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대한민국의 오디오 SNS 대표주자 두 곳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디오 SNS에 대한 이해가 대한민국에서 ‘클럽하우스’ 같은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핵심 Key Point가 될 테니까요.
1) 국내 최대 팟캐스트 ‘팟빵’
아마 많은 사람이 ‘오디오 플랫폼’을 떠올린다면 많이들 팟캐스트를 떠올릴 겁니다. 팟캐스트는 iPod 과 Broadcast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인데 지금은 개인 오디오방송을 통용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죠. 팟캐스트, 개인 오디오방송을 요즘에도 누가 듣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팟캐스트 시장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습니다. 팟빵 전체 콘텐츠 청취 시간은 2017년 4,000만 시간에서 2019년 1억 7446만 시간으로 4배 넘게 늘어났고, 누적앱 다운로드 수는 2012년 20만 회에서 2020년 950만 회까지 성장했습니다. (조선일보 ‘유튜브 시대에도 오디오가 팔린다’ (2020.07))
이런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70% 정도는 현재 팟빵이 점유하고 있는데요. 팟빵은 2021년에도 콘텐츠 제약 문제를 해소하며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0년 10월에 팟빵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업계 최초로 저작권 이용계약을 체결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이 팟캐스트와 음악을 믹스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는 팟빵의 크리에이터들이 뮤직 채널 운영도 가능해진 거죠. 뮤직 비하인드 스토리, 뮤직 장르 등을 묶어 팬덤을 형성해 나갈 수도 있고 광고 노출 설정도 할 수 있습니다. 팟빵은 2021년에 세계 최대 스포티파이가 음원을 바탕으로 팟캐스트를 영입해서 콘텐츠 밸류를 독보적으로 높였던 전략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디오 SNS의 현재 유행요소는 ‘라이브’에 있는데요. 일시적인 추세가 아니라면 라이브 서비스를 라디오 재생으로만 제공하는 팟빵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팟빵이 라이브 시장에까지 진출할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행으로 바라보고 기존 서비스 제공에 집중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 ‘라이브’는 현재 오디오 SNS 시장에서 가장 핫한 서비스인데요. 클럽하우스도 기존 팟캐스트와 차이를 ‘라이브’에 두었습니다. 녹음해서 콘텐츠를 올리는 게 주된 방식인 팟캐스트 플랫폼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콘텐츠 녹음을 제한하고 라이브로 소통한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요.
대한민국에도 동시성을 기반으로 한 오디오 플랫폼이 있습니다. 함께 살펴볼까요?
2) Z세대가 사랑하는 오디오 SNS, ‘스푼라디오’
우리나라의 팟캐스트 사용 연령대는 25~34세(27%)와 35~44세(26%)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Z세대의 이용은 사용자의 16% 정도로 저조했는데요. (팟빵 월간 이용자 분석(2020.10)) 대한민국에는 사용자의 70%가 Z세대인, Z세대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는 오디오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스푼 라디오인데요. 스푼 라디오의 핵심 서비스도 클럽하우스와 동일하게 ‘라이브’입니다. 지금의 스푼라디오는 어쩌면 아프리카 TV의 오디오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소통방송과 잠 방송 등이 주요 서비스이며 사용자들이 크리에이터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까지 아프리카 TV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푼라디오는 2020년 9월 콘텐츠 저변 확대를 위해 콜랩 아시아와 협약을 맺으며 코미디언, 뮤지션, 방송인 등의 참여를 높여 콘텐츠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을 내놓았는데요.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아이템 판매액이 2019년 460억 대비 2배가량 늘어난 800억 원대를 기록하면서 2021년에도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많은 팬덤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푼 라디오가 제공하는 라이브 콘텐츠는 지금만 들을 수 있다는 ‘희소성’과 크리에이터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즉각적으로 가능한 ‘양방향성’ 덕분에 현재 오디오 콘텐츠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클럽하우스와 상당히 유사하지만 제공하는 콘텐츠의 결은 극과 극인데요.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스푼라디오의 콘텐츠의 차별성은 ‘내 또래의 일반인이 만드는 재밌는 콘텐츠’라고 말하는데요. 이는 클럽하우스가 IT, 비즈니스, 문화, 정치 등 특정 영역의 전문가, 셀럽이 참여한 방송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운 것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지의 시드투자를 받은 블라블라, 네오위즈 디자인실장으로 근무하던 김사익 대표가 시작한 머머링과 같은 음성기반 SNS도 2020년에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띌만한 성장은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요.
과연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팟빵, 스푼라디오, 블라블라, 머머링 등 오디오에 기댄 SNS는 잠시 유행으로만 남게 될까요? 아니면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처럼 메가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국민앱으로 성장 가능한 것일까요? 사실 그러기엔 우려되는 지점도 벌써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오디오 SNS의 선두주자가 된 ‘클럽하우스’의 오늘을 지켜보며 오디오 SNS 시장의 내일을 점쳐봅시다.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미디어의 진화는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끊임없이 이뤄졌습니다. TV가 유튜브로 넘어간 것처럼 라디오가 클럽하우스로 넘어가 듣는 미디어의 전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미 미국에서는 뜨거운 환호를 받고 일본에서는 유행이 되기 시작한 클럽하우스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클럽하우스의 몇 가지 우려되는 지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3040 위주의 클럽하우스, 1020도 함께 할 수 있을까?
여태까지 모든 신규 소셜 네트워크 붐은 늘 MZ세대가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연령대는 이보단 조금 더 높은 편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벤처투자업계 쪽 사람들 때문이겠지만 헤비 유저 중에는 4050층도 꽤나 많이 보입니다. 어쩌면 클럽하우스에서 3040층의 활동 증가는 인플루언서 이코노미의 연령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 유입이 3040층으로 형성된 클럽하우스가 이후 20대층을 유입을 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클럽하우스는 약관상 미성년자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요. 이런 제한이 국민 앱으로서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거대 SNS의 생애사는 늘상 MZ세대와 초기에 함께했고, 4050의 유입과 함께 막을 내렸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표하는 게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이죠. 게다가 대한민국과 전세계의 1020층에게는 새로운 SNS채널로 ‘제페토’와 같은 3D기반의 메타버스가 부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클럽하우스가 전 연령대에게 사랑받는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앞으로도 재계 인사들이 클럽하우스에 참여할까?
클럽하우스가 최근에 대한민국에서 주목받았던 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발언 때문인데요. ‘비트코인에 대한 우호적 발언’, ‘게임스탑 주가에 대한 설전’ 등이 뉴스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이처럼 클럽하우스는 업계의 유명인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기에 매력적인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더 많은 업계의 유명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애플의 CEO 팀 쿡이 언쟁하는 모습을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앞으로 몇 번은 더 재계 유명인사가 클럽하우스에 참여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슈가 생기기를 언론에서는 늘 기다릴 것이고, 말실수가 한 마디라도 있었다가는 이게 대서특필이 될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후 기업 혹은 개인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던 퍼거슨 감독이 의문의 1승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야 셀럽들이 맘 편히 소통하는 채널로 존재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그들이 라이브에 참여하는 위험부담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글은 업로드 전에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만 라이브 소통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니까요. 이후 클럽하우스에 업계의 유명인이라고 남는 사람이 극좌, 극우세력의 지지를 받는 ‘정치셀럽’만 있다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SNS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클럽하우스는 뜬다
클럽하우스는 위와 같은 우려사항은 있지만 현재 많은 사랑을 받는 SNS인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 같은 국민 앱이 될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자리에 안착하게 되든 앞으로 한동안 상승곡선이 확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마무시한 투자를 통한 자본력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전략을 잘 세웠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잘 자극하여 초기 관심을 많이 모았습니다. 즉,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 또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클럽하우스는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대화 내용이 전혀 남지 않고, 녹화기능도 사용할 수 없는데요. 이점이 클럽하우스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데요. 그러기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하는 IT 업계의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로 빠르게 모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한국 블로그 서비스 ‘티스토리’가 초반 인기를 얻었던 전략인 ‘초대가입제도’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여 클럽하우스는 SNS로서 매력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가입했을 때 단 두 장의 초대장을 주고, 이후 열심히 활동해야 최대 5장의 초대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일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는 초대장이 없냐’라는 요청 글이 수두룩하고, 초대장을 사고파는 거래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매력적인 초기전략으로 많은 이용자 결집은 성공하였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수익모델을 세우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후 수익모델을 공개하고 이후 플랫폼의 매력을 어떤 방향으로 고도화시키느냐에 따라 앞으로 클럽하우스가 영상을 줌을 대체하는 플랫폼이 될지,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SNS가 될지 정해질 것 같습니다.
오디오 SNS의 내일을 함께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