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자율근무제 또는 재택근무가 이전보다 확대되거나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물론 이것도 시스템이 비교적 견고한 대기업, 중견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적극적 대응책이다.
그런데, 아무 준비 없이 다짜고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준비의 출발점은 '개인들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고? 가장 통제 안 되는 것이 각 개인들의 나태함, 안일함, 일 미루기 등
일하기 낯선 공간에서 일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을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원래 낯선 것입니다.]

프리랜서 생활 6년 차, 저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을 집에서 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처음부터 버릇을 들였더니 집에서는 일 관련 생각을 자중하는 것이 일하는 공간에서 더 높은 효율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시간과 공간(자리)에 앉아 약속된 일(목표)을 수행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무실이라는 공간과 일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시공간에 스스로를 익숙하게 만들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팬데믹)로 하루아침에 재택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든지, 내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든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이라는 활동을 통해 시공간의 벽을 뚫고 사무실에 도착해야 했던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집에서 집 또는 사무실 이외의 공간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재택근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언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할지, 옷은 무엇을 입어야 할지, 눈치 볼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눈치가 보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지도 난감합니다. 게다가 ‘일을 봐줄 사람’도 곁에 없고, 랜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원래 재택근무는 해보지 않은 일 또는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기에, 낯선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재택근무를 위한 조직의 준비]

재택근무를 잘 해내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이 모두 함께 노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조직의 입장에서 제공하고 관리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라, ‘일(목표)’ 그리고 ‘개인들의 피로도’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늘 해왔던 일, 거기에 과도한 업무 몰입은 이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피로감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⑴ 업무 관련 모든 스케줄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Project 기반의 Task Maanagement로 관리되어 일과 중에 해야 할 각자의 업무가 할당되어 있고, 이를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끼리 서로 꼬이지 않도록 관리될 수 있어야 합니다.

⑵ 약속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있어야 합니다.
메일, 메신저, 전화 등등 기존의 업무용 채널이 있습니다. 그중에 ‘어떤 수준과 분량, 중요도, 시급함’에 따라 어떤 류의 내용은 어떤 채널을 통해 이야기해야 하는지 사전에 약속이 필요합니다. 이는 대면 보고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⑶ 재택근무 기간 중 업무 몰입 저하를 고려, 개인 및 팀 목표의 수정 등을 해야 합니다.
익숙한 시공간에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가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익숙한 사무실보다는 높은 수준의 피로감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 입장의 목표 조정을 통해 과중한 업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도록 멀리 갈 수 있습니다.

⑷ 상호 간의 연대의식을 잊지 않기 위한 다양한 조치와 방법 등을 시도해야 합니다.
재택근무로 ‘혼자 일한다’는 생각에, 자칫 예상치 못하는 갈등을 발생시킬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채널로 소통하다 보니, 실수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에 대응 및 보완할 수 있는 수용 가능한 이벤트가 있어야 합니다. 랜선 회식을 포함한 공동의 업무 외 활동을 통해 연대의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⑸ 재택근무에 맞는 규칙적인 공식 회의 방식과 방법을 디자인합니다.
재택근무로 가장 갈증이 나는 부분이 회의입니다. 모두가 함께 모여 난상토론 식으로 하는 브레인스토밍, 중요한 제안 및 제언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취합하는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 결정된 내용의 실행 부분을 나누고 회람하는 일 분배를 위한 회의 등 다양한 목적의 회의를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적절한 대응 및 대책, 회의 방식과 회의를 보완할 수 있는 절차 등까지도 고려하여 준비해야 합니다.

 
재택근무자의 하루 일과
그 속에 소소하지만
다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09:00 to 18:00 기준 시뮬레이션>

07:30(평소에 동일하게)

이 정도에는 기상합니다. 허겁지겁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면, 일도 안되고 게다가 아침마다 하는 화상 미팅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귀에 잘 들어올 리 없기 때문입니다.

08:50(집에서 할 수 있는 최소의 준비)

출근을 위해 자차, 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할 필요 없으니 여유 있게 아침도 먹고, 스트레칭도 하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할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차분하게 오늘 할 업무를 살펴봅니다.

<Check Point>

  • 첫째. 중요한 것은 복장입니다. 홈 웨어는 절대 안 됩니다. 반바지에 위에만 갖추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 둘째.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분량과 내용에 대해 살피고, 순서에 의해 정렬하여 리스트를 만듭니다.
  • 셋째. 회의가 있다면, 원활한 회의를 위해 캠과 마이크의 성능을 체크합니다.
  • 넷째. 책상 위는 깔끔하게 정돈합니다. 특히 일과 관련되지 않은 물품은 손이 닿지 않게 멀리 둡니다.  

09:00~12:00(오전 근무 시간)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날의 해야 할 일 또는 공식 일정을 오전과 오후로 구분하여 우선 오전에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합니다. 오전은 급하지 않는 이상, 모닝 루틴 미팅을 제외하고는 ‘업무 집중 시간’을 통해 집중력 있게 ‘혼자 해야 하는 일(기획서 등의 보고서 작성)’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

12:00~13:00

점심시간입니다. 아침을 어떻게 먹었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가급적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합니다. 혼자서 밥까지 차려 먹고 치우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3:00~18:00(오후 근무 시간)

오후 시간에는 졸리기도 하고, 능률도 오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이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위주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서로 간의 업무 결과에 대한 공유 활동으로 팀 시너지를 만들고, 합의된 목적과 목표를 위한 공동의 여정에 대하여 점검합니다. 그 외에는 오전과 마찬가지로 약속된 나만의 업무를 합니다.

<Check Point>
첫째. 당일 업무를 시작할 때 작성했던 리스트를 기준으로 진도 체크를 해야 합니다.(업무 목표 대비 진행 내용)
둘째. 오늘 업무 간 발생한 이슈에 대하여 대비를 위한 가능한 조치에 대해 초기 기획을 합니다.
셋째. 진행된 회의에 이어져야 하는 추가 활동을 위해 회의록을 점검하고, 다음 회의(활동) 준비를 합니다.

18:00 이후(야근 타임)

퇴근해도 됩니다.(메신저로부터 나오거나 하는 등) 하지만, 재택근무로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인지 야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임박한 일이 없는 경우에는 야근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만약 하게 되면 길어지지 않도록 조직과 합의 또는 협의가 필요합니다.(특히 담당 팀장의 재량이 필요)  

 

재택근무는
일상 근무와 차이가 없도록 합니다.

 

재택근무를 각자가 잘 해내기 위해서는 ‘예외‘를 두면 안 됩니다. 재택근무이기 때문에, 기상시간도, 근무하는 복장도, 일할 때 보이는 태도도 모두 기존에 회사에 출근해서 일할 때와 큰 차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예외를 두고,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거기서 부터 모든 게 망가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 보이는 안일함과 나태함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함께 일하는 동료 또는 재택근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게 되면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일에는 예외가 없고, 예외를 두면 둘수록 마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듯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익숙한 공간에서의 낯선 활동으로 인해 다소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평소의 출근 때와 동일’하게 모든 것을 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혼/기혼 관계없이 회사 일과 집안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안일하게 남는 시간에 집안일을 했다가, 애써 구축한 나의 루틴을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은 분명히 시간과 공간에 의한 구분 또는 둘 다에 의해 적절히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시로 게릴라처럼 터지는 재택근무의 조치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하기 위해, 우리 조직만의 원칙을 만들고 함께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리더의 책임이 큽니다. 리더는 더욱 단단히 일하는 형태와 내용(조직문화)을 조직이 가진 비즈니스의 특성(목적, 목표 이를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론)에 맞게 조정하고 이에 대한 효율 및 효과를 수시로 체크하고 구성원의 사기 하락과 협력을 위한 적절한 체계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택근무가 불편하지 않나요?
그래서,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고,
이전처럼 마스크를 벗고 생활했으면 합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