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상생의 아이콘? 입점업체의 늪? 무신사(상)“에서 이어집니다.
무신사의 명암 – PB 편
한편 ‘무신사가 정말로 상생의 아이콘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무신사의 PB제품인 ‘무신사 스탠다드‘다.
“‘무신사 스탠다드’와 ‘페이퍼리즘’을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이 입점 브랜드와의 접촉점이 적은 제품을 찾는 것이었다”며, “‘무신사 스탠다드’ 경량 다운은 향후 ‘유니클로’에 도전하는 제품으로 육성할 것”이라는 조만호 무신사 대표의 발언처럼 무신사 스탠다드는 명시적으로 유니클로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이며 실제로 불매운동의 여파로 위축된 유니클로의 매출을 차지하며 성장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가 처음 이름을 알린 제품은 유니클로가 유행을 개척한 경량 패딩군으로, 무신사 스탠다드는 유니클로의 제품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유니클로 대비 만 원 정도 싸게 제품을 출시했다.
2017년의 경량 패딩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슬랙스와 블레이저, 무지 티, 그리고 코트로, 2019년에는 청바지와 스웨터로, 2020년에는 프리미엄 라인으로 점차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 “처음 기획할 때 무신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개성 있는 브랜드와 겹치지 않고 함께 코디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 중심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무신사 플랫폼 입점 브랜드에 피해를 주지 않고 동시에 차별화도 필요했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가 탄생한 거죠”라는 당초 의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규모가 커지며 입점 업체와 영업이익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 되었다.
PB 제품은 유통사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전략이며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자산(유통망과 파생되는 데이터)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PB의 매출 규모가 커지면 종전 입점 브랜드의 이익을 잠식하게 될 수 있다. 이때 잠식이란 비용과 매출이라는 두 영역에서 말 그대로 무신사의 입점 업체가 누릴 수 있었던 잠재적인 이익을 무신사 스탠다드로 인해 놓친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이익은 말 그대로 1) 비용을 줄이거나, 2)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비용
먼저 기획, 생산, 유통, 판매로 구분할 수 있는 비용 측면에서 살펴보자. 무신사 스탠다드는 신규 제품군을 기획/런칭할 때 콜라보 방식을 활용한다. 히트텍의 경쟁 제품인 핫탠다드를 런칭할 때는 효성의 원단을 강조하고, 데님 제품군을 런칭할 때는 데님으로 유명한 도메스틱 브랜드인 페이탈리즘과 콜라보한 제품을 출시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모태가 된 브랜드팀의 이건오 실장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가격 메리트’라는 우리만의 강점을 더 부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유통에서 줄인 비용을 토대로 낮은 가격을 달성했다면, 기존 시장에서 잘 나가는 업체와의 콜라보를 통해 성능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데님 시장에 안착한 무신사는 페이탈리즘과의 콜라보를 끝냈고 새로운 모델인 유아인을 등에 업고 독자적으로 상품을 기획해서 출시하고 있다. 페이탈리즘이 개발한 핏을 활용한 크롭진이 인기를 끈 다음에는 페이탈리즘과의 협업을 청산하고 무신사 스탠다드가 자체기획한 크롭진을 만들어서 유아인 착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때의 비용 절감은 입점 업체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추가로 입점 업체의 비용 출혈을 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마케팅이다. 꾸준히 마케팅 비용을 늘려온 무신사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입점 브랜드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사용해왔다. 2019년의 광고선전비는 176억으로 2018년(135억원) 대비 30%가량 늘었다. 아직 대중적인 확장을 계획하기 전이었던 2015년(9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855% 늘어난 것이다.
이때의 광고는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 자체 광고 대신 입점 브랜드 광고에 주력한 것이다. 특히 무신사는 사활을 건 TV 광고에서도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모두 무신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2018년 10월에 처음으로 시도한 TV 광고는 ‘다 여기서 사’라며 플랫폼을 알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노출한다. 그러나 올해 9월에 개시한 무신사의 TV광고는 무신사 플랫폼보다는 유아인을 앞세운 무신사 스탠다드 광고에 가깝다. 마케팅 비용은 늘어나고 있는데 광고의 주체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에서 무신사 자체, 나아가 PB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매출
한편 매출의 관점에서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PB 제품의 등장은 직접적인 플랫폼 내에서의 자가 잠식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커버하는 제품군이 확장되면 될수록 입점 업체가 무신사의 경쟁사가 되는 것이다. 가령 기본템을 선호하는 슬랙스와 데님, 블레이저, 티셔츠, 패딩 등의 제품군이 그렇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 측이 언급하듯이 기본템을 모아둔 브랜드이다. 다만 기본템 안에서도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티셔츠나 맨투맨, 니트, 슬랙스의 소매 길이, 핏 등이 세부적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제품에 대해 다양한 색상을 커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신사 스탠다드의 베이식 긴팔 티셔츠는 제공되는 색상만 40가지고, 테이퍼드 히든 밴딩 10부 슬랙스는 14가지 색상이 제공된다. 티셔츠야 제품군의 특성상 기본템이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슬랙스의 경우 기본템과 그렇지 않은 제품 사이의 차이가 작고 구매를 좌우하는 요소가 핏과 색상임을 고려했을 때 무신사 스탠다드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상위 노출을 광고로 처리하고 있는 오픈마켓과는 다르게 광고 사용, 이익(마진)률이 높은 상품, 재고가 많은 상품 등을 랭킹 상위에 전시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무신사의 주장을 증명하듯 무신사 랭킹에서 언제나 무신사 스탠다드는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무신사가 기본템 시장에서도 제품 디테일에서의 다양성(소매 길이, 핏, 색상 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무신사 플랫폼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이다. 실제로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은 7000여 개 제품 페이지에서 생성되는 고객들의 검색 데이터와 470만 명 회원들의 댓글을 기반으로 기획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는 무신사가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어렵게 모은 데이터인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은 무신사의 자산을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으로 인해 분명히 매출이 줄어드는 제품군, 나아가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무신사의 제품군이 점점 기본템에서 아우터로 확장되면서 자가 잠식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신사 안에는 스트릿 감각의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브랜드나 로고를 강조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심플하면서도 가성비나 품질이 좋은 브랜드가 있다. 이 후자의 브랜드들은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군이 확장되면 될수록 무신사 스탠다드와 경쟁하게 된다. 일례로 이번 시즌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출시한 숏패딩 라인은 무신사에 입점한 인사일러스나 라퍼지 스토어의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다.
무신사의 앞으로
그렇다면 무신사의 명암은 계속될 것인가. 무신사와 입점업체의 관계는 과연 상생과 종속적 관계 사이에서 어느 방향으로 강화될 것인가. 이 질문에 앞서 다음의 질문을 고려해야만 한다. 무신사는 어떻게 입점업체를 계속해서 종속시켰던 것일까. 높은 수수료에도, 경쟁자가 된 PB제품에도 불구하고 무신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매우 브로드한 답변이지만 그 답은 무신사에 대한 고객의 높은 충성도에 있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시장의 태동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남성 패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력은 비교적 낮지만 충성도는 높은 남성 고객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주었고, 쇼미더머니를 필두로 한 힙한 문화가 등장하며 높아진 스트릿 패션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높은 충성도를 확보했다.
이미 2019년에 온라인 채널의 패션 구매율이 오프라인 채널을 추월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채널 구매 경험이 더 강화될 것이기에, 앞으로도 남성 패션 시장에서 무신사의 아성을 무너뜨릴 경쟁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순조롭게 거래액을 늘려가는 무신사의 앞을 예측하려면 다시 무신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1) 비용은 줄이고, 2) 매출은 늘리는 방식을 추론해보면 된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는 PB제품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포함한 무신사의 비용은 크게 무신사 스탠다드(생산단가, 물류, 포장 등의 유통비, 반품 관련된 CS비)와 무신사(마케팅비)로 구분이 된다.
그러나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미 무신사 입점 브랜드 대비 압도적인 비용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비용을 더 줄이기는 어렵다. 마케팅 비용 또한 무신사의 인지도가 궤도에 오른 만큼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무신사의 매출은 거래액이 중요시되는 수수료 매출이든 직접 판매하는 PB의 상품 매출이든 방문자 수 X 방문자당 평균 구매량 X 방문자당 평균 소비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항목별로 무신사의 전략을 구분해서 정리해보도록 하자.
방문자 수 늘리기
무신사를 찾는 방문자 수는 신규 고객 발굴과 신시장 진출로 구분된다. 전자의 사례로는 2018년에 대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태워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공략한 것이 있으며, 후자의 사례로는 해외 진출이 있다. 신시장 진출의 경우 무신사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지금도 벌써 해외 역직구 거래 건수가 상당하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무신사의 해외 역직구 거래 건수는 2만 건에 달한다. 무신사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해볼 만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입점업체 또한 무신사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며 새로운 판로를 뚫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규 고객 발굴과 관련해서는 여성 패션 플랫폼의 강화와 최근에 발표한 골프웨어 시장 진출을 들 수 있다. 무신사는 여성복 유통 플랫폼인 우신사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몇 년째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진척이 더딘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신사가 W컨셉의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무신사 관계자는 “W컨셉 인수 관련해서 논의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무신사 측에서도 W컨셉을 인수하기보다는 우신사를 재정비하고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무신사는 남성 패션 시장 안에서도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를 공략하기 위해 골프웨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골프웨어 자체는 무신사의 주요 타깃 고객인 1020세대와는 거리가 멀지만 젊은 세대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초기에 새로운 고객군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신사는 강점인 콘텐츠를 활용해 골프웨어에서도 커뮤니티와 쇼핑몰을 연동할 계획이다. 우선 2030세대를 타겟팅한 매거진과 유튜브 콘텐츠를 발신하고, 관련 골프웨어 브랜드를 입점시킨 후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에 투자함으로써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물론 골프를 시작으로 최근에 유행하는 등산, 애슬레져룩 등 다양한 스포츠웨어로 분야를 넓힐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에 입점해있는 기존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나 PB제품의 골프웨어로의 라인업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객단가(소비량X소비액) 늘리기
매출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바로 객단가를 올리는 것이다. 이때 객단가는 양을 늘리거나 금액을 높여 올릴 수 있다. 이 중 전자에 해당하는, 구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신사를 방문한 고객들이 무신사 안에서 패션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살 수 있도록 제품군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환으로 무신사가 시도하는 것이 1)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의 라인업 확장과, 2) 뷰티 시장 공략이다. 무신사는 PB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최대 경쟁자로 유니클로를 뽑으며 유니클로의 스테디셀러 상품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해온 만큼 제품 라인업에서도 유니클로를 쫓아간다. 라이프웨어를 표방하는 유니클로가 ‘입는 것’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제품을 출시하듯 무신사 스탠다드 또한 최근에 양말과 속옷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한편, 무신사는 1020세대라는 무신사의 핵심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뷰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패션 부문에서의 성장 전략을 화장품 유통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무신사는 뷰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합자조합을 세워 뷰티 시장의 디지털 마케팅 전반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 시장에서는 제품 추천과 성분 분석 등을 주로 하는 화해 앱이 견고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을뿐더러, 화해 앱에서조차 앱 내 활성화된 정보 공유가 쇼핑으로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패션과 뷰티의 사업 연계성이 높고 친화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무신사의 뷰티 시장 진출에 성공을 점치기에는 조심스럽다.
매출을 늘리는 마지막 축은 바로 객단가를 올리기 위해 평균 소비액을 올리는 것이다. 기존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으나 반발이 큰 만큼 무신사의 전략은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때 플랫폼으로서 무신사 내에 별개의 라인업을 확충하는 ‘셀렉트’ 코너와 PB제품인 무신사 스탠다드 내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2020년 하반기에 시작된 무신사 셀렉트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며 고가의 상품을 구비해두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군에는 기존에 없던 프리미엄 컬렉션이 새롭게 형성되었다. 레더나 캐시미어 등 고가의 소재를 사용한 아우터를 중심으로 제품군이 형성되어 있으나 시즌이 지나면 제품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와 입점업체의 앞으로
무신사와 입점업체의 관계가 상생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1) 입점업체의 수수료율에 조정이 이루어지고, 2) 입점 후의 각종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야 하며, 3) PB제품과 입점업체 사이의 포지셔닝을 명확히 구분 지어야 한다. 그러나 무신사의 전략은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있으며, 비용 투자 또한 기존 입점업체와의 관계를 재편하는 것보다는 신규 시장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짜여있다. PB제품의 경우 객단가를 늘리기 위해 프리미엄 라인을 구분함으로써 입점업체의 매출을 잠식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하고 있으며, 새롭게 무신사가 진출하는 시장에 대해서도 이러한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매출을 늘리는 것과 구분되는 무신사의 또 다른 행보는 결국 입점업체를 더욱더 무신사에 종속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 무신사와 입점업체 사이의 종속적인 관계가 강화된다는 말은 곧 입점업체의 밸류체인에서 무신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점업체는 지금까지 입점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 판매 단계에서만 무신사에 의존했었으나 앞으로는 물류까지도 무신사에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
다음은 무신사의 관계사들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제조하는 위클리웨어와 투자사인 파트너스, 글로벌 브랜드 수입/유통사인 아이콘서플라이와 함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무신사 로지스틱스이다. 무신사 로지스틱스는 기존에 이천에 위치한 물류창고였던 비엔엠로지스의 사명을 바꾼 것으로, 무신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종합 물류 사업임을 보여준다.
사실 무신사는 처리해야 할 물류량이 많은 곳은 아니다. 오픈마켓인 무신사는 입점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아웃소싱을 통해서 배송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물류는 무신사가 아닌 입점업체 고유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무신사가 몇몇 해외 브랜드들의 공식 판매자로 지정되면서부터 직매입해 무신사가 관리하는 물량이 생겨났다. 이러한 직매입 상품의 재고관리 검수 과정 전반을 무신사가 담당하면서 적재 공간과 물류에 대한 무신사의 니즈는 급속도로 커졌다. 직매입 상품이 아니더라도 이커머스 업체가 물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시착해볼 수 없어 교환/환불이 많은 패션에서라면 더더욱 물류에 대한 관심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무신사는 무신사 로지스틱스를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최근에는 관련 인력을 채용했다. 기존에 무신사가 가지고 있던 물류창고 부지와 함께 신규 부지를 찾아 물류 센터를 설립하고 통합 배송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무신사가 종합 물류 체계를 구비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주문량이 몰릴 때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고, 무신사 입장에서는 물류 시스템을 확보함으로써 해외 배송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입점업체는 입장이 다르다. 어차피 제조사로서 물류 배송은 대행사에 위탁해왔는데, 단지 아웃소싱하는 업체가 택배사에서 무신사 로지스틱스로 전환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신사가 제조사의 판매망뿐 아니라 물류망까지도 장악하게 된다면 제조사의 가치 사슬에서 제조 단계를 제외한 모든 영역이 무신사에 종속되게 될지 모른다.
해당 콘텐츠는 가오리즈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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