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해 보지 않은 것, 가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그래서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고, 또 도전하는 편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취미로 산행을 시작해 암벽 등반과 얼음 등반, 더 나아가 고산 등반까지 계속 도전을 했고 2011년에는 전문 산악인도 힘들다는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0m)를 성공적으로 등반하기도 했다.

또한 약 20년 동안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좋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었고, 대표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고,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싶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창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창업 기회를 찾고 있었다.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 정상에서, 온도 -40℃

 

 

서로 도우며 살자

 

나는 사람은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내가 미국에서 직장을 잡을 수 있었고, 경력을 쌓아 왔고, 별문제 없이 미국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 한 교회 친구는 미국 직장을 얻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가족 없이 혼자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점심 도시락까지 싸다 줬다. 아는 분은 신용이 없어 차를 사지 못할 때 보증을 서 주셨다. 많은 것을 많은 사람으로부터 받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빚진 자의 심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미국 시애틀 지역의 IT 전문가 협회인 ‘창발’을 알게 됐다. 창발 스타트업 그룹에 가입했고, 부 운영자로 활동도 했다. Startup 그룹은 창발 회원 간에 스타트업 관련 정보 교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팀 구성 및 리소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구성됐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임을 했다. 

 

창발 Facebook 그룹에 게재됐던 크라우드 펀딩 홍보 글

 

 

나도 저자다 – <우린 이렇게 왔다>

 

창발 스타트업 그룹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한국 개발자의 미국 진출/취업을 돕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플랫폼은 시간이 걸리니 우선 책부터 출판하고 유저 반응을 본 뒤 플랫폼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미국 내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고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인터뷰 형식으로 실제 사례들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출판된 것이 <우린 이렇게 왔다>. 책 출판을 준비하면서 50여 명이 넘는 개발자들을 섭외했고, 30여 명 넘게 인터뷰하고 편집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미국에 취업하는 방법뿐 아니라 경력 관리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게 됐다. 책이 출판되고 나서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등을 상대로 많은 강의와 상담을 진행했다. 

 

<우린 이렇게 왔다> 책 표지

 

 

취업/경력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포 2세들과 유학생들이 보였다. 예를 들면, 내 아들은 어렵게 Pre-med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서 sport medicine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1년을 공부하더니 business를 전공하고 싶다고 한다. 3학년 때 business school을 신청하였으나, 워낙 경쟁이 심해서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분교의 business school에 들어가야 했다. 만약 아들이 대학 입학 시 Business school에 직접 지원했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아이가 진로를 좀 더 일찍 정했다면 시간 낭비, 돈 낭비하지 않고 좀 더 효과적으로 자기 경력을 준비해 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어떤 사람은 의사가 되기 위해 학부 과정에서 준비하고 병원 자원봉사도 많이 했다. 의대를 가는 데 필요한 MCAT 시험도 봤다. 그런데 졸업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의사보다는 병원 컨설팅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 분야에는 전혀 지식이나 경험이 없었다. 다행히 6개월을 열심히 공부해 컨설팅 회사에 취업했다. 이 친구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결정했다면 아마 학부 때 business 전공을 하고, 원하는 커리어를 좀 더 쉽게 가졌을 것이다.

또 한 친구는 부모님이 의사다. 그래서 부모님의 소원대로 Pre-med 공부를 했다. 그러나 졸업 후 의대는 가지 않고 영화 작가가 되겠다며, 자기가 쓴 각본을 가지고 Hollywood 영화 감독과 영화 studio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커리어 관련 강의

 

이렇듯 많은 젊은이가 학부 과정에서 전공을 바꾸거나, 졸업하고 전공과 관련 없는 커리어를 가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또 졸업하고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대학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른 분야에 취업하고자 다시 공부하면서 취업 준비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는 것을 봤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커리어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보와 경험이 없다. 자기가 가보지 않고, 해보지 않은 일들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을까?

나는 20년 동안 데이터 관련 일을 해오고 있다. 데이터를 모집하고, 가공하고 분석하여 유용한 정보를 만드는 일을 한다.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경력/취업의 문제를 데이터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대학원 석사 때 인공지능을 공부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젊은 세대의 경력/취업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Smart Career라는 platform을 개발하기로 했다. 

 

 

Smart Career

젊은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경력 5년 미만의 사람들에게 취업/경력에 관한 솔루션을 제공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생각에 회사를 설립했고, Smart Career Platform을 개발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런데 우선적으로 해당 사업이 사업성이 있을지, 즉 지속 가능한 수입을 창출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검증해 봐야 한다. 초창기 idea 검증에 관해 얘기해 보자. 

 

 

1) Talk about it a lot! – Share your idea

가장 먼저 한 것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개발자들을 만났고, 대학생들을 만났고, 고등학생들을 만났고, 그리고 HR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Meet up에 참여했고,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White board에 그림을 그려 가며 설명하고, 팸플릿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하고, 파워포인트로 발표도 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하고 피드백을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사업 idea에 대해 얘기하면서 idea가 점점 더 구체화했고, 유저의 pain point가 선명하게 보였다. 또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방향을 잡게 됐으며 사업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도 얻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co-founder와, 개발자, 지지자를 모두 만났다. 

 

Smart Career Brochure

 

Startup 액셀러레이팅과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났는데, 특히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얘기를 꺼리거나 피상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이유는 자기 아이디어를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남이 사업 아이디어를 훔쳐 가면 어떡해요?”

 

나는 이런 분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고 한다.

 

1. 다른 사람들은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당신만큼 열정적이지 않다. 사실 관심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창업의 험난할 길을 걸을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2.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행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실패할 확률이 많은 고생길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창업을 원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3. 다른 사람들이 카피할 정도라면, 당신 만의 특별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했을 일이다. 꼭 보호해야 하는 기술이 있다면 미리 특허 등 법적 조처를 해 놓자. 그래도 마음먹고 카피하고자 하면 기술을 도용할 수는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초기 Idea 검증을 하지 않고 노력한 뒤에 실패하는 위험이 아이디어를 공유해서 카피당해 발생하는 위험보다 훨씬 크다. 

4. 창업하려는 이유가 잘못됐을 수 있다. 많은 어려움과 실패에 대한 위험 요소를 감수하고 창업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세상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제공, 둘째, 지속 가능한 수입 모델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익 창출에만 너무 집중한다면, 즉 돈 버는 일이 목적이 된다면 누군가에게 내 사업 아이디어를 도용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제공에 더 관심이 있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실행력이 강한 누군가가 먼저 해결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보다 빨리 제대로 실행해 성공한다면 나보다 더 자격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얘기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말을 듣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 부정적인 이유와 관련해 자료를 찾고, 좀 더 생각한 뒤 데이터를 찾아 다음에는 합리적인 설득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구체화하고, 객관화되며 실질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것은 ‘내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내가 정의한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돈을 지불해서라도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다. 구체적인 기술을 검증 받는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2) 온라인 채널 이용

시간, 장소 등 여러 제약으로 대면으로 만나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데는 여러 한계가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기 위해, 또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얻기 위해 온라인 채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설문 조사이다. 짧은 기간에 설문 결과를 원하면 Survey Monkey를 이용해 설문을 작성한 뒤 response를 사면 된다. 시간이 있는 경우에는 Google forms를 작성해 Facebook에 올리고, targeted boosting을 통해 response를 모으는 방법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단지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얻는 것이 아니라 contact할 수 있는 정보를 얻어, 후에 Focus Group interview나 beta test에 참여할 후보 명단을 얻는 것이다. 적어도 설문 조사에 응한 사람은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같이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공통된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채널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피드백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예상 잠재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고객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재평가할 수 있다.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피드백을 얻은 후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문제 정의와 해결책 정의를 해야 한다. 문제와 해결책이 분명히 정의된 다음, MVP 설계 및 구현이 들어간다. MVP를 통해 또 한 번의 아이디어 검증 단계를 거칠 수 있다.

 

 

 

송재희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