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추가로 다른 일을 하는 투잡이나 사이드 프로젝트가 유행입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거나 회사 생활로 충족되지 않는 자아실현을 위한 거겠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회사 외에 자신만의 일을 찾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많은 문제에 봉착하죠. 우선 어떤 아이템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조차 모르죠.
저 역시 한 회사를 5년 넘게 다니고 업무에 자신감도 있었지만, 사업에 대해서는 깜깜이었습니다. 아이템을 찾기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활동을 해보기도 했어요. 미술, 캘리그래피, 조향 클래스, 독서모임, 글쓰기, 요가 등. 관심 있는 분야가 생겨 퇴근 후 전문대학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도 나만의 일을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프리랜서나 1인 창업이라 할지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복잡성이 높습니다. 이미 창업을 경험한 사람에게 배우거나 해당 환경에 직접 노출되면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목한 것이 바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사업을 실전으로 배울 수 있는 실무형 학교처럼 느껴졌거든요.
굳이 스타트업까지 가서 경험해봐야 하나요?
많은 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렇기 때문에 현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거죠. 충분히 공감하고 그 결정 역시 존중합니다. 하지만 나만의 일을 하고 싶은 분들께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일로 배워야지 습득이 빠르다. 일반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 꽃꽂이를 배우면서 꽃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람과 꽃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는 사람 중, 누가 본인의 사업을 빨리 시작할 수 있을까요? 후자일 겁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루에 2-3시간을 쓰는 것과, 전업으로 8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건 속도에서 3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둘째, 돈을 받으면서 배운다. 사이드 프로젝트와 다르게 회사는 돈을 받고 하는 일입니다. 다들 회사 생활을 해보셔서 아실 텐데요. 월급이 부여하는 책임감은 일에 몰입하게 하고, 몰입은 성과를 낳습니다.
셋째, 기회를 포착하고 주변의 지원을 얻을 수 있다. 저 역시 대기업에 다니면서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로 사업을 준비했었어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해야 하는지, 어떻게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만드는지에 대해 강의를 듣고 필요한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정말 막막했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에 입사하고 보니 이미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도처에 깔려 있더라고요. 사업을 위한 기술과 역량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주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지름길’을 발견한 것과 같습니다.
스타트업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엔 ‘스타트업 = 불안한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안 그래도 불안한 인생인데 회사가 월급을 못 줄까 봐 고민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스타트업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저의 편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첫째, 스타트업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받아 시작합니다. 스타트업 세계를 몰랐을 때 의아했던 점이 ‘매출도 없고 적자인 스타트업은 어떻게 먹고살지’라는 거였어요. 저희 부모님이 걱정하셨던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 해답은 바로 스타트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개인이나 법인입니다. 1억을 투자했는데 5년 후 회사 가치가 1,000억이 되면 1,000배의 수익을 얻는 거죠. 이런 투자 자금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당장 매출이나 손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재직자 입장에서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둘째, 스타트업 중에서도 망하지 않을 곳을 선택하면 돼요. 스타트업도 다 같은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이제는 국민 기업이 된 네이버나 카카오도 처음 시작할 땐 작은 스타트업이었어요. 스타트업에 있어보니 망하지 않을 회사를 고르려면 어떤 걸 봐야 하는지 깨달았죠. 이는 뒷 장에서 알려드릴게요.
셋째,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금융 결제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를 아시나요? 그 회사가 ‘경력 입사자에게 전 회사의 연봉 1.5배와 최대 1억 원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라는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마어마하죠. 물론 모든 회사가 토스 같은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도 잘만 선택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거예요. 대기업이라고 정년까지 다닐 수 없는 세상입니다. 스타트업이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어요.
만약 나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정말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다면 본인의 성향과 목표에 따라 해결책을 드릴게요. 아래 3가지 질문에 대해 A, B 중 선택해보세요.
만약 B가 두 가지 이상이라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반면 A가 두 가지 이상이면, 현재 회사에 남아 투잡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일을 준비하는 것을 권해드려요.
개인적으로 저는 3가지 모두 B에 가까웠어요. 안정적인 걸 추구하기보다는 도전 지향적인 사람이고요. 35세 전에 나의 일을 시작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매일같이 자정까지 야근했거든요.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준비하기엔 저의 성향, 목표를 이루는 기한, 현재 회사의 상황이 모두 맞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스타트업으로 옮겨서 내 일을 하기 위한 배움을 얻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 이르렀습니다.
머물 것인가, 옮길 것인가, 바꿀 것인가
현재 회사에 있는 건 ‘머무는 것’. 투잡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는 삶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스타트업으로 가는 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는 것’인 것 같아요. 나만의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경험해보는 건 하나의 선택지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스타트업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드신 분들은 아래의 이야기를 계속 따라오시면 됩니다. 여전히 ‘스타트업은 아닌데’ 하는 분이 있어도 괜찮아요. 스타트업 세상을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왜냐면 여러분 중 대다수는 머지않은 미래의 사업가이자 일인 대표가 되실 분들이니까요.
“A인지 B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무엇을 선택하든 그걸 맞는 선택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고, 매번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이 있어요. 결국 자신의 선택을 맞는 선택으로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요약정리
1. 1~2년 안에 내 일을 시작하고 싶고, 현재 회사가 도무지 안 맞는 도전적인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민해본다
2. 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타트업을 경험해보면 좋은 이유는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으며, 주변의 지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스타트업이라고 모두 리스크가 높은 건 아니다. 선택하기 나름이다!
유지영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