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심간절함에서 답이 나온다”

 

1) 두루뭉술한 표현은 금물! ‘팩트 체크’를 명확히 하라!

 

 

심사위원들을 고민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해야 승산이 있다. 의심하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질문이 많은 게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꼬투리가 잡히면 늪에 갇혀 버리는 꼴이 된다. 그래서 질문자인 심사위원들의 의혹에는 명료하고 깔끔하게 대처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원자(업체)의 사업 계획서를 검토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가점제가 아닌 감점제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 그러다 보니 감점 요인이 되는 표현을 쓰면 바로 탈락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실수 중의 하나가 바로, 고객이나 시장을 두루뭉술하게 작성하는 경우다. 여러분들의 당락을 결정할 심사위원들은 모두 전문가들이자 도사 중의 도사들이다. 애매모호하거나 겉만 번지르르한 표현으로는 결코 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시장의 크기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시장의 전체 규모보다는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어디인지, 독점했을 경우의 시장 규모나 초기 핵심 타깃의 시장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실현 가능하지 않은 과장된 수치나 잘못된 정보를 나열하는 건 탈락의 지름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두루뭉술한 표현을 피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적의’ ‘합리적인’ ‘신속한’과 같이 추상적인 용어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하고 공인된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를 표기할 때는 정확한 팩트 체크가 정말 중요하다.

 사실 필자는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지원 과제에 탈락한 경험이 있다. 사업 계획서에서 목표 달성 지표는 글로벌 수준이나 그 이상이 되도록 작성해야 하는데, 목표 지표를 글로벌 수준보다 낮게 잡아서 표기해 버린 것이다. 잘못된 숫자 표기는 곧 창업자의 준비성이 부족했음을 인증하는 것과 같고, 이는 바로 감점 대상이 된다. 숫자 하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공들인 지원 과제에 탈락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거듭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더불어 자료의 출처는 반드시 정확히 밝혀야 한다. 정부 과제는 자료를 근거로 타당성을 결정하고, 자료 출처가 없는 경우 신빙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출처를 표기할 때에도 포털 기사의 url을 붙여쓰기하는 것보다는, 공인된 논문 자료집 등의 원본 출처를 찾아서 자료에 표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2) 창업자의 역량과 의지, 스토리를 담아내라!

 

 

 정부 과제 심사위원이나 투자자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창업자의 역량과 의지이다. 한마디로, 저 창업자가 될성 부른 떡잎인지 아닌지를 눈여겨본다는 것이다. 역량을 본다고 하면 창업자의 학력과 경력만으로 판단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가방끈이 길다고, 대기업 출신이라고 해서 가산점을 받는 건 절대 아니다.

심사위원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창업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과 연관 경력, 창업을 위해 노력한 흔적, 걸어온 발자국이다. 즉 해당 사업 분야에 전문성을 얼마큼 갖추고 있는지, 어떤 경력을 쌓아 왔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위기나 악재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해 나갈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리스크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가졌는지를 표현하는 것도 핵심이다. 정글과도 같은 스타트업 판에서 금세 포기할 사람인지 아닌지, 버텨 나갈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상치 못한 재무적인 위험이 닥쳤을 때, 금융권에서 추가 자금 지원을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실제로 자신이 과거에 역경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 이 경험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사실 필자의 경우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케팅 분야에서 쌓은 전문 역량과 위기 대처 사례 등을 사업 계획서에 녹여 내고자 노력했고, 공동 창업자의 기술자로서의 역량과 의지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데에 주력했다. 이 지점에서 확실히 중년 창업자가 쌓아 온 경험과 역량은 또 한 번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강력한 동기 의식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말자. 단순히 이 시장이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느낌을 준다면 탈락의 위험이 크다. 나랏돈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 과제인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창업자에게 선뜻 돈을 내어 줄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이 사업을 통해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하겠다는 창업자의 강력한 의지가 보여야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법이다. 그 때문에 당장의 돈이 아니라 내가 이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전력 질주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창업을 위해 해온 노력, 창업가 마인드를 녹여 내야 한다. 아이디어 단계의 사업 아이템이라고 해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실제 타깃 고객들을 몇 명이나 만나 봤으며, 그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작성해서 표기한다면 ‘아, 이 창업자가 정말 열정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진심과 열정은 통하기 마련이다.

 

 

3) 간결함이 핵심이다

 

 

예비, 초기 창업자들이 정부 과제에 지원할 때는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제발 선발이 됐으면 하는 간절함.

 

‘서류 평가에서부터 떨어지면 안 되는데… 그러려면 사업 계획서도 눈에 튀게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여기를 빨간 글씨와 밑줄로 강조하고~ 이왕이면 이미지나 도표도 좀 많이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간절함이 욕심이 되고, 그러다 보면 ‘화려한 겉 매무새’에 유혹을 당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사업 계획서는 팸플릿이나 인스타그램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간결함이 생명이자 핵심이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고자 하는 마음에 디자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가 쉽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불필요한 미사여구(예를 들어 세계 최고 등의 표현)와 장신구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모든 서류가 그렇듯이 가독성이 높아야 이해도가 높아지는 법이다. 핵심 내용 파악에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빼고, 확실하고 단순한 콘셉트로 어필하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Simple is the best’!

 

 

4) 사업 계획서는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옛 속담에 ‘썰매는 여름에 장만하고 달구지는 겨울에 장만한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제철이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면 낭패를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업 계획서만큼은 정말 이 옛 속담을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 예비 창업가들의 상당수가 정부 과제 공고가 난 후에 사업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할 텐데, 그러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작성해 본 경험이 없으니 준비가 미흡하기 마련이다. 마감 일에 쫓기며 다급히 준비하다 보면 완성도가 높은 제안서를 만들 수가 없다. 미리 앞서서 준비한다면 조금이나마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전문가가 사업 계획서는 아이디어 구상 단계 때부터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대략적이라도 우리의 사업 전략, 수익 모델, 시장과 고객 등을 정리해서 작성해놓고 이후에 전략이 바뀌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버전 업을 해서 다시 보완해 나가는 방식이다. 또한 시간 날 때마다 과거에 작성한 사업 계획서와 최근 것을 수시로 비교해서 비즈니스 전략을 세심하게 가다듬어 간다면 앞으로의 사업 진행 방향을 명확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보통, 한글 문서로 20~30장 분량의 사업 계획서와 파워포인트로 40~50장 분량의 사업 계획서 2부를 미리 준비해 두면 향후 업무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정부 과제 신청에 필요한 사업 계획서는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2부를 세트로 갖춰 놓으면, 목적에 맞게 편집해서 사용하기 쉽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