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가 지난 일요일(17일)에 올해 사상 최대 31조의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투자금액인 약 19조 원에 비해서도 최대 62.4% 증가한 수치인데요. 삼성전자는 TSMC를 누르고 2030년에는 세계 1위를 목표로 잡고 있었기에 적극적인 TSMC의 행보가 부담스러운 상황인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파운드리 사업!
‘파운드리’는 무엇이고 2021년에 두 기업의 대결은 어떻게 진행될지 함께 살펴봅시다.
반도체시장의 게임 체인저, ‘파운드리’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밀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면서 해당 분야 내에서는 분업이 이뤄졌습니다. 반도체 제작을 ‘설계’를 하는 회사는 설계만 하고 ‘생산’을 하는 회사는 생산만 하는 형태로 말이죠.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고 제품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즉,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을 파운드리 업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300개가 넘는 과정이 필요하고, 적어도 수 천 명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많은 분야에서 대한민국 기업을 추격하는 중국 기업도 반도체 사업만큼은 쉽게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해당 산업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곳에는 반도체가 필요해서 기술력에 의한 독과점을 선점할 수 있기도 하죠. 그러기에 삼성전자는 꾸준히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2020년 4분기에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로 TSMC가 55.5%, 삼성전자가 16.4%로 두 개 기업의 합산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전 세계 파운드리 사장은 양사의 과점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의 양대 산맥인 ‘TSMC’와 ‘삼성전자’ 두 기업을 함께 살펴볼까요?
압도적 1위 굳히기 나선 ‘TSMC’
TSMC는 대만 소재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데요. 초창기에는 대만 행정원 소속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전액 출자한 국자 출자기업이었으나 이후에는 정부 지분을 전량 공개 매각하며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기업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 사업을 1987년 창업하여 오랜 시간 해당 분야에만 몰두했기에 절대적인 시장입지를 가졌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메이저급 반도체 회사 뿐만아니라 미군 군사용 반도체도 해당 기업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죠. 이런 많은 경험과 오랜 시간 형성한 파운드리 공정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사실 초미세 공정의 정밀도 면에서도 경쟁사들에 비해 앞선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올 해 31조라는 ‘역대급’ 규모의 투자를 통해 압도적 1위를 굳히기에 나섰는데요. 이미 2위인 삼성전자의 2배가 넘는 EUV 장비를 갖춘 TSMC가 전기자동차용 반도체 사업까지 확대하기위해 더욱 더 장비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나서고 있습니다. 2021년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는 압도적인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요?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TSMC가 압도적인 승리자가 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2019년에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사장은 파운드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총 133조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1만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이 골자인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게다가 2020년에 삼성전자는 TSMC의 단골 고객인 엔비디아 최신 RTX 시리즈 전량을 수주하고 퀄컴의 5나노 최신 칩셋 전량을 수주하는 등 굵직한 파운드리 수주를 잇따라 따내면서 TSMC를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삼성전자도 역대급 투자로 추격을 재촉할 듯 싶습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관련 투자는 2020년 6조원에서 2021년 12조 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EUV 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을 찾아 협력을 강조하는 등 파운드리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TSMC의 31조 투자에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하는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지금, 삼성전자에게 다양한 기회도 놓여있습니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가 ‘7나노 공정 제작’까지 사실상 포기하는 충격적인 선택을 하며 이들 기업에 맡겨진 7나노 공정 물량을 위탁생산할 파운드리 파트너가 될 기회가 코앞에 놓였습니다. 현재 7나노 공정 이상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로, 단 두 개의 선택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장 1위이자 모든 라인을 가동 중인 TSMC에게 인텔이 모든 물량을 맡기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삼성에게 유리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2021년에는 AI의 발전과 데이터센터 확충 등 굵직한 파운드리 사업에 자극을 줄 만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과연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야에서 앞으로 웃게 될 기업은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