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는 코로나 19로 삶의 많은 부분들이 바뀐 해이다. 코로나 19로 많은 것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였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아가기도 한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비사이드가 있었다.
이미 비사이드 3기를 통해 100% 온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서비스를 출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전 기수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만회하고자 한 번 더 비사이드 4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겁도 없이 PM역을 맡게 되었다. 비록 서비스 기획의 PM 경험은 없었지만 아카데믹 분야를 비롯하여 다년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모임의 리더 역할을 맡아왔다. 또한 이전 기수에서 PM의 역할을 어깨너머로 보아왔던 지라 ‘이 정도 하면 되겠지’라는 다소 자만한 마음으로 PM에 덜컥 지원을 했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Kick Off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초반의 팀 분위기를 업!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비사이드의 공식 Kick Off가 시작되기도 전에 팀원들에게 연락해 우리만의 오리엔테이션을 가지며 팀워크를 다져 나갔다.
비사이드는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사이드 시간에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14주는 생각보다 짧다. 초반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0주 차에 팀원들을 만났고 각자가 비사이드에 지원하는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의견을 취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팀들이 1주 차에 진행하고 있는 것들을 우리 팀은 0주 차부터 진행하며 노션에 아이템을 수집하였고 적극적인 팀원들 덕분에 17개 이상의 아이템을 모을 수 있었다. 최종 아이템 선정을 위해 ICE 평가(Impact, Confidence, Ease Score)를 진행하며 각자가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아이템에 투표를 진행했다. 상위 4개의 아이템에 관해선 조금 더 깊게 자료를 조사하고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각자 조사하기도 하였다.
서비스 아이템 결정
4개의 아이템이 마지막까지 박빙으로 달리다가 최종 선정된 아이템은 강아지, 고양이들의 귀엽고 재미있는 사진을 구경하고 매치를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선정되었고 지금의 <니가개냥> 서비스가 나오게 되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아이템을 선정할 땐 모두가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평소 만들어보고 싶었던 아이템을 선정하기 마련이다. 우리 팀의 경우에는 조금 더 원초적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템을 선정했던 것 같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귀여움’과 ‘재미’를 통한 힐링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그렇게 큰 사업성보다는 정말 사이드 프로젝트스러운 아이템을 선정하였고 기획과 디자인팀에선 빠르게 아이템을 확장하는데 집중을 하였다.
가장 안전한 순간을 경계하라
다른 팀들이 아이템 결정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우리 팀은 와이어프레임이 나오고 디자인 일부가 나오고,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고 개발단에서는 백단 서버 구축을 하는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 같았다.
이 속도로 진행된다면 프로젝트 10주 차에는 서비스가 충분히 나올 만큼 진행 속도가 빨랐지만 역시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닌 것을 실감하였다.
초반의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사용자 테스트를 간단하게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현재의 기획으로는 사용자를 모으는 게 힘들 수 있겠다고 판단하였고 그렇게 일부 기획 내용을 변경하여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기획이 변경된 것은 상관없었지만 변경된 기획안이 디자인과 개발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 큰 문제였다.
100% 온라인 프로젝트 특성상 아무리 효율적으로 회의가 진행되더라도 회의 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다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같은 화면을 보더라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정책이나 기능은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기획단에서 바뀐 정책에 대한 정리를 명확히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디자인과 개발팀에서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평행선을 달리는 정기 미팅이 3-4주간 계속되었다. 3-4번이라고 하면 짧게 느껴지지만 총 14주 중에서 약 한 달 가까이 서비스의 우선순위가 사라진 채 회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다.
그때부터 나 역시 PM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어려움과 회의감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그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회의에 참여하던 중 팀 멤버 한 분이 중간 회고를 제안해 주셨다. 언제부턴가 팀원들 모두 알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말하지 못했던…그 불편한 이야기를 팀원이 말씀해 주셨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현재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중간 회고의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 서비스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거나 나왔더라도 아주 힘들게 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온라인 모임이라는 특성상, 또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특성상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나도 알고, 상대도 아는 그 불편한 상황을 오픈하였고 각자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 팀의 문제점을 확인한 후 앞으로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액션 플랜까지 짤 수 있었다.
중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솔직한 이야기 덕분에 우리 팀은 다시 힘을 낼 수 있었고 그렇게 14주간 고생한 <니가개냥> 앱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어 출시를 마칠 수 있었다.
서비스 소개
<니가개냥>은 동물계의 이상형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자랑하고 싶거나 귀여운 동물을 보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조금 더 재미있는 방법의 킬링타임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현재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국한되어 있지만 서비스 반응에 따라서 주제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로그인 기능 삭제. 앱 설치 하나로 즐기는 게임!
로그인 기능은 마지막까지 가져가던 스펙이었으나 1차 MVP에서는 삭제하기로 결정을 했다.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을 하는 과정에서 이탈률이 매우 많기 때문에 최대한 사용자들이 부담 없이 앱을 설치하고 게임을 즐기고,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도록 노력했다.
쉽고 편리한 매치, 출전, 랭킹 기능
사용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현재는 4개의 매치만 있는 상태이다. <출전> 기능을 통해 무제한으로 사진을 출전시킬 수 있다. 같은 <매치>에도 무제한 사진을 출전시킬 수 있고 내가 출전시킨 사진들은 하단에 표시가 된다.
랭킹–전체 랭킹과 매치 랭킹으로 나눴다.
전체 랭킹에선 서비스에 들어가 있는 모든 동물들의 랭킹이 보이고, 매치 랭킹은 각 랭킹의 순위가 표시된다.
매치 랭킹에는 중간중간에 <누구냥>으로 표시되는 화면이 보이는 데 이 화면은 아직 내가 매치에서 만나지 않은 아이들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게임을 더 즐겨서 도장깨기 식으로 동물을 찾을 수 있는 재미를 주고자 하였다.
비공개 댓글 달기-댓글 달기 기능 역시 랜덤으로 아이디를 생성하여 쉽고 편하게 댓글 달기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What I learned (PM 경험담)
* PM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팀원을 관리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의 보이는 역할은 일부에 불과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또한 다른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빠른 일의 이해도와 논리적인 의사전달이 매우 중요했다.
PM 역할을 잘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타고난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는 등의 경험치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 좋은 사람이 되기 이전에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사이드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처럼 강요에 의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힘든 시스템이다. 그래서 말도 더 조심하게 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로 만난 사람들’이다. 좋은 팀워크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협업과 결과를 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꼼꼼한 문서 정리 & 업데이트: 애자일 그룹에서는 문서를 최소화하고 프로젝트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선 꼼꼼한 문서 정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취적으로 진행된 이야기들도 기록되지 않으면 공중으로 흩어져 버리기 일쑤이다. 함께 동의하고 결정한 부분이라도 꼭 문서상의 업데이트를 해서 모든 팀원들이 같은 페이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초기 팀워크의 중요성: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이긴 하지만 회사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임인 것은 사실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정기모임 시간이 퇴근 후 또 출근을 하는 모임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편안한 팀워크를 만드는 것도 일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 팀의 우선순위를 항상 상기시켜주기: 같은 목표를 갖고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우선순위는 사라지고 당장 눈 앞의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 PM부터 일의 우선순위를 기억하고 팀원들에게 꾸준히 상기시켜 주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What’s the next
앱 런칭 후 우리 팀은 2020년 랜선 송년모임을 가지며 이전 시간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니 그동안 회의시간에 그렇게 논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일들에 왜 그렇게 에너지 소모를 했을까란 생각도 들었고 좀 더 빨리 MVP를 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현재는 앱 출시 후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또한 크고 작은 버그 이슈들도 함께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니가개냥>은 2021년에 조금씩 더 성장하는 서비스가 되려고 한다. 언제까지 함께 할 것이라곤 장담할 수 없지만 사용자들의 관심이 지속된다면 당분간은 크고 작은 기능들을 개선시켜 2021년에는 지금보다 더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니가개냥>은 구글 플레이어와 앱스토어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냥이, 멍이 사진이 있는 집사님들! 우리 함께 해요!!
헤일리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